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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갑과 을

by 머구리1 2023. 5. 10.

어제

11시쯤 드라이브나 나가자는 김 여사의 청에 따라

목적지 없이 길을 나섰다가, 이틀 전에 가 본 마천 다래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는 처음 가본 곳이었는데 음식이 좋았다.

우린 왕갈비탕을 먹었는데 갈비탕으로 밥을 먹으면서

소주 한 병을 먹어도 된 정도로 고기량도 많았다.

여기도 주인이 동생의 친구라고 서비스로 소주 한 병을 줬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 앞에 주차 되어있는 차가 없어서

이상하다 했더니 매주 화요일은 휴무란다.

병곡에 복성각으로 차를 돌리니 25km 다.

인원에 들려서 구경 좀 하다가 점심시간으로는 약간 늦은

12시 40분쯤 들어갔는데 역시나 사람이 많다.

이번에는 짬뽕을 주문했는데 역시 좋았다.

국물이 하나도 안 남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식당이 바쁜 시간이어서 물티슈도 안 주고 물도 안 갖다 줘서

직접 가져다 먹으려니 서운한 생각이 들려는 순간 갑자기 든 생각.

이제껏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으면서 한 번이라도

"내게 밥을 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항상 장사시켜 준다는 갑의 위치에서만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랬던 것 같다.

한 번도 식당에서 밥을 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못 해 본 것 같다.

딱 한 번은 고마운 적이 있었다.

2014년 삶이 너무 힘들어서 추석에 미친놈처럼 걸은 적이 있다.

다 걸으면 54km쯤 되는 거리였는데 발에 물집이 생겨서

사십몇 킬로에서 중단하고 차를 탔었다.

그때 추석이라서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는데 마천에 국밥집

한 곳이 문을 열어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그땐 정말로 밥을 줘서 고마웠다.

식당에서 밥을 사 먹으면서 진정으로 고마워했던 기억은

그때 한 번뿐인 것 같다.

살다 보면 사람은 누구나 매 순간 갑과 을의 위치에 서게 된다.

자신이 갑의 위치에 섰을 때, 을이었던 순간을 기억한다면

추잡한 갑질은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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