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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하사 이야기

해군 하사 이야기 -긴급출항

by 머구리1 2014. 6. 17.

이번 편에서는 고속정에서 제일 싫어 하지만

다반사로 일어나는 긴급출항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지난번에 이야기를 했지만 고속정의 임무는 연안 경비다.

즉 가까운 바다에 적이 침투 못하게 하는 것이다.

요즘 서해 NLL에서는 고속정이 직접 전투를 하기도 하더라.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히는 것이 긴급 출항이다.

 

사이렌이 왜~앵~~ 울리면서

편대 긴급출항

편대 긴급출항

이라는 방송으로 시작된다.

 

이건 진짜 사나이 긴급 출항 편.

http://www.youtube.com/watch?v=wVojm6-GlOs&feature=player_embedded

 

 

긴급 출항은 보통 함대 사령부를 통해서 온다.

산 위에 있는 육군 레이더에서 바다 쪽을 감시하다가 이상하다고 판단이 되면

함대 상황실을 통해서 고속정이 가서 확인해 보라고 긴급출항 명령이 떨어진다.

요즘은 해군에서 직접 탐지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육군 이 시키들은 쪼매만 이상하면 그냥 내 보낸다.

지들은 힘든 게 없으니까,,,,,

쎄빠지게 달려 가보면

빈 드럼통이 굴러 흘러 다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새떼를 쫒고 오기도 한다.

이게 만약 간첩선이어서 잡을 경우는 좋은 훈장은 또 육군 몫이다.

실제로 청사포 간첩선 잡을 때도 최고 훈장은 육군에서 받았다.

쎄빠지게 싸운 것은 해군인데.....

아~ 힘없는 해군

육군 입장에서야 밑져봐야 본전이다.

그러니 주야장천 사이렌을 울린다.

 

고속정은 긴급출항이 걸리면 제비는 3분 안에 배가 계류대에서 분리되어 출항을 하여야 한다.

지난번 TV에서 참수리는 5분이라고 한 것 같더라.

 

사람이 다 타던, 안 타던 무조건 출항한다.

물론 배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못 타면 출항을 못하겠지만

몇 명이 못 타면 그냥 출항한다.

그러면 배를 못 탄 놈들은 배가 들어올 때까지 계류대에서 죽었다 복창하고

대기하고 있어야 하고..

 

긴급 상황이 조금 쉽게 풀리면 욕 좀 얻어먹고 말겠지만

긴급 출항 시간이 길어지고, 또 힘든 상황이 발생하면

배를 못 탄 이 사람들은 달밤에 체조 꽤나 해야 했다.

 

긴급 출항으로 인해서 부대 근처에서는 심심찮게

빤스 바람으로 뛰어다니는 고속정 요원들을 볼 수가 있다.

긴급 출항 사이렌이 울리면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던지 상관없이

뛰어 와야 한다.

 

기관부는 더 급하다.

메인 엔진을 살려야 하고

육상 전기를 철거하고 발전기도 돌려놓아야 한다.

복장도 필요 없다.. 옷을 들고뛰어서 배를 탄 후 입으면 된다.

 

난 민간 이발소에서 면도하다가 앞에 비누 허옇게 묻히고도 뛰어보고

울산에서 부사관들은 민간인 이발소를 이용했다.

 

또 새벽에 술집에서 추리닝에 딸딸이 신고도 뛰어보고.

술도 덜 깬 놈이..

 

목욕하다가 빤스 바람으로도 뛰어 봤다.

달랑달랑..

 

밤 먹다가도 뛴다.

입에 닭다리 물고.

 

 

무조건 뛰는겨..

 

긴급 출항이 힘든 이유는 이런 출동 과정도 있지만

긴급 출항은 보통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출항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나 지금이나 실제 전투가 제일 많이 하는 군대가 해군이고

그중에서도 고속정이다.

물론 일반 육군이나 공군,해병대들이 실전을 치룬다면 전쟁이겠지만.....

지금은 NLL 근처에서만 실전을 하지만 예전에는 간첩선이 자주 넘어왔다.

