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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하사 이야기

해군 하사 이야기-통합병원

by 머구리1 2014. 7. 1.

군국 통합 병원!

 

군에서 근무 중에 사고가 나거나 몸이 아플 때 치료를 해주는 곳이다.

그러데 이런 숭고한 곳에

어느 미친놈은 술먹고 탈이 나서 입원하기도 한다.

 

진해에서 넉달 동안의

오버홀 수리 기간 동안 주야장천 열심히 술을 마시고

울산 기지로 복귀를 하여 출동을 뛰고 있던 어느 날 ,,,,

갑자기 기관사가 부른다.

 

-너 병원 한번 가봐라!

 너 눈이 노란게 정상인 아닌 것 같다.

 

정장님도 보더니 병원 가 보란다.

 

그렇잖아도 요즘 매일 피곤하고 매사가 귀찮더라니...

 

국군 통합병원이 아닌 울산에 있던 백천병원인가 하는 곳으로 갔다.

의사는 피도 빼기전에 

 

-급성 간염 같습니다.

 

라고 겁을 준다.

급성 간염이 뭔지도 모르면서 의사 얼굴만 보고 겁을 먹는다.

검사 결과 급성 간염이 맞았다.

 

급성 간염의 원인은 과로와 술인데

난 보나마나 술이지 뭐...

 

GOP, GPT 하는 것의 수치가 보통 20~40이 정상치인데

급성 간염의 경우는 500이 넘는다.

나도 1000 가까이 나왔던 것 같다.

 

급성 간염이 걸리면 증상이

눈알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오면서

만사가 귀찮아 지고 입맛이 없어진다.

담배 맛도 없어지고 매사 의욕 부진이 따라온다.

 

이 와중에도 희한하게 술맛은 안 없어진다.

 

오줌 색깔도 노랗다 못해 샛 노랗다.

자양 강장제 먹고 보는 소변의 색 같이 변한다.

아울러 두드러기가 잘 나고 또 두드러기까지도 노래진다.

 

간염은 급성 간염과 만성 간염이 있다.

 

병원에 한달만 누워있으면 반 풍수 아닌 반 의사 된다.

 

급성 간염은 내가 걸린 것으로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다.

또 치료도 잘 된다.

치료 방법은 별거 없다.

잘먹고 잘 쉬면 된다.

 

만성 간염은 증상이 심하지는 않은데 잘 안 낫는다.

만성 간염은 또 활동성과 지속성으로 나뉜다.

 

지속성은 낫지는 않지만 더 이상 커지지도 않아서 자기가 몸만 잘 관리하면

큰 문제 없이 남은 인생 잘 먹고 잘 살 수가 있다.

문제는 활동성 만성 간염인데 이것은 상태가 계속 나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이 경우에는 의가사 제대를 시킨다.

 

부산에 있다가 나하고 같이 대전 병원으로 전원 간 육군 일병이

이 활동성 만성 간염이었는데

전역을 한 것으로 안다.

 

지금은 의술이 많이 좋아졌으니 간염 정도야 치료 하겠지?

 

간염엔 토마토가 좋다고 대전 통합 병원에서는

아침저녁으로 매일 토마토가 나왔다.

 

간염 강의 끝-

 

결국은 상부에 보고가 되었고,,

난 짐을 대강 싸서 부산 통합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부산 통합 병원은 정형외과 전문이었는지 주로 그쪽 환자들이 많았다.

팔다리가 절단된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그 사람들은 일부러 절단된 팔다리를 내놓고 긁어 대기도 했다.

면회실에서 보면 이런 사람들이 많았다.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민간인들 앞에서 시위 비슷하게 했던 것 같다.

군대에 대한 시위였는지도 모르겠다.

 

건강한 몸으로 입대했다가 갑자기 장애자가 된 그들에게

군대는 아무 희망도 주지 못하는

원망의 대상일 뿐이었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예전에 통합병원은 임상 실험실이라고 불렀다.

 

의사들이 군의관으로 입대를 하는데

실제로 인체를 대상으로 실습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실습 삼아 여기저기 벌려 본다고도 했다.

군대에서 공짜로 실습을 할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 당시에도 가능하면 수술은 군대에서 하지 말라고 했다.

