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글을 읽어 오면서 얘네들은 출동 안 뛰면 뭐 할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을 수도 있다.
지네 아버지가 진로 사장도 아닌데,주야장창 술만 먹지도 않을 것이고
국군 체육 부대도 아닌데 체육 행사를 매일 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육군같이 매일 사격에, 체력 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맞다.
해군은 그런 훈련 별로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놀아도 아침 구보 정도는 한다.
실제로 해군은 훈련소에서 쏘아보는 소총이 마지막 사격인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천날 만날 탱탱 놀기야 할까.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는 고 임금 수병들을 그냥 놀리지는 않겠지?
어떤 시기별로
태권도를 할 때도 있고.
또 소화방수 훈련을 할때도 있고
비 오는 날은 진흙탕에 나가서 미친놈들처럼 축구를 하기도 하고.
하사관 자격평가 대비 죽어라 공부만 할 때도 있는데.
그런 것이 없을 때는 PMS라는 것을 한다.
영어로 PMS(Planned Maintenance System)
한국말로는 계획 정비 제도라고 한다.
이게 해군에서 시작된 건데 요즘은 일반 기업체에서도 많이 쓴다.
우리 회사도 기계 가공 쪽이나 시설 관리 쪽에서는 계획 정비표를
만들어 놓고 예방 정비를 하고 있더라..
어떤 장비를 고장이 나고 나서 정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장이 나기 전에 어떤 주기로 점검 주기를 정해서 점검을 하는 것이다.
군함이 작전중에 고장 나면 다 죽는 거지 뭐.
이것 만은 철저하게 직별 별로 일이 주어지고 각 위치에 맞게
자기의 장비가 주어진다.
각 장비별로
Y:연간 점검.. 1년에 한 번씩은 해야 하는 정비다.
H:반기 점검.. 6개월에 한 번씩
Q:분기 점검.. 3개월에 한 번씩
M:월간 점검.. 한 달에 한 번씩
W:주간 점검.. 1주일에 한 번씩
D:일일 점검.. 매일 한 번씩 점검을 해야 한다.
등으로 나누어진다.
나 같은 경우는 처음에 발전기를 맡았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서
주 기관(main engine)을 맡았다.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한기수 위인 83기 내연사가 있었는데도
이 친구가 약간 모자라는 척을 하는 바람에
결국 후임인 내가 주기관을 맡게 된 것이다.
이분 특기다.
-야 윤활 계통에 대해서 설명해봐.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F.O system에 대해서 설명해봐
-잘 모르겠습니다.
-냉각 시스템?
-모르겠습니다.
-엔진 구동 순서
-모르겠습니다.
-실린더 라이너 교환할 줄 알아
-모릅니다.
-이런 개 시키 아는 게 뭐 있어?
-머리 처 박고 많이 미안한 척한다..
이럴 경우 처음에 조금 힘든데 나중에는 아주 편하다.
이 친구가 이것을 아주 잘했다.
사회에서 태권도 사범을 하다가 온 친구인데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어려도
잡기에 능한 친구다.
술,, 훌라,,, 족구,,, 축구,,, 댄스.. 기타 등등
다 잘하는데
자신의 주특기만 못하는 것이다.
-대강 철저히라는 군대 생활의 지침서를 잘 읽은 것이다.
전역 몇 년 후 울산에서 만났는데 나보다 군대 생활을 더 많이 했더라.
나중에는 안 그랬겠지?
일일 점검은
자동차 점검하듯이, 엔진오일이 얼마 정도 있는지...
외부 볼트나 너트가 풀어진 곳은 없는지..
에어 탱크 압력이 얼마인지... 등의 눈으로 간단하게 확인 가능한 것들로..
주로 기관병들이나 신참 내연사 담당이다.
분기 점검은 엔진 오일을 교체한다던지..
또는 휠타를 교체한다던지 하는 조금 어려운 작업들이고..
대부분 직별 부사관들이 담당한다.
이 PMS는 기관부만 하는 게 아니라 전탐. 통신. 갑판. 병기 등 어느 부서던 다 한다.
출동을 나가지 않는 기간 동안 하는 주요 업무가 이 PMS 다
말 그대로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기관부 수병들이 더럽고 힘들다고 하는 것이 이 PMS 때문일 것이다.
