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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아버지의 눈물

by 머구리1 2003. 1. 14.

아버지의 눈물!

내 기억 속에 아버지는 유난히 잔정이 많은 분이었다.
내가 아버지의 눈물을 본 것은 세 번이었다.
한 번은 내가 군입대를 할 때였다.
버스를 탈때까지 아무 말씀 없던 아버지께서 버스가 막 떠나기 전
버스에 올라오셔서는 내게 500원 짜리 솔담배를 손에 쥐어 주시고는
잘 다녀오라는 말씀만을 남기고 내려가셨다.
그때 떠나는 버스의 차창 밖으로 아버지께서 손수건으로 눈을
닦는 것을 보았다.
애써 태연한척 하셨지만 아버지께서는 큰아들 군대 보내는 것이 못내
서운하셨던 것이다.

두번째 눈물은 여동생이 고등학교 입학할 때였다.
학교에서 공부를 꽤나 잘했던 여동생은 집안 형편으로 마산에 있는
야간고등학교에 입학을하게 되었는데 동생을 데려다주고 오셔서
술을 잡숫고는 저녁내내 우셨다.
자신이 못나 딸을 고생시킨다고 소리 내어 우시는 것을 보고 같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아버지는 딸의 졸업식날도 딸에게 부끄럽다며 가지 않으셨다.

세 번째는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바로 밑에 남동생이 아플 때였다.
그때 신부전증이라는 중병에걸려있던 동생을 진주에 있는 종합병원에
입원을 시켰는데 5일만에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니 퇴원을 시키라고
해서 동생을 집으로데려와서는 자식 죽는 것은 못 보겠어니 같이 죽자며
며칠을 우셨다.
그리고 며칠 뒤 인명은 재천이니 하는 데까지는 하는 데까지는 해보자며
한약을 구해먹이고 철저한 식이요법을 하여 동생은 일년만에 완쾌될 수
있었다.
그일년간 아버지는 동생과 같이 식사를 하셨는데 짠 음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밥상에는 양념없는고등어구이 한 마리와 양배추를 기름에
버무린 것 딱 두 가지 반찬만 가지고 아버지는 일 년 동안 동생과 같이
식사를 하셨다.

난 가끔씩 아버지를 위해 내가 저렇게 할수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힘들 것이라고 여긴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겠지만 내 아버지도 자식들에겐 위대한
분이셨다.
이제 내바램은 더 이상 아버지 눈에서 눈물이 없게 하는 일이다.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좋은일만있길 기도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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