 

실제로 같은 배를 타던 87기 보수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부산 사령부 육상 생활관에서 훌라를 하다가

쎄븐포카를 한번 하고는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2층 침상에서 건너편 침상으로 뛰다가 다리가 짧아서 허벅지 부분이

그대로 부러졌다.

그런데 통합 병원에서는 엉덩이 위에서 부터 종아리까지 다 찢어서 수술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부러진 부위는 우리가 눈으로 봐도 표가 났었는데...

 

우야던둥

부산 병원에 입원을 해서 보니 이건 스스로가 한심해 보인다.

집에서는 열심히 나라 지킨다고 알고 있을건데

난 열심히 술 먹고 병원에 누워 있으니...

집에 이야기도 못했다.

부산 통합 병원에는 임시로 있는 곳이다.

 

간염의 경우는 대전 통합 병원으로 간다.

그 당시 대전 통합 병원은 간에 대해서는

일반 민간 병원 이상으로 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부산에서

아까 이야기한 육군 일병 한 명과 같이 전원을 갔다.

 

그런데 이 시키들이 병원에서도 군기를 잡는다.

아니 몸이 안 좋아서 입원해 있는 놈들이 거기서 군기 잡기를 한다니...

 

그런데 어쩌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육, 해. 공군이 다 같이 있는 곳이니 그냥 방치하면 개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활동성 만성 간염이 걸린 육군 일병은 그곳에서도 군기를 잡히다가

얼마 후 의가사 제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난 일단 간부 병실로 입원을 했다.

해군에서는 하사관들은 그냥 사병 취급인데 육군에서는 하사들도 간부로 쳐 주더라.

그래서 별도의 간부 병실에 입원을 할 수 있었다.

사병들의 입원실은 그냥 한 방에 40~60명 정도가 침대를 쫙 펴서 사용하는데

간부 병실은  4~6명 정도가 한 방을 쓰고 있었다.

 

 

우리 방에는

특전사 하사 2명. 공군 하사 1명, 90기 해군 하사 1명과 내가 있었다.

90기는 UDT에 지원해서 훈련 쎄빠지게 받다가 중간에 고막 고장으로

탈락한 케이스였다.

 

내가 제일 고참이었는데..나머지 4명은 서로 말을 터고 있었다.

공군 하사 얘가 공군 기술 하사관 학교 출신으로 조금 얄밉게 노는 정도였다.

공군 기술 하사관학교는 지금도 있는데 예전에는 공부를 많이 잘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3년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하면, 바로 공군 하사로 임용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이에 비해서 호봉이 높다.

 

그래도 다들 나한테는 잘 대해 줬다.

90기 후배가 있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오히려 걱정했던 특전사 친구들이 선배에 대한 대접은 더 깍듯이 해 주더라.

 

통합 병원에는 할 일 없는 젊은 청춘들이 모여 있다 보니

할 일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시간을 죽이는 방법을 찾는다.

 

모든 통합 병원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것이 니들 포인트라는 서양 자수다.

거의 대부분 통합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이 니들 포인트를 한다.

 

호랑이 큰 것 한 개 완성하는데 보통 일주일이면 된다.

밖에서 여자들이 하면 한 보름 이상 걸릴걸...

 

할 일이 없으니 주야장천 이 뜨개질만 한다.

그러면 시간이 잘 간다.

 

대전 통합 병원에서는 원래 이것을 못하게 한다.

쉬어야 하는데 쉬지 않고 팔 운동을 하니 간염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줄기차게 한다.

 

나도 대형 호랑이 한 마리와 작은 것들도 몇 개 해서

표구를 한 다음 시골집에 걸어 놓았다.

 

지금도 시골집에 거실에는 이 호랑이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나 이거 두 개나 뜨개질했다.

한 개는 통합병원에서 만들어서 시골 고향집에

한개는 김여사와 같이 만들어서 지금 우리 집 거실에 있다.

 

 

 

 

 

과외로 하는 것이 부산 통합 병원에서는 매듭 공예를 한다.

로프를 이용해서 공예품을 만드는데 이게 참 멋있다.

남자들이 했다고는 안 믿어질 정도로 잘 만든다.

 

 

이것보다 훨씬 멋진 것 만든다.

 

 

 

 

대전 통합 병원에서는 목공예를 잘했다.

나무를 이용하여 조각칼로 군함과 새우를 잘 만들었다.

