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닉네임이 필요한 곳에 내 닉네임은 대부분 '머구리'다.
인터넷 초창기인 97년도에 내 취미가 스킨스쿠버였다.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그 당시 닉네임을 머구리라고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머구리는 공기호스를 연결해서 수중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97년도에 내가 있던 그룹에서는 칠사제(7.4제)를 시행했다.
해가 긴 여름철에는 7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좋은 게 다른 회사랑 출퇴근 시간이 중복되지 않으니
차도 안 막히고 오후에는 시간도 많다.
그룹에서는 오후에 자기 계발하라고 이 제도를 시행했지만
사실 술 먹는 시간이 빨라질 뿐이었다.
난 이 시간이 아까워서 스킨스쿠버를 배웠다.
그 당시 스쿠버 장비를 사려면 겨울잠수복을 빼더라도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고, 겨울 잠수복까지 준비하려면
백만 원 정도가 더 들어갔다.
그 당시 돈가치로 계산하면 꽤 큰 돈이다.
아무런 말 없이 지원해 준 김여사가 고마웠다.
스킨스쿠버는 정말 재미있다.
바닷속 경치가 쉽게 볼 수 있는 경치가 아니다 보니 더 신기하다.작은 게 들을 보며 장난도 치고, 물속에 고기들도 보고.파도에 흔들리는 해초들의 춤도 멋지다.또 어떤 때는 수중 정화 활동도 한다.
퇴근이 빠르다 보니 야간 다이빙도 많이 했다.
4시에 퇴근을 하니 공기통을 서너 탱크씩 빨아먹어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러다 한 사람을 피하게 되었다.
같이 다이빙을 가면 서로 간에 조심을 해야 한다.
내가 빨리 안 나오면 먼저 나온 사람이 걱정을 하기 때문이다.
보통 공기통 한 탱크를 가지고 들어가면 1시간 정도 활동할 수 있다.
물론 수심이 깊은 곳에 들어가면 좀 더 짧고 낮은 곳에 들어가면 더 길다.
이 사람이 야간 다이빙시, 시간이 됐는데도 물에서 안 나온다.
다시 들어가야 하나 하고 걱정을 하는데 나중에 나와서 하는 말이
"고기를 못 잡았으면 안 나와야지"한다.
아니 우리가 어부도 아니고 그냥 즐기다 나오면 되지...
욕심내다가 죽을 수도 있다.
이 사람은 그 뒤에도 욕심 때문에 두어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그 뒤로는 이 사람과 같이 다이빙을 안 갔다.
나도 한번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다이빙 중에 키조개를 한번 잡아보자고 한다.
키조개는 대략 수심이 20m 근처에서만 나온다.
그러다보니 다이빙 인구가 많아서 다른 수산물들은 많이 없어졌지만
키조개는 더러 있었다.
한참 재미있게 잘 놀고있는데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진다.
게이지를 보니 공기압이 제로 근처다.
급하게 BC라고 부르는 부력조절기에 남은 공기를 집어넣고는
위로 떠 오른다.
20m 정도에서는 감압을 하지 않아도 잠수병이 걸리지는 않는다.
작은 욕심에 팔려서 내 목숨의 담보인 공기압을 못 본 것이다.
요즘 주변이 시끄럽다.
작은 욕심 때문에 비방이 난무하고 엉뚱한 짓들을 한다.
참 이해하기 어럽다.
시골은 시골스러워야 하는데...
지난주와 이번주에 고향에 두 분의 아주머니들이 돌아가셨다.
내 어머니에 비해서 20년을 더 살고 돌아가셨지만
누군가의 죽음은 항상 마음 아프다.
돌아가신 두분 다 수의에 주머니가 없어서
아무것도 넣어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