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군 하사 이야기

해군 하사 이야기-해군과 술

by 머구리1 2014. 6. 27.

이번에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술 얘기를 해 볼까 한다.

오픈된 공간이니 만큼  여자 이야기는 뺀다.

아~물론 나는 할 여자 이야기도 없다.

깨끗하다.

믿거나~ 말거나~

기대했던 사람들은 살포시 저기 위에 돌아가기 버턴 눌러라..

 

아마 이제껏 중간중간 몇 번 술 얘기가 나왔던 것 같다.

읽으면서 이 새끼 들은, 나라 지키러 간겨?

술 마시러 군대 간겨? 하고 욕했을지도 모르겠다.

 

세계 평화를 위하여!

아니, 뒷집 바둑이의 순산을 위하여!

 

 

 

하여튼 해군들 술 많이 마신다.

뱃놈이라는 어떤 선입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슨 의무같이 술을 마신다.

우린 국방의 의무와 함께 우리나라 5대 의무 중 하나인 음주의 의무도 충실히 이행한다.

아마 많은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서 생활해야 하는

뱃사람 특유의 문화가 아닐까 한다.

 

출동 기간에도, 수리 기간에도 뱃놈들 답게 주야장천 술을 마신다.

물론 출동 중엔 태풍이 오지 않는 이상 맘 편하게 술을 마시진 못한다.

 

술을 마셔도 긴급 출항 사정권 내에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장소의

제약을 많이 받지만

할렐루야를 외치는 태풍이 오면 멀리 시내까지 나가서

술을 마시기도 한다.

이때는 횟집에서 얼큰하게 한잔 후 나이트까지 가기도 한다.

 

밖으로 나가지 못할 때는 함정 안에서나 생활관에서도

마시긴 하는데 생활관에서는 육상 근무자들이 있기 때문에

조금 조심스럽다.

 

배 안에서 마실 때는 직별장급 들이야 침실에서 라면이라도 끓여놓고

아니면 육상 식당에 부탁해서 돼지 두루치기라도 안주해서

먹겠지만

쫄들에게는 꿈일 뿐이다.

 

간혹 불러서 가면 딱 한잔 멕여 놓고 기합이 빠졌네 들었네 하면서

군기도 잡아가면서 뒷정리 다 시킨다.

 

어차피 안 얻어먹어도 뒷정리는 쫄들의 몫이지만.....

 

그럼 우리 쫄들은 어디서 먹어야 할까?

맞다! 기관실!

기관실은 항상 따듯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왔따 다.

기관실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생라면이나,, 쥐포..노가리 등으로 안주를 한다.

 

여름에는 후갑판이나 바지선 뒤쪽에 앉아서 마시기도 했다.

 

술은?

깡소주..........를 마실 때도 있지만

양주를 마실때도 있다.

 

군바리가 무슨 양주?

군용 면세 양주 있다.

양주인데도 뒤끝도 별로 안 좋고,

많이 마시면 취하는 것은 똑같다.

 

 

이거다..마패!

 

휴가 때 이 마패 3병을 집에 가져다 놨는데 양주를 한 번도 마셔 본 적이 없는

아버지와 당숙, 두 분이서 세병을 한자리에서 해 치우시고는

며칠간 앓아 누우 신적이 있다.

 

 

 

 

부사관들은 주기적으로 전자제품이나 양주가 면세품으로 나온다.

물론 전자 제품은 고참들이 다 챙긴다.

나한테 까지 올 군번이 아니다.

 

캬~ 양주를 쥐포나 생라면으로 마신다.

국물이 땡기면 또 라면 하나 끓이면 되고...

 

삼겹살?

이런 건 없다.

 

쥑이재?

 

 

한잔 하실래예?

 

 

 

수리 중에는 또 좀 다르다.

영내에 있는 사람들은 기회가 많지 않다.

매주 수요일 엔가는 진해 복지관(대형 PX)에서 1인 한 병인가 두병인가 정도의

술을 살 수가 있다.

 

그때 소주나 맥주가 가격이 같았는데 한 병에 170원 정도 한 것 같다.

