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둘째가 사 보낸 커피다.
난 사실 커피를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행과 카페를 갈 때는 항상 아메리카노다.
내가 아메리카노를 특별히 좋아해서가 아니라
아는 게 아메리타노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친구들 무주 부부동반 모임에서 처음 라떼를 먹어보고는
그 뒤로 가끔 라떼도 주문한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것이 헤이즐넛이다.
어디선가 얻어 먹었는데 그 향이 참 좋았다.
무슨 커피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생각나서 물어봤더니 헤이즐넛이란다.
시골에 올 때 김여사는 내려먹는 커피세트와 가루 커피 한 봉지를 사줬다.
믹서 커피 마시지 말고, 이것 먹으란다.
진한 아메리카노도 한 병 사서 보냈다.
병에 든 것인데 물에다가 조금씩 타서 먹으면 된다.
그런데 영 내 입맛이 아니다.
촌스런 내 입엔 믹서 커피가 최고다.
이나영 커피도 좋고, 김연아 커피도 좋다.
그냥 믹서 커피가 제일 맛있다.
믹서 커피가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박사급 연구원이
몇 명이나 머리를 맞댛겠는가?
커피 알갱이 한 알 두 알 더했다가 뺏다가 하면서 가장 맛있는 맛과
가장 중독성이 강한 맛을 만들었을 테니 말해 뭐 하리.
그래서 직장 생활할 때도 하루 몇 잔씩 믹서 커피를 마셨다.
믹서 커피를 구하기 힘든 해외에서도 잘도 구해서 마셨다.
그 맛있는 믹서커피 먹지 말라고 둘째가 사서 보낸 헤이블넛이다.
믹서커피가 고지혈증에 안 좋단다.
믹서커피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그냥 마실만은 하다.
아침 식사 후에 커피를 내리고 있으면 헤이즐넛 특유의 향이
집안 가득 퍼진다.
커피맛보다는 향이 좋아서 마신다.
그래도 촌놈 입엔 믹서커피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