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가는 이야기

벌초

by 머구리1 2023. 9. 17.
 

집안의 벌초는 다음 주 토요일이다.

내일 여동생들이 사과를 따러 올 것이고

그러면 부모님 산소를 들리고 싶을텐데

길이 없어서 못 갈 것 같다.

오늘 사과를 딸까 싶어 사과밭에 갔더니

오늘은 딸 사람이 없다.

해서 부모님 산소에 벌초를 했다.

진입로부터 난관이다.

올해 장마가 길고 가을비까지 많이

오다보니 풀과 칡덩쿨이 엄청 자랐다.

친구 형님의 도움까지 받아서 길을

내고 힘들게 산소까지 갔다.

산소도 심각하게 풀이 많다.

칡덩굴에 덮인 회향목 한 그루는

고사가 되어버렸다.

무심한 자식들 같으니라고.

도사람이 예취기 두대를 돌려서

했지만 두시간이 꼬박 걸렸다.

내년 부터는 관리를 좀 더 해야겠다.

가을과 봄에 동장군을 뿌려서

잔디외에 잡풀들을 죽이고 진입로와

산소 외곽에는 제초제를 뿌려야겠다.

비가 많이 오나보니 잡풀들이 1m가

넘게 자라있다.

어머니는 살아생전에 세가지를 유언처럼 부탁하셨다.

.'배'가들 안 보이는데 묻어 주라.

-죽어서도 배가들 종살이 하기 싫다.

.화장하지 마라.

-무섭다.

.벌초할 때 예취기 쓰지마라.

-정신 사납다.

다른 것은 다 들어 드렸는데 마지막

예취기 문제는 못 들어드린다.

요즘 예취기 없이 벌초 못한다는

핑계를 앞세웠다.

부모님 산소 벌초 후 너무 힘들어서

그냥 오려했는데 뒤쪽 큰아버지 부부

산소를 차마 내버려둘 수가 없어서

마져 했드니 기진맥진이다.

손도 달달 떨리고.

동네 형님이 안 도와줬으면 쌩고생

할 뻔 했다.

 

오후에는 꼼짝 않고 쉬는걸로...

 

23.9.8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로 수확  (0) 2023.09.17
부역  (0) 2023.09.17
시간의 힘  (0) 2023.09.17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지.  (0) 2023.09.17
사고  (0) 2023.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