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어버이날이다.
내 부모님은 세상 떠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시골의 어버이날 행사는 연중 큰 행사다.
면사무소에서 주최하는 행사는 군수님을 비롯해서
군의회 의장, 농협 조합장 등 군내에서 방귀 꽤 나 낀다는 사람들이
다 모이는 아주 큰 행사다.
비록 C급이긴 하겠지만 연예인도 초청된다.
시골 노인들에게는 이 C급의 연예인이 BTS 보다 훨씬 낫다.
몇 곡인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노래를 부르고 간다.
내 역할은 정해져 있다.
젊은(?) 사람인 내가 낄 자리는 행사장에는 없다.
단지 어르신들의 이송을 책임질 운전기사 역할뿐이다.
행사 계획은 오전 열시부터 열두시까지였다.
아홉시 반에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을 태우고 면사무소로
모셔다드린 후 인솔자 아저씨께 12시쯤 온다고 얘기하고
김 여사와 드라이브를 나섰다.
마천 골짜기를 돌아서 인월에 가서 구경 조금 하다 보니
어영부영 11시 반이 되었다.
행사장에 다시 돌아가니 12시 조금 안 된 시간이어서
시간 맞춰 잘 왔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을 모르는 생각이었다.
시골 행사라 그런가?
계획하고 영 다르다.
12시에 끝난다던 행사가 오후 2시가 되어도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두 시간을 기다리다가 끝이 안 보여서 인솔자 아저씨가
얘기하고 집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집에 와서 뒤안 정리를 하고 있었더니 연락이 왔다.
행사가 끝나간단다.
그때가 오후 세시다.
급하게 차를 끌고 다시 면사무로소 출발.
어르신들 집집마다 다 모셔다드리고 집에 돌아왔더니
인솔자 아재가 고맙다고 수육 한 접시와 소주 두병을 들고 오셨다.
같이 이런저런 얘기로 소주 두병을 비우고 나니
하루가 끝나있었다.
시골생활이 그렇다.
나 혼자 생각으로 살 수가 없다.
급하게 서둔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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