그러면 전부 다 가서 할당량만큼 사다가 한잔씩 하기도 했다.

 

이때는 영외거주자들이 다 퇴근을 하기 때문에 쫄들이지만

침실에서 마신다.

 

또 휴가 때도 보면 꼭 무슨 술 마시러 휴가 가는 것 같다.

고향에 가서도 부모님께 인사만 드리고 나면 주야장천 술만 마시러 다닌다.

예전에 보면 군바리가 휴가 나오면 주변에서 무조건 술을 사 줘야 할 의무가 있는 듯했다.

 

이건 요즘 시키들도 같은 것 같더라..

우리 집 시키도 집에 와도 얼굴 보기가 힘들다.

 

친구를 만나도 술

애인을 만나도 술

우리나라가 술에는 좀 관대한 문화지..

특히 군바리 에게는...

 

 

영내 거주자들이 이 정도이니, 영외 거주자들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지 뭐~

 

 

진해에 배를 타거나, 육상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전세방을 얻어놓고

생활을 한다.

 

그런데 고속정을 타는 사람들은 일 년에 많으면 5개월 적으면 3개월 정도 있을

시간을 위해서 전세방을 얻지는 않는다.

 

물론 기혼자들은 살림집이 어딘가에 있겠지만...

 

미혼자들은 결국 월세방을 얻거나

여관방을 장기 임대한다.

 

나도 진해 탑산 아래에 있는 금산 여관이라는 여관을 얻어놓고 생활했다.

(머리 좋다,,,30년전 여관 이름을 기억하다니..)

 

여관을 장기 임대하면 한 달에 5만 원만 주면 된다.

물론 군항제 기간에는 임대 불가다...

 

요즘은 퇴근이 6시 인 것 같던데

예전에는 8시 출근 5시 퇴근으로 기억한다.

 

해군 통근 버스를 타고 퇴근을 하는데 퇴근하면 할 일이 없다.

대낮에 여관방에서 군바리가 할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러다가 저녁 8시쯤 되어 가로등 불빛이 밝아지면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면서,

내 마음도 같이 밝아진다.

결국엔 목구멍에서 한잔만 달라고 사정을 한다.

 

그럼 집합이다.

말 한해도 서로 텔레파시가 통한다.

같은 배에 85기 내연사와...85기 갑판사가 후임으로 있었는데

술친구로는 "왔다"다..

 

후임 내연사는 술집 아가씨와 계약 동거를 하고 있었고

갑판사와 나는 너무 순진해서 순수한 총각이다...

 

예전에 해군 하사들은 술집 아가씨와 계약 동거를 많이 했다.

술집 아가씨 입장에서는 방값과 약간의 용돈을 받을 수 있고

남자의 입장에서는 뭐 알잖아?

 

하여튼 단골 술집에 가면 항상 두 놈 중에 한놈은 있다.

 

지금도 있는지 몰라.

통제부 정문에서 로타리 지나서 진해역 쪽으로 가는 길에 松竹 이라는 단골 술집이 있었다.

맥주만 파는 곳으로 요즘 룸살롱 비슷한 분위기다.

각 방이 격실 형태로 되어 있는 게 그 방이 엄청 많다.

 

진해 술집의  VIP 고객은 영외거주 해군 하사들이다.

장교나 기혼자들은 맘대로 술을 마실수 없다.

미혼 영외 하사들은 주변에 눈치 볼 것 없고 또 외롭다 보니

술이 친구가 된다.

술집 주인들이 VIP에 대한 예우를 끝내주게 잘한다.

 

나의 외상 장부 번호는 444번이다.

기가 막힌 장부 번호다.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겠재?

 

무슨 이야기냐 하면 하사관들이 전부 외상으로 술을 먹는다는 이야기다.

미친 짓을 하고 있던 거지..

파도 속에서 차렷 열중쉬어에 오바이트까지 해서 번 돈을

술집에 가져다 바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진해에 술집 영수증에는 특이하게 뒷면에

소속 계급 군번 이름이 들어가는 영수증이 있었다.

