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둥구 상택이

by 머구리1 2012. 11. 14.

 

둥구 상택이

 

60년대 그 시절에 참 죄스런 기억 하나가 있다.

하루 세끼를 못 먹던 시절이니 다들 배 고픈 시절이긴 했는데 그 중에서도,

 더 없이 사는 걸벵이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마을 앞 동메(작은동산) 양지녁에는

그 당시 문디라고 불렀던 사람들이 아랫도리 골마리를 까고

이를 잡고 있었었는데, 요즘 생각 해 보면 한센씨 병을 가진 사람들은 아닌 것 같고

단지 떼로 몰려다니던 거지였던 것 같다.

실제로 나환자 촌에서 나온 약을 팔러 다니는 아주머니들은 있었다.

그 사람들은 사지가 멀쩡하고 떼로 몰려 다니니 겁이 나서 옆에 가지도 못했다.

 

그런데 한 사람 무서우면서도 만만한 사람이 있었다.

둥구 상택이

다리가 하나 없는 걸인 이였는데 성이 무엇인지 이름이 상택이인지 성택이인지도 아무도 모르면서

그냥 둥구 상택이라고 불렀다.

지금 오도재 에서 마천 쪽으로 있는 창원이라는 마을이 예전에는 둥구 라고(등구) 불렸고

그 사람이 그곳에서 왔다고 하여 애나 어른이나 둥구 상택이라고 불렀다.

그 당시 산길을 따라서 오도재를 넘어서 약6km정도를 오면 우리 마을이 있었다.

일단 그분은 다리가 한쪽이 없어서 긴 작대기를 두 손으로 잡고 한쪽 다리를 대신하여

다녔다.

한쪽 다리를 대신하는 지팡이로, 동냥 망태기와 동냥 밥그릇을 들고 그 길고 긴 산길을

넘어서 마을까지 다녔던 것 같다..

성큼성큼 뛰었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무서웠던 이유가 다리가 없고 험상궂은 얼굴도 있지만

항상 어른들이 말씀하시기를 "너 말 안 들으면 둥구 상택이가 잡아간다"

라고 겁을 주신 것도 컷다..

그러다 보니 이분만 보이면 돌을 던지고 옆에 못 오게 했다.

첨에는 무서워서 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자를 괴롭히는 잔인함으로 번져갔다.

이분도 첨엔 잡으려고 막 따라오다가도 결국은 다리가 하나밖에 없어니

다람쥐처럼 빠른 산골아이들을

따라 잡을 수가 없었고, 잔인한 아이들은 도망을 가다가도 잡으러 오지 않으면

다시 따라와서 그 사람이

마을을 벗어 날 때까지 돌을 던졌다.

요즘 애들이 하는 왕따를 괴롭히는 것 같은 동기가 아닐까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분이 돌아가셨는지 마을에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없어진 사람에 대해 아쉬워하지도 않았고, 또는 관심도 없었다.

어쩌면 맹자의 性善說보다는 순자의 性惡說이 맞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서 항상 그분에게 죄스러움이 수시로 생각이 나더라.

내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은 사람에게 왜 그렇게 나쁜 짓을 했을까?

그 분은 얼마나 스스로 비참했을까?

 

내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못하게 하는 말이 있다.

애들이 말 안 들으면

"너 경찰 아저씨가 이놈 한다."

"너 할아버지가 이놈 한다."

"너 저 아저씨가 이놈 한다."

괜히 이놈 할 생각도 없는, 죄 없는 할아버지. 경찰. 지나가는 아저씨

무서운 사람 만들지 말자.

 

지금은 사죄를 드리려고 해도 할 수가 없이 되어버린 그분께 참으로 죄송하다.

철 없는 어린 시절이었다고 자위 하기엔 너무 큰 잘못이었다.

상택이 아저씨 죄송합니다....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이 오나 보다  (0) 2012.11.19
산감  (0) 2012.11.15
여기도 춥다  (0) 2012.11.14
생일을 축하 합니다-미순  (0) 2012.10.30
약은 약사에세(라디오시대 응모)  (0) 2012.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