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벌초때 6촌 형수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재미있을것 같아서 사연을 올립니다.
편의상 형수님의 입장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산청군 단성면이라는 지리산 골짜기에 사는 아낙입니다.
제 고향은 서울이지만 경상도가 고향인 신랑을 만나 결혼을 하였고, 부산에서 꽤 잘나가던 저와 남편은 10여년전 뜻한 바가 있어. 지금의 이곳에 귀농을 하였습니다.
아는 사람하나 없는 이곳에서 몇년간 소를 키우다가, 소값 파동으로 인해 소를 다 팔고
지금은 밭농사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시골에는 불편한 것들이 참 많습니다.
지난주 월요일입니다.
야간 자율학습을 끝낸 고1짜리 막내아들이 저녁 9시가 넘어서 걱정스런 얼굴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사연인즉, 선생님께 두발 지적을 받아서, 내일아침에는 머리를 깍고 가야 하는데 지금 문을연
미용실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는 모르겠지만 이곳 지방에는 아직도 머리를 스포츠형으로 짧게 깍아야하는 학교가
더러 있습니다.
지적을 받으면 과실점수를 받아서 불이익을 받는 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시골에는 저녁 8시 넘게 문을 연 미장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진주까지 나가기는 너무 멀고, 또 이시간에 나가서 문을 연 미장원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때, 마을 회관에 나갔던 남편이 들어와서 이야기를 듣더니
"야 그런 고민을 왜 하노? 아빠가 군대에서 이발병 출신인데 스포츠형 이발은 내 전문이다.
잘 나갈때는 1분에 한명씩 깍은적도있다. 성우 이리 데려 온나"
라고 큰소리를 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게 언제적 이야기고, 30년 전에 경험으로 애 머리 망칠일 있나?"
예 그렇습니다.
저희 남편 지금 쉰다섯살이고 이발병 이야기는 벌써 30여년 전에 이야기지요..
30년전에 경험을 가지고 제 귀한 아들의 머리를 망쳐 놓을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번떡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옆집에 사는 젊은 아주머니인데 집에 애완견을 많이 키우는데 시골이다 보니까 직접 애완견
털 관리를 하더라고요..
자기가 할수 있다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옆집 아주머니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가 너무 자신있어 합니다.
이발 도구도 굉장히 많더라고요.
제가 봐도 잘 할것 같았습니다.
"아이고 개털이나 사람털이나 별거 있능교, 다 비슷비슷 합니다
야 성우야 이리 와라. 10분만 하면 된다."
하고는 불안해 하는 아들놈을 끌어다 앉히고는 목에 수건을 감고 집에 있는 보자기롤 몸을 싸더군요.
그러고는 이발기계로 '더르륵'하고 오른쪽 귀옆을 밀고 올라가는데 '아차" 싶더라구요
이게 아닌데 했지만 이미 이발 기계는 한쪽을 밀고난 후였습니다.
머리의 형태가 전형적인 치와와 머리 형태로 이발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래는 빡빡이고 위로 가서는 약간 둥근 형태 말입니다.
왜 옛날 드라마에 나왔던 칠뜨기인가 하는 사람 있지 않습니까?
딱 머리 짧은 칠뜨기 였습니다.
거기다가 양쪽이 균형도 맞지 않고....
차라리 남편에게 부탁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 옵니다..
그런데 불안불안 하면서도 저는 왜 자꾸 웃음이 날까요?
심각하게 앉아서 칠뜨기가 되어가는 아들 얼굴을 보니 자꾸 웃음이 납니다.
이제 남편도 옆에서 실실 웃습니다.
제와 남편이 자꾸 웃어니까 아들은 더 불안해 합니다.
하지만 중단 하기는 이미 늦었고, 반대쪽과 뒤쪽까지 모두 밀고난 아주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면서 제 아들에게 거울울 내 밉니다.
거울을 본 아들은 한숨을 푹 내 쉬더니 인사를 하고는 제방으로 조용히 들어 갔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는데 얼굴은 전혀 감사한 얼굴이 아니더군요..
다음날 아침 그래도 매사에 긍정적인 아들녀석은 제게 싱긋 웃어며
"엄마 학교가서 선생님한테.. 뭐라고 말할까?"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이왕 이렇게 된거.. 친구들에게 재미라도 주게 사실대로 이야기해라"
라고 했더니 아들녀석은 학교에 가서 사실대로 "개 키우는 아줌마한테 이발했다"고
이야기를 했답니다.
덕분에 아들의 별명은 '치와와'가 되었고, 담임 선생님께서는 점심 시간에 밖에 나가서 다시
이발을하고 올수있게 배려를 해 주었답니다.
그날 아들녀석의 카카오 톡을 본 우리는 다시한번 웃었습니다.
아들의 카톡 프로필은"약은 약사에게 이발은 미용사에게"로 되어 있었습니다.
남편은 대답으로 "약은 약사에게 이발은 아빠에게"라고 보내고요...
웃어면 복이 온다고 하면서도 많이 웃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두분에게도 항상 웃을일만 가득 했어면 좋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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