기관부 수병들 손톱 밑에 새까만 기름때가 끼어 있다면 PMS 열심히 한 것이다.
즉, 이 PMS는 매일매일 한다는 것으로 국방부에서
해군이라고 놀고먹게 안 한다는 얘기다.
너무 배 아파하지 말자.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특기가 있는데 군대라고 예외가 아니다.
안 하고 한 척하는 것!
거짓말로 많이 하는 것이다.
예전에 가라 PMS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한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또 실제 자체적으로 할 수 없는 일도 많았다.
연료 분사 노즐을 교체하는 작업이 연간 정비 계획으로 잡혀 있는데
이것이 함정 자체적으로 할 수가 없는 작업이다.
이것은 해군 공창에 들어가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리 시 외에는 불가능하다.
또 독일 애들이 엔진을 만들면서, 임의로 손을 댈 경우 보증을 못 해준다고
하기 때문에 중요 정비 작업은 하기가 어렵다.
할 수가 없는 작업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또 교환 하기에는 너무 상태가 좋을 때다.
오일 휠타를 운전 150시간에 교환하게 되어 있는데
이게 분해해 보니까 상태가 너무 깨끗하다.
그러면 그냥 쓴다.
또는 귀찮아서 이다.
예를 들어서 어느 시기에 엔진 오일을 교환하여야 하는데
이 엔진 오일이라는 게 조금 더 쓴다고 문제가 바로 생기지는 않는다.
자동차 엔진 오일도 마찬가지다.
5000km마다 교환하는 사람도 있고, 20000km마다 교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2만 킬로에 교환하는 사람은 자동차 5년만 타고 폐차시키냐?
아니다 2만에 교환해도 10년 동안 잘 탄다.
이렇듯 이런저런 사유로 계획된 시간에 부품 교체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실제로는 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는 한 것처럼 하는 것이 가라 PMS 다.
이게 언제 문제가 나오냐 하면
1년이나 2년에 한 번씩 재고 조사를 나올 때 문제가 된다.
분명히 연료 분사기나 휠타를 갈았다고 되어 있는데 재고 가 남는다.
그러면 어떻게?
응 그냥 버리면 된다.
참 나쁜 놈들이지?
그런데 어쩔 수가 없다.
PMS 규정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백날 짖어봐야
뒷집 똥개가 집 지키기 싫어서 짖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리는
위에 높은 분들한테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그때그때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어떻게?
대강 철저히...
이 PMS가 같은 부서 내에서 다툼의 소지가 된다.
정비 항목을 많이 맡을수록 일이 많아지고 힘들어 지기 때문에 서로 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발전기는 엔진 부분과 제네레이터 쪽으로 나누어진다.
원칙적으로 전공을 살려서 하려고 하면, 엔진 쪽은 내연사가 제네레이터 쪽은 전기사가
맡으면 되지만 한 개의 장비를 그렇게 나누는 기관사는 없다.
그러다 보니 힘이 약한 놈이 맡에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함정 내부에 펌프는 대부분 보수사가 맡게 되는데 문제는
메인 엔진 구동을 위한 펌프가 많다 보니
이것을 가지고 보수사와 내연사가 싸우게 된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힘의 논리로 나눠진다.
그렇다
군대는 먼저 온 놈이 깡패다.
억울하면 생라면 부셔 먹고 먼저 오던가..
대부분의 PMS는 부사관들의 몫이다.
수병들은 일일 점검 정도는 하겠지만 책임이 없다.
서류에는 전부 부사관의 이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수병들은 책임이 없다.
여기서 한 가지 퀴즈!
함정에서는 여러 가지 기록물이 있다.
기관부 정비 일지... 통신부 통신일지..조타부 항박일지...PMS 일지등등
항박일지는 2급 비밀이다.
기관부 정비 일지는 아닌지 모르겠다.
이 일지를 기록할 때 반드시 연필로 쓰게 되어있다.
사인펜이나 볼펜으로 못쓴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미리 이야기 하지만 " 잘못 썼을 때 수정하기 좋으라"라고 아니다.
오빠 달려!
엄마 힘내!
그만 해. 새꺄!
고의성이 다분히 보이는데...
넌 디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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