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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하사 이야기

해군 하사 이야기-바람아 불어라.

by 머구리1 2014. 6. 20.

해군 가족들이 태풍 온다고 걱정이 많다.

걱정하지 말어.

왜????

 

우리 고속정에서 수리 다음으로 기다려지는 것은 태풍이었다.

수리를 들어 가면 휴가나 외박을 갈 수 있어서 좋고,

태풍은 쉴수 있어서 좋다.

그것도 푸~욱~

 

아들을 해군에 보낸 많은 가족들이 태풍이 오면 걱정을 하겠지만

함정 근무 요원들은 반대로 태풍을 좋아한다.

 

작은 배들은 내항에서 부두에 계류시켜서(묶어놓고) 피항을 하고

대형 배들은 부두에 계류시키지는 않지만. 파도가 약한 가까운 바다에

앵카를 내리고 피항을 한다.

 

물론 태풍 환영 행사 한다고 어느 정도의 고생은 한다.

주변에 날아  갈 것들 묶어야 하고,,

함정의 계류 상태도 한 번 더 확인해야 하고..

하지만 이런 것들은 출동 뛰면서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티코 바퀴에 묻은 껌이다.

 

또 육상 근무부서는 더 많은 일들을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반긴다는 사람들은 대다수 함정 근무 요원들이다.

 

큰 배도 내항 쪽에서 앵카를 내리고 있으면

배가 파도를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냥 견딜만하다.

 

작은 배들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전부 육상 생활관으로 이동시킨다.

절대 위험하게 그냥 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걱정 붙들어 매자...

 

나한테는 귀한 자식이지만

국방부에서 보면 또 소중한 국가의 재산이다..

 

태풍 오는데 출동 뛰라고 하는 미친 지휘관은 없다.

 

태풍이 올라오면 큰 배던 작은 배던 구분 없이 다 출항이 불가능하다.

물론 북한에서 넘어오는 북조선 애들도 꼼짝 마라..일 것이고..

 

그러다 보니 은근히 태풍을 기다리기도 한다.

 

물론 황천 등급이 높아도 배가 못 나가겠지만 이때는

긴급 출항이라는 게 있으니 놀아도 노는 게 아니다...

항상 긴장 속에서 대기 상태가 되다 보니

술을 마셔도 맘이 편치가 않고,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다.

 

새벽에 알람 맞춰놓고 자는 기분이 이럴까?

꼭 똥 누다 만 그런 기분..

 

그러니 해군은 태풍이 올라오면 배 계류시켜놓고 니나노~가 되는 것이다.

 

 

 

 

아~ 물론 전부 옛날 얘기다.

지금은 이렇게 안 하겠지.

 

특히 고속정은 더 좋다.

 

비가 계속 오니 외부에서 할 수 있는 훈련도 못하는 거고,

육상에 따땃한 생활관이 있다 보니,

육지 생활관에서 주구장창 게길수도 있다.

 

또 기지들의 경우는 대빵의 권한으로 어느 정도

외출도 가능하다.

물론 사령부에 있는 고속정들도 날씨 봐 가면서 어느 정도 외출 외박을 시킨다.

태풍의 상황에 따라서 3.5초 이상의 특박을 줄 수도 있다.

 

군인 아파트가 있는 지역의 기혼자들은 아침에 출근하여 인원점검만 하면

집에 가서,  각시와 파전과 막걸리로 분위기 살리고 따땃한 아랫목에

마누라 무릎 베고 누워서 첫사랑 생각에 혼자 실실 쪼갤 수도 있다.

그러면 또 각시는 자기가 이뻐서  웃는 줄 알고 속 없이 같이 좋댄다.

그럼 워뗘?

서로 즐거우면 되는 것이지 뭐.

오랜만에 즐거운 대낮을 보낼 수 있다.

 

 

주간에 퇴근했다고 이거 뭐라 하면 안 된다.

밤에 경비 뛴다고 야간 수당 더 나오는 것 아니니까...

출동 중에 밤샌다고 철야 수당 주는 것도 아니다.

 

사령부가 아닌 기지 쪽에 근무자들은 아무래도 근무 기강이 조금 널널 하기가 쉽다.

 

부사관들은 태풍이 오는 날 밤에는 안심 놓고 한잔 꺽는 날이다.

긴급 출항이 없으니 맘 놓고 즐겨도 되겠지?

 

좀 형편이 풀리면 횟집

그렇잖으면 두루치기..

그러다 기분 내끼면 2차로 나이트클럽까지 출동...

그래서 고속정 타는 단기하사 이상은 대부분 사복을 가지고 다닌다.

바닷가 술집이야 퍼런 해군 추리닝 입고 가겠지만

시내에 있는 나이트에 추리닝이나 고속정복 입고 가면

입구에서 출입금지당한다.

 

횟집에도 예전에 아나고(붕장어) 먹으면 술값 얼마 안 나왔다.

또 옆에 있는 군바리라고 서비스 안주도 많이 준다.

 

수병들은 또 수병들대로 슈퍼에 가서 오징어 한 마리 사다가

소주 댓 병에 기분 낼 수도 있고.

기지 조리병 꼬셔서 두부 김치라도 구할 수 있으면 할렐루야지..

