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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동네 한 바퀴

by 머구리1 2023. 7. 27.

장마로 인해 집콕이 많아졌다.

비 오는 날 나갈 일도 없고 나갈 곳도 마땅찮다.

무기력증에 빠질 것 같은 날들이 계속된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잠자는 시간과 식사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보니 그냥 TV 켜놓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너무 안일한 것 같아서 허리 운동도 겸해서 마을 한 바퀴 돌아본다.

오늘로 삼 일째다.

길을 나서서 5분 정도쯤에 찾은 풍경

범나비는 나리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예뻐서 사진 몇 장을 찍어봤다.

어설픈 사진 솜씨에도 예쁘게 나왔다.

그다음에 마주치는 풍경은 월평저수지다.

장마철이라 낚시꾼들도 사라졌다.

언제쯤 이곳에서 낚시를 할 생각이다.

오랜만에 보는 토란이다.

요즘 연꽃은 보기 흔한데 토란은 잘 안 보인다.

어렸을 적에 토란잎으로 우산을 만들어 쓰곤 했다.

달맞이꽃도 이제 피기 시작한다.

촌놈인데도 나물을 잘 모르다 보니 전에 이 달맞이꽃 뿌리를

고들빼기라고 캐어서 담아 먹은 적이 있다.

별 탈이 없는 것을 봐서는 아마 독성은 없는 모양이다.

이 간판이 보이면 `지안재`를 다 온 것이다.

때맞춰 청소하는 차량이 도로변을 청소하고 있다.

이런 시골길도 청소를 하는구나.

왼쪽으로 가면 오도재가 나오고 그다음이 마천이다.

칠성계곡 백무동 뱀사골 모두 이곳으로 가면 된다.

오랜만에 지안재를 찍어봤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사람이 많아 잘 안 가지는 곳이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100 선엔가 선정되어서 사진 찍으러 많이들 오는 곳이다.

오도재와 다르다.

어렸을 적엔 이곳에서 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는 장마중을 하던 곳인데

지금은 많이 깎아 내려져서 가까운 길이 되어버렸다.

이런 사람들 심리를 이해를 못 하겠다.

허가되지 않는 곳에 왜 저렇게 낙서를 할까?

미정이와 현철이가 왔다 갔으면 어쩌라고?

다녀간 기념으로 영역 표시를 해 놓은 것 같은데 보는 사람들이 다 욕한다.

벌써 백일홍이 피었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는데 얘는 백일동안 붉단다.

백일동안 피어있는다고 했으니 10월 말까지는 예쁜 그림을 볼 것 같다.

지안재에서부터 마을 진입로 입구까지 심어놓았는데 예쁘다.

늦 복숭아도 이제 익기 시작했다.

제법 솎아줬는데도 열매가 많아서 가지가 쳐졌다.

지주목을 받쳐두긴 했지만 아슬아슬하다.

몇 개 따다가 맛을 보기로 한다.

다음 주에는 완전히 익을 것 같다.

장마 끝 줄기라 물이 조금 줄었다.

그래도 한여름보다는 많다.

위쪽에 있는 이곳은 내 전용 물놀이터다.

아픈 허리 물찜질도 할 겸 들어가서 앉아본다.

처음 5 분은 발이 시려서 못 있을 것 같은데 견디고 있어보면

한 10 분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삼 일간 매일 10분 이상 담갔더니 기분상 조금 낫는 것 같기도 하다.

밭에서 따온 복숭아도 씻어서 먹어본다.

장마로 인해 햇볕을 많이 못 봐서 많이 싱급다.

한 삼 일만 햇빛을 보면 맛이 들것 같다.

이런 곳에도 비양심은 있다.

이곳은 상부에 오염원이 없어서 물이 깨끗하고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여름이면 아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잘 놀고 잘 치우고 가면 좋으련만

사용한 석쇠를 여기다 걸어놓고 갔다.

옆에 들깨 밭에는 인간들이 볼일을 봐 놔서 지뢰밭이 된다.

자기 딴에는 누군가 다음 사람을 위해서 뒀다고 자위를 하겠지만 거짓말이다.

요즘에 고기 들고 놀러 오면서 석쇠 없이 오는 사람 없다.

그냥 가져가기 싫어서 두고 간 것이다.

다래나무가 냇가에 자라고 있다.

다래순 나물을 먹으면서도 다래순이 어떻게 생긴지 모르는 사람 많다.

넝쿨로 나가기 때문에 잘 번진다.

성장도 잘 돼서 거름 없어도 잘 큰다.

다래 열매다.

나뭇잎 사이로 숨어있어서 잘 안 보이는데 잘 찾아보면 보인다.

다래 열매는 다 익으면 맛이 좋다.

맛은 키위와 비슷하지만 단맛이 더 있다.

오는 길에 보니 으름나무도 있었다.

뿌리를 캐어서 한약재로 쓰기도 한다.

으름 열매.

익으면 벌어져서 알맹이를 먹는 것인데 단맛이 강하다.

하지만 씨가 많고 과육이 작아서 먹을 게 별로 없다.

안 익은 것은 청을 담아도 되고, 술을 담는 사람도 있다.

길가에 키위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누가 심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군가 먹고 버린 것에서 싹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제법 넝쿨이 자랐고 열매도 많이 달려있다.

마을 넘어오는데 친구 모친이 밭에 나가고 있었다.

밭에 나간다는데 몸도 시원찮은 분이...

평생을 저렇게 살아왔으니 지금 와서 손을 놓을 수는 없을 것이고

아마 돌아가실 때까지 저렇게 힘든 걸음을 하지 싶다.

손에 든 작은 포대에는 자식들을 향한 소원이 가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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