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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월급 봉투

by 머구리1 2023. 9. 17.

며칠 전 창원에 갔을 때 아내가 꺼내준 것이다.

아내는 결혼 후 받은 월급 봉투를 전부 버리지 않았다.

고마워서란다.

결혼 후 우리 둘이서 약속한 것이 있다.

'남편이 벌어 온 돈에 대해서 많고 적음을 탓하지 말자.

그리고 아내가 쓰는 돈에 대해서도 따지지 말자.'

다행히 아직까지 이것은 잘 지켜져서 별 다툼 없이 잘 산다.

외벌이에 세남매 키우면서 하는 살림이

녹녹치 않았을 것이다.

정년퇴직을 한 지금 지난 월급봉투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맨 처음 직장생활은 진주에 있는 고려식품이라는 곳이었다.

식품회사여서 냉장 냉동창고가 있었는데 냉동기사로 일했다.

실습 나가서 처음 받은 월급이 6만원이었다.

실습기간이 끝나고 받은 월급은 24만원으로 기업한다.

그 당시 5급 공무원(요즘 9급) 한달 월급이 10만원 정도 하던 시절이다.

그때는 대기업 중소기업 월급 차이가 없었고

하는 일에 따라서 월급이 차이가 났는데 냉동기사의 경우

월급이 꽤 많았다.

그러다 82년 해군에 직업군인으로 입대를 했고

정식 하사 임관 후 받은 첫 월급이 12만 원이었다.

하사 월급이 요즘 9급 공무원 월급과 같다.

중사는 7급과 같고.

만기 전역 후 현대 중공업에 입사를 했다.

현대중공업 월급 봉투는 이렇게 생겼다.

처음 입사는 현대엔진이었다.

하도 데모를 많이하니까 그룹에서 10개가 넘는 회사를 현대중공업 하나로

합쳐버렸다.

그당시 울산에 노사분규 유명했다.

만세대 아파트라고 사원들이 많이 살던 아파트에는 꼬마들까지

노동가 부르면서 따라 다녔다.

처음 입사할 때 시급이 795 원 이었다.

그것도 해군 직업군인 경력 인정 받아서 저 정도다.

신입사원의 시급은 750 원이었다.

한달 월급이 30만원 정도 됐었다.

현대의 공채 마지막 기수다 보니 앞이 깜깜했다.

직장이나 반장등 내 상사들과 나이차이가 얼마 안 나는데

그들이 퇴직할 때까지 승진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잘 못하면

50 까지도 맨 바닥 기어야할 것 같았다.

그래서 95 년도에 엔진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삼성중공업으로 옮겼다.

한국 노동계는 88년 이후로 임급이 급격하게 올랐다.

한 달 월급이 10만원씩 오르기도 했다.

한달 월급이 3~40만 원인데 10만 원이 올랐으니 엄청 오른 것이다.

이직을 할 때 쯤에는 백만단위의 월급을 받았다.

삼성에 오면서 보직을 달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해외 출장도 자주 다녀서 국제 면허증까지 만들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운전을 할 일은 별로 없다.

대부분 에이젠트가 있기 때문이다.

또 출퇴근 시는 택시를 이용하기 때문에 직접 운전을 할 일은 거의 없다.

나도 덴마크 갔을 때 한번 운전 했다.

그 와중에 보증을 섰다가 애를 먹었다.

이것 이후로 가족들에게도 보증은 안 서준다.

요즘이야 보증보험이 생겼으니 보증 설 일도 없겠지만...

IMF가 오고나서 대대적인 빅딜이 시행됐다.

우리도 비켜갈 수가 없어서 한국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세개의 회사가

공동으로 출자를 한 HSD엔진이 만들어졌다.

H:한국중공업

S: 삼성중공업

D;대우조선 이다.

이름 참 쉽게 짓는다.

그리고 결국 한국중공업을 두산에서 인수하게 되면서 우리도 두산 그룹이 되었다.

두산으로 바뀐 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다.

매출이 2조 넘게 올라가기도 했다.

종업원도 천사백명까지 넘어섰다.

그러나 조선경기의 후퇴와 중공업 경험이 없는 두산은

또 다시 회사를 매각하게 된다.

회사이름은 다시 리턴을 해서 HSD가 되었다.

사모펀트에서 헐값에 인수를 해서는 잘 빼먹고

기존에 회사의 하청업체였던 곳에 팔아버렸다.

회사가 개판으로 되기 시작한다.

주인없는 회사의 전형적인 모습이 되었다.

지금은 한화그룹에서 인수를 한 모양이다.

내가 30년 가까이 다닌 회사고 내 생계를 책임져 준 회사다.

아울러 정말 열심히 일했던 회사다.

앞으로도 더 발전되기를 희망해 본다.

 

2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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