 

이놈들이 안 오는 바다가 없겠지만

간첩선이 넘어오기 제일 좋은 곳이 동남해 쪽이다.

대마도만 넘어가면 공해상이기 때문에 더 이상 추격을 할 수가 없고

풀로 달리면 한 시간 이내에 공해상으로 빠져나갈 수가 있다.

 

나도 다대포, 청사포에서 두 번의 대 간첩선 전투에 참여했고

또 셀 수 없는 긴급출항도 해 봤다.

 

이러니 긴급 출항은 그 자체로 사람을 긴장시킨다.

 

어느 날 새벽에 긴급 출항이 걸렸다.

작은 배 한 척이 해경의 검문을 무시하고 도망갔다는 것이다.

 

그 당시 해경 함정은 기동력이 많이 떨어졌었다.

우리가 타겟을 잡고 한 시간 정도 갔더니 사정권 아래 들어 오더라.

뒤따라 가면서 방송을 했다.

 

즉시 배를 정지시키고 우리 배에 계류시키라고..

 

순간 상대편이 불을 꺼고 도망을 간다.

이럴 경우 100% 간첩선으로 판단을 한다.

상대편에서 불을 끄는 순간 실전인 것이다.

대원들은 엄청 긴장을 한다.

 

즉시 위협사격을 하고 고속으로 따라붙자 배가 다시 멈춘다.

긴급 출항 후 타켓에 붙을 때는 전투배치가 붙은 상태다.

그래서 바로 위협사격이 가능한 것이다.

배를 정지시켜서 보니 작은 어선이었다

검문검색을 실시했더니 아무것도 없다.

어선인데도 잡은 고기도 없고......

 

추측해보면 아마 밀수선이었지 싶다.

밀수 물품을 싣고 오다가 해경에 걸렸고

재수 좋게 해경은 피해서 도망을 갔는데

해군에서 사격을 하면서 따라오니까

바다에 버리기 위해서 도망을 갔다가

나중엔 겁이 나서 정지를 한 것 같았다.

그사이에 밀수품은 전부 바다에 버렸을 것이고...

 

배에 보니 젊은 두 사람이 타고 있어서 우리 배로 끌어 올려서는

갑판상에 무릎을 꿇리고 뒤 돌아 앉히고 심문을 한다.

이미 상상 속에서 죽다 살아난 대원들은 자비가 없다.

긴장했던 화풀이를 이 사람들에게 하는 것이다.

한번 물어서 대답 바로 안 하면 발로 등짝을 바로 찍는다.

(아~ 예전이라고 했잖어~~ 요즘에 그랬다가는 9시 뉴스에 나오지~~)

 

그래서 예전부터 해군들은 바닷가 사람들에게 대우를 못 받았다.

육군들은 대민 봉사활동도 잘하고 하는데 해군 시키들은

매번 자신들을 괴롭히거든...

 

By the way

심문으로 돌아가서,

포항 어디에서 왔다는데 주민등록 번호도 모르고  많이 이상하다.

한참을 심문했지만 대답이 시원찮다.

이 사람들은 그날 저녁 많이 맞았다.

결국은 기지에까지 끌려와서 어선 등록증까지 다 뺏기고

해경에 인계되었다.

꽤나 많은 벌금을 물었을 것 같다.

 

하루 저녁에 긴급 출항을 세 번까지 해 봤다.

하루 저녁에 긴급 출항 세 번 하면 나중에는 일어설 힘도 없다.

 

이 긴급 출항 사이렌 소리는 굉장한 스트레스가 된다.

나도 전역 후 근 10년 이상을 꿈속에 긴급 출항 사이렌이 들리더라.

 

실제로 어선들에게도 의도하지 않게 꽤나 민폐를 끼친다.

지금도 같은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어선을 통행금지 시간이 있었다.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는 어선이 이동해서는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규정대로 해서는 고기를 잡기도 어렵고

또 새벽 경매시장에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작은 어선들이 모든 구비서류를 갖추어 나가기도 어렵고..