진해 요식업 중앙 협회에서 만든 영수증이다.

 

만약에 누군가가 외상값을 갚지 않으면

이 영수증을 해군 본부 감찰실로 보낸다.

그러면 내 월급은 얄짤없이 술집으로 입금되고

나는 징계를 먹어야 된다.

 

즉 빼도 박도 못하게 해서

술값을 갚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구조다.

 

실제로 89긴가 한 사람은 9백만 원 치 외상술 먹고

자살 한 놈도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松竹에 우리가 마시는 술은 보통 맥주 1인 1박스다.

요새같이 작은 병 아니고, 큰 병...

작은 병 주면 다음부턴 그 집 안 간다.

우린 질보다 양이니까..

 

가격은 얼마였는지 기억에 없는데

어쨓던 3명이 가면 아가씨 3명까지 해서

6박스를 마신다.

그냥 정해진  해군 표준 음주량이다.

 

보통 이 정도 술을 마시면 자기 파트너와 나와서

포장마차에 가서 우동 한 그릇 하고 소주 한두병 더 마시고 잔다.

 

 

여기서 더 마실 경우가 있다.

실수로 시간을 초과했을 때..

 

저때 민간인들은 통행금지가 없는데

군인들은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가 통행금지였다.

 

술을 마시다가 자정이 넘으면?

그냥 새벽까지 마시는 거지 뭐...

 

에헤라 디여~~자진 방아를 돌려라~~

 

 

 

 

 

 

 

담날 출근은?

배에 전화해서 연탄가스 먹었다고 공갈 치고...

특히 85기 내연사 이 시 키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연탄가스를 먹는다..

난 알고 있는데...

뒷날 집에 병문안 갔다가, 그 길로 둘이서 또 신나게 빨러 나가고..

 

오바홀 들어가서 이렇게 3달 동안 이렇게 열심히 마셨더니

3년 동안 상여금 재형저축 들어간 돈이 다 외상값으로 나가더라.

1년 연봉 비슷하게 되었을걸...

1년 연봉을 3달 동안 다 빨아 마신 거다.

 

세 놈 이서 같이 돌았는데,,

두 놈이 다 십만 원씩 부족하더라..

난 다행히 십만 원 남았다.

아따 착하다 그놈!

 

이렇게 무분별하게 술을 마시는 것은

뛰어난 술집 주인들의 마케팅 능력 때문이다.

이분들은 외상을 적극 권장한다.

 

외상값을 갚으러 가서 외상값을 갚고 나면

서비스로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문디 시키들이 이럴 때는 아가씨도 두 명 붙여준다.

그러고 나면 결국 외상값 갚은 그날부터 다시 외상 장부에 그림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외상값을 다 갚는다는

얘기는 다음에 안 온다는 얘기기 때문에

술집 주인 입장에서는 무조건 외상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놈이 자살을 하지 않는 한 못 받을 일은 없으니까...

 

이 외상이라는 게 웃긴다.

처음 한 오십만 원까지는 살살 걱정이 된다.

내 한 달 월급이 생명수당까지 보태도 20만 원이 안 되었을걸...

"아 E C 이걸 어떻게 갚지?"

그런데 오십만 원이 넘어가면

"에라이~백만원 채우자" 로 바뀐다.

"어떻게 던 되겠지 뭐..." 하고

"퇴직금 있는데 뭐."

 

이렇게 열심히 3달 동안 먹고 났더니 여관비가 없다.

원래는 수리 계획이 3달이었는데,, 한 달이 지연되어 버렸다.

남들은 다 좋아하는데 우린 연신 신발을 읊었다.

밑천이 다 떨어졌거든..

 

해서 영내 교반장 눈치 보면서 퇴근 못하는 거지 뭐.

이놈들도 지들 외박 나왔을 때 접대받은 게 있으니

불편 하지만, 말도 못 한다.

 

결국은..

 

군대에서 열심히 술 먹은 죄로

 

통합병원에서 말년 잘 보냈지 뭐.

 

담에 얘기해 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