지난 2박 3일간 촌삼모 모임이 있었다.
고향 출신 세 부부가 일 년에 두 번씩 모이는 모임이다.
촌놈 세 사람이라고 해서 이름도 촌삼모다.
고향마을에서 하였지만 이번에는 우리 집을 이용하지 않고
근처 민박집을 잡았다.
서울에 사는 친구의 형님이 고향에 내려와서 사는데
친구가 집을 지어줬고, 그동안 못 와봤던 친구 부부가
집들이 겸 모임을 가진 것이다.
서울 친구는 이번에도 형님께 큰 선물을 하고 갔다.
4천만 원에 가까운 황토 찜질방과 안마의자까지 형님께
선물하고 올라갔다.
친구도 대단하고 친구 부인도 대단하다.
이번 모임 내내 비가 내리는 바람에 꼼짝없이 집에서 보내게 됐다.
첫날은 일찍 온 부산 친구와 취나물이라도 뜯었지만
그날 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죽으라고 술만 마신 것 같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던 어제저녁
읍내에 사는 큰 딸이 전화가 와서는 아래쪽에 있으니 내려와 보란다.
대강 짐작을 하긴 했지만 결국 어버이날이 가까워오니
또 이벤트를 준비한 것 같았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곳에서는 주기가 그러니까 아래쪽으로
살짝 불러서 전해 준다.
친구들과 마시라고 산삼주 한 병까지 준비를 해 왔다.
고마우면서도 민망하다.
안 해도 괜찮을 자식 노릇이 예삿일이 아니다.
어버이날에,
생일날에,
결혼기념일까지
매번 이렇게 준비를 해야 하니 부모가 자식 등골 빼먹는 형국이다.
그만하라고 하지만 그만할 애들도 아니니 가끔은 난처하기도 하다.
자기들도 그렇게 여유로운 것은 아닐 텐데
짜달시리 잘 해준 것도 없는 부모인데...
돈을 그렇게 좋아할 나이도 아니고
그냥 꽃다발 하나나, 술 한 병으로 대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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