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당질(5촌 조카)이 있다.
서울에 살면서 작업실도 서울에 있어서 자신의 고향이긴 하지만
이곳에 올 일이 그동안 별로 없었다.
그 조카가 이곳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오도재 올라가는 길에 있는 삼봉산가든 2층을 얻어서 그동안 혼자서
열심히 보수를 하더니 어제 지인들을 초대했다.
난 초대는 받았지만 갈 생각이 없어서 금요일에 맥주만 두 박스 가져다줬다.
예술하는 사람들과 같이 한다는게 어색했고 대화의 주제나 겨기도
서로 맞지 않는 불편한 자리가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조카가 어제 오후에 손님을 데리고 직접 찾아왔다.
초대한 사람들이 다 예술가들은 아니고 그냥 고등학교 은사님도 계시고
친구도 있고 하니까 꼭 참석해 주면 좋겠단다.
더불어 진주에 있는 육촌 동생들도 참석하기로 했단다.
그때 같이 온 분이 위 사진에 있는 최무배라는 격투기 선수였다.
처음 볼 때 덩치가 크고 안면이 있다 했었는데 졸지에 유명인이 우리 집까지
나를 초대하러 온 것이다.
저분도 꽤 민망했지 싶다.
어디 가면 사인해 주라는 사람도 많고, 사진 찍자는 사람도 많을 텐데
시골이다 보니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을지 모르겠다.
조카의 고등학교 친구라는데 격투기 선수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고등학교까지 미술을 같이 했단다.
저녁 무렵에 조카의 작업실로 갔더니 사람이 많다.
어림잡아도 30명은 넘을 것 같다.
인터넷에 나오는 제법 유명한 작가들도 있고,
이곳 함양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최무배 씨는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었다.
집에 갈 때까지 계속 고기만 굽다가 갔다.
젊은 사람들은 틈틈이 사진도 같이 찍고
사인도 받고 하지만 우린 어색해서 구경만 하다가
술이 한잔 들어가고 나서 나도 같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우리 집안사람들 모인 자리까지 와서 단체 사진도 찍어주고 갔다.
어디 가도 대접받고만 살았을 텐데 친구집에 와서는
열심히 고기만 굽다가 갔다.
TV에 나온 사람이 이 산골의 우리 집까지 찾아온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터이다.
살아 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