 

그러면 검문검색 대상이 된다.

움직이는 배를 잡고 배 내부를 다 확인하고

서류를 일일이 조사한다.

 

어선 입장에서는 미칠 일이다.

법을 어기긴 했지만 지금 바로 경매장에 못 가면

제값을 못 받는 물건들이다.

그렇다고 도망을 갈 수도 없다.

특히 꽃게나 이런 살아있는 고기들이 더 피해가 심하다.

어떤 때는 꼬챙이로 고기 상자를 찌르기도 한다.

아래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눈치 빠른 선장들은 슬며시 몇 상자를 올려준다.

또 못 이기는 척하고 받아오는 늙은이들이라니..

눈치를 못 채면 일부러 더 시간을 끌고 괴롭히는 놈들도 있다.

 

예전에 울산 앞바다에서 고기 잡으신 분들

죄송합니다...

 

이러니 해안가 사람들에게 욕먹지..

 

한 번은 긴급 출항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정장이 빨리 들어가려는 마음에 난폭운전을 하다가

옆구리로 어선을 박았다..

그 배가 문어 잡이 배였다.

 

배의 속도가 있으니 바로 못 돌아가고

한참을 가서 돌아갔더니...

선주 할아버지가 난리다..

 

해경 새끼들이 내 배를 박고 도망갔다고..

우리가 박은 건데..

 

옆에 배를 계류시켜서 보니까 문어들이 도망을 가고 난리다.

그 와중에 수병들은 도망가는 문어를 우리 배로 던지고 있다.

나쁜 놈들..ㅎㅎㅎ

나중에 우리 문어 파티했다.

 

결국은 나중에 자수해서

그때 하사 이상 전부  돈 거둬서 변상해줬다.

1달 월급 이상 돈 냈을걸..

 

별걸 다 물어준다....

 

나보다 더 간 큰 아저씨 이야기..

 

어느 날 경비를 나갔다가 날씨가 나빠져서 조기 회황을 한 적이 있다.

조기 회항할 날씨면 고속정 대원들 참 힘든 날씨다.

나갈 때는 괜찮았다가 경비 중에 황천이 높아지는 것이다.

고속정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에 상황실의 지시에 따라야 된다.

고속정에서는 계속 죽겠다고,, 좀 들어가겠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상황실에서야 뒷집 사돈 이야기다.

내 사돈도 아니고 뒷집 사돈인데 그 사람 고생한다고 조치가 빨리 될 리가 있나.

 

조치가 늦을수록 뱃멀미로 고생을 많이 한다.

경비 취소가 될 정도의 날씨면 롤링 정도의 뱃멀미가 아니라 피칭을 동반한

뱃멀미기 때문에 고통이 심하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 들어왔는데 우리 배 계류장에 어선이 있다.

배를 가까이 대서 보니 그물을 끌어당긴다고 정신이 없다.

 

이 아저씨들이 간뎅이가 부었는지

우리가 나가고 나서 배를 타고 들어 와서는 그물을 친 것이다.

지들이 평소에 볼 때 배가 나가고 나면 새벽 늦게나 들어오니까

우리가 나가자마자 아무 걱정 없이 그물을 친 것이다.

 

그런데 날씨 때문에 계획보다 우리가 빨리 들어와 버렸으니

지들 스스로는 난리가 났다.

그냥 도망 가버렸으면 모를 텐데...

잡은 고기가 너무 아까웠는지 그물 걷다가 잡혔다.

 

고기는 엄청 많이 잡혔더라.

같은 바다인데도 민간인 출입금지 지역에는 고기가 많은가 보다..

 

이 양반들도 갑갑한 게

그냥 이 동네 산다고 했으면 주의 한번 받고 말았을 텐데..

바보같이 포항에서 왔다고 하는 바람에

위에 끌려가서 디지기 혼이 났다...

 

머리가 나쁘면 눈치라도 빠르던가...

세상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답 없는 사람 참 많다.

 

 

 

 

 

 

 

뉘 집 딸내미인지 참 장한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