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뒤안에는 소쩍새가 사나 보다.
매일 저녁 소쩍새가 구슬피 운다.
어느 때는 새벽녘까지 울어서 잠을 방해하기도 한다.
소쩍새야 짝을 찾아서 우는 것일 텐데 사람들은
자신의 기분 따라 구슬프게 들리기도 하고
맑은 국악같이 들리기도 하는 것 같다.
소쩍새 소리는 사람마다 들리는 소리가 다르단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솥적으로 들리고 다른 사람에겐
또 다른 소리로 들린단다.
오늘 저녁엔 소쩍새 부리가 고장이 났나 보다.
소쩍 소쩍 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쩍 쩍 쩍 쩍 하고 딱따구리 소리를 낸다.
몇 달 전부터는 관심 가는 녀석이 한 녀석 더 생겼다.
몇 달 전이 아니라 작년부터 있었던 것 같다.
생긴 건 왜가리 같은데 왜가리보다는 훨씬 크다.
분명히 철새일 텐데 일행을 잃어버렸는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 마을에 사는 텃새가 되어버렸다.
주 서식지가 사과밭 위쪽 작은 연못인데 아래쪽 큰 저수지에도 갔다가
마을 근처까지 날아와서 낚시를 하기도 한다.
매번 혼자 있는 것을 봐서는 짝도 없는 것 같다.
다음번에는 가까이서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찾아봐야겠다.
이 녀석이야 일행을 잃어버려서 어쩔지 모르지만 보는 나는 좋다.
날아가는 모습이나 물에 앉아서 고기를 잡는 모습이 기품이 있어 보인다.
우야던둥 오래 살고, 내년에는 약간 모자라는 짝이라도 만나서
가족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친구네 앵두는 올해도 맛있게 익었다.
올 초에 저기서 한 가지 잘라다가 심었는데 화분에서 잘 큰다.
앵두는 씨가 크서 먹을 것은 별로 없는데 놀기삼아 한개씩
까 먹으면 시간 심심풀이로 좋다.
내년에는 화분에도 앵두가 열리려나?
해질녘 창문앞 뜰방에는 사슴벌레 한마리가 누워있다.
이 녀석은 스스로 돌아눕지를 못하는 모양이다.
누워서는 버둥거리기만 할 뿐 일어날 줄을 모른다.
잡아다가 뒤안 자두나무에 붙여줬다.
나중에 동생이 하는 말이 사슴벌레는 과실나무를
해치는 해충이란다.
해충이면 어떠랴.
한마리가 해를 주면 얼마나 줄까?
부디 잘 살아라.
이 모든 것이 시골살이의 호사다.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심 (1) | 2023.06.08 |
---|---|
귀산 '사야카츠'와 카페 '더로드101' (7) | 2023.06.07 |
지리산 옛술도가(꽃잠. 꽃잠 더하기. 여여) (2) | 2023.06.06 |
세 친구 모임(이수도) (2) | 2023.05.30 |
시간의 힘 (10) | 2023.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