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머님 기일이다.
어머니 기일이지만 몇 년 전부터
제사는 아버지와 같이 모신다.
내년이면 어머니 떠나신지 20 년이다.
어머니 떠나고 1 년 뒤에 아버지께서
떠나셨으니 주변 사람들은
천생연분이라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두분은 많이 싸우셨다.
물론 가난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컸지만
궁핍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렇게 어머니는 66 세에
아버지는 70 의 많지 않은 세상을
살고 가셨다.
요즘 보면 참 일찍 가셨다는 생각이
자꾸 더 든다.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고통 없이
가셔서 좋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하지만 내 부모님의 삶은
참 애통하다.
가난했지만 정 많고 유머스러웠던 어머니
삶에 지쳐 농사일의 고통에 지쳐
술에 많이 의존 하셨던 아버지,
매일 술을 마시는 아버지였지만
농사일은 마을에서 제일 열심히 했다.
조실부모한 4 형제의 막내라
가지고 나올 재산이 없었던 흙수저 아버지는
삶 자체가 고통이었으리라.
술은 그 고통을 잊게 해주는 약이었을 것이다.
자식들 다 키우고 11 명의 손주들까지
모두 보신 후,
이제 좀 여유롭게 살수 있을 때쯤
일년 사이로 그렇게 돌아가셨다.
자식 들이 새로 지어준 그 당시로는
제일 멋진 양옥집에서 10 년도
못 사시고 가셨다.
불효스러 장남은 두분의 제사마저
같은 날로 합쳐버렸다.
11년간 따로 제사를 모셨지만
아내가 암에 걸려서 힘든 항암을 하면서도
제사준비를 하는 것이 안타까워
불효를 저질렀다.
변명거리야 많지.
내가 제사상 걸게 차린다고 부모님이
와서 드실 것도 아니고
산 사람 마음 편하자고 제사 지내는 것이니
우리가 먼저 편하자고 했다.
제사에 대한 내 생각은 그렇다.
부모에 대한 효 보다는
남은 남매들간에 한번 더 모여서
우애좋게 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 잘 차리는 것보다
자식들끼리 오손도손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
덕분에 우리 5 남매는 부모님 사후에도
일년에 서너번은 재미있게 잘 모인다.
그렇다고 내 자식들에게 제사 물려 줄
생각은 없다.
많은 유산은 못 물려 주면서
제사만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모든 제사 다 없애고
엄마나 아빠 중 좋은 계절에
죽은 사람의 기일 근처 주말에
하루 날 잡아 시골집에서
남매들 간에 즐겁게 술 한잔
하라고 할 것이다.
부모님 살아실적에는
잘 해드린 것만 생각나고
돌아가신 후에는
못 해드린 것만 생각난단다.
이제 내나이 예순셋이니
어머니 가신 나이 3년 남았고
아버지 가신나이 7년 남았다.
요즘 수명 길어져서 80 까지 산다 처도
20 년이 못 남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다.
우야던둥 재미있고 유쾌하게 살 일이다.
나 죽는 날 내 묘비에
'세상을 참 재미있게 살고 간 사람'
이라는 비명이 새겨졌으면 좋겠다.
2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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