 

집이 가까운 사람은 외박도 가능하고..

또 다른 수병들도 돌아가면서 출동 중 외출이나 외박을 갈 수도 있다.

 

 

울산 횟집에는 웃기는 풍경이 있었다.

(아~이것도 옛날이다...지금은 아녀..)

 

횟집에 도우미가 있었다.

아가씬지 아줌마인지 확실치 않지만 군바리 눈에는 아가씨로 보였다.

나보고 오빠야 라고 불렀으니까....

 

이 분들이 서빙도 하면서 옆에 앉아서 안주도 입에 넣어주고

술도 따라주고 한다.

아마 술집 주인들이 손님 유치하려고 고용한 사람들 같았다.

 

별도의 팁도 없는데 서비스를 잘한다.

그냥 술과 안주를 조금 더 시키면 될 정도니

헐떡 거리는 군바리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서비스는 없다..

아마 민간인 아저씨들은 팁을 줬을 것 같다.

 

회라고 해 봐야, 요즘 모둠이라고 부르는 잡어가 대세였다.

아나고(붕장어) 아니면 잡어...

우럭이나 돔이 있긴 했지만 비싸서 못 먹었다.

 

행여 월급날이나 보너스 받는 날 근처에는 고래 육회를 시키기도 하고...

 

매번 이야기 하지만 군인에게 추녀는 없다.

세상 모든 여자는 다 미인이다.

 

 

난처했더 이야기 하나..

 

난 군생활 동안 아버님이 면회를 딱 한번 오셨다.

어머님은 한 번도 못 오셨고.....

 

고향이 워낙 산골이다 보니 한번 마음먹기가 힘들고

또 고속정의 일정이 정해진 것이 없으니 변수가 많아서

면회 자체가 힘들었다.

나만 안 온 것이 아니라 고속정 요원들 중에서 부모님이

면회를 온 사람 별로 없었다.

 

딱 한번 오신 것도 면회를 오시려고 한 게 아니라

부산에 사촌 누나 결혼식에 오셨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셔서는

당숙과 같이 오셨더라..

 

떡 하고 통닭 하고 보따리에 잔뜩 싸가지고.........

~~~~가 아니라 빈손으로..

 

사촌간인 두 분이서 다정하게 손잡고 오셨지..

 

내가 접대해야지 뭐!

 

그래서 두 분을 모시고 횟집으로 갔는데

이 눈치 없는 누님들이 옆에 앉는다.

 

-야 아녀! 우리 아버님이셔. 절루 가.

 

그 누님이 실실 웃으면서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뭘 했나? 난 가만히 있을껴.

 

하고는 옆에 앉아서 가지도 않고, 열심히 안주를 입에 넣어 준다.

애교까지 부리면서,,,

그러면서 아버님 눈을 피해서 한 번씩 나를 더듬는다..

 

이기 미쳤나?

사람 환장 하겠더만...

 

이것들은 끝까지 안 간다.

아버님 앞에서 며느리 같이 예쁜 짓은 왜 그렇게 자주 하는겨?

 

나중에 아버님이 가시면서 그러시더라..

 

-여자 있는 술집 가지 말고 돈 애껴쓰라..

 

그게 아닌데...

 

그래도 속으론 좋아 하셨겠지?

 

나도 몰라..

 

 

 

엉뚱한 행운 하나

 

지금도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식목일이어서 아침에 늦잠을 자고 있는데

기관장(중위)이 조심스럽게 깨운다.

 

그래 놓고는 말을 못 하고는 쭈뼛거리더니.

조용히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전보라는 것이다.

예전에 전화 없을 때 긴급으로 이용하던 통신 수단이다.

 

기본 글자 수를 채우고 나면

글자 수에 따라서 돈이 올라간다.

 

그래서 예전에 어떤 대단하신 분이 할머니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보내야 하는데

글자 수가 많으면 전보 요금이 비싸다고 하니까

그냥 ""망고 찍" 이라고 초 간단하게 보내신 분도 있었단다.

 

조심스럽게 전보를 폈더니

"아버님 별세 급래 요망"

이 무슨 황망한 소린지...

이제 겨우 50 넘기신 아버님이 별세라니...

그래서 기관장도 말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휴일 아침에 사람 잡을 소리다.

 

나도 한참을 당황스러워했다.

 

그런데 아래에 보니 발신인이 큰 외삼촌이다.

 

다들 눈치 깠겠지만 외할아버지가 돌아 가신 것이다.

거기서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 맹구 아니면 영구지...

 

나도 대강 눈치를 챘지만

당황한 척 슬픈 척하고 서둘러 본다.

덕분에 난 5.6초 특별 휴가..

 

휴가 다녀와서 외할아버지라고 이야기했지만 아무 말 없더라..

 

외할머니께서 얼마나 반기시는지...

영감님 복이 많아서 군대 간 외손주까지 찾아왔다고...

실제로 외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날 참 예쁘 하셨다.

 

사람이 살다 보면 엉뚱한 행운이 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행운 찾다가 행복을 놓치지는 말고.

 

많은 사람들이 행운이라는 네 잎 클로버만 찾다가

행복이라는 세 잎 클로버를 잃어버린단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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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대가리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