손재주가 좋은 친구들은 진짜 잘 만들었다.

난 손재주가 없어서 영~~~~

 

 

이런 것을 각목 하나 가져다주면 칼로 깎아서 만든다.

 

 

 

 

어떨 땐 서로 내기도 한다.

링겔 먼저 맞기..

 

아침에 간호 장교가 링겔을 놓고 가면 서로 누가 먼저 빨리 맞는지 내기를 하는 것이다.

예전에 있던 큰 병에 들어있는 링겔이다.

기록이 29분인가 그랬다.

 

이것을 30분에 맞으려면 그냥 들이붓는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이래 큰 병.

 

 

 

요즘은 주사기를 꽂아놓고 위에 병만 바꾸지만

예전에는 아침마다 손등에 주사를 꽂아야 했다.

해서 아침마다 주사를 맞을 때면 손이 달달 떨리곤 했다.

 

내기를 해서 지면 보통 월급날에 통닭을 산다.

야간 근무하는 방위병에게 시켜서 야간에 통닭을 사 올 수 있었다.

 

 

통합 병원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들이 정신병동 사람들이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무식하던 예전에는 간질 환자도 정신병동으로 넣었다.

결국은 정신병동에 신경과와 정신과 환자를 같이 집어넣는 것이다.

 

이러니 정상적이 사람도 미치게 된다.

이 사람들도 입대 전에는 다 멀쩡하다고 신체검사에서 1급 갑종 판정받은 사람들이다.

 

진짠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정신과에 넣는 방법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꼴통짓을 하는 놈을 정신과 상담을 한다.

 

-너 미쳤지?

-안 미쳤습니다.

 

-야 미친놈이 자기 스스로 미쳤다고 하는 놈이 어딨어

 

하고는 정신 못 차리게 팬다.

그리곤 다시 묻는다.

 

-너 미쳤지?

-예 미쳤습니다.

 

-그봐 임마 너 미쳤잖아..정신과 입원해.

 

이러면 정신과에 입원한다고..

 

이분들이 불쌍한 게 진짜로 미친놈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목욕이나 종교 활동 등을 나갈 때도 이 사람들은 단체로 가야 한다.

세줄로 서서 세 사람이 서로 손으로 팔짱을 낀 채 이동을 한다.

도망 못 가게 하기 위해서다.

 

대전병원에 있을 때다

종교 활동 시간에 교회를 갔더니

제법 짬밥이 되어 보이는 한분이 옆에 와서 담배를 한 개비 달라고 한다.

나중에 알았는데 육군 중사더라.

 

담배를 드렸더니 저쪽 구석으로 가서는

돌아 앉아서는 쭈그리고 앉아서 담배를 피운다.

 

옆에 가서 왜 담배를 이렇게 피우냐고? 그냥 편하게 피우시라고 해도

끝까지 숨어서 피운다.

 

진짜 속에서 울컥하더라..

사람을 얼마나 두들겨 팼으면 중사라는 사람이 저 정도로 바뀔까?

 

그분들은 하얀 가운 입은 사람만 보면 두려워한다.

 

이 정신 병동은 전 지역 병원마다 대부분 다 있다.

그 많은 정신 질환자들이 입대 전에서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텐데...

 

 

난 석 달 보름 정도 입원하고 퇴원을 하기로 했다.

전역일도 다 되어가고, 또 아무리 봐도 군대 병원에서 치료될 것 같지도 않고...

간염이라는 병이 잘 먹고 잘 쉬어야 하는데

그냥 똑같은 짬밥에 단지 토마토 한 개 더 먹는다고 나을 것 같지가 않았다.

 

실제로 몸이 낫지 않은 상태로 퇴원을 했지만

제대 후 시골에서 그냥 평범하게 생활했더니 얼마 후 바로 나았다.

 

그런데 여기서도 술이 문제다.

술 때문에 입원을 한 놈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채리고 여기서도 술을 마신다.

 

내가 퇴원하기로 한 앞날 저녁에

통닭을 사다가 송별식을 하기로 했다.

물론 방위병을 시켜서 통닭과 소주를 사다가...

 

야간에 밖에 나가서 즐겁게 잘 마셨다.

여기서 끝을 냈어야 했는데

이 문제 사병 세 놈 이서 사고를 친다.

난 이미 내일 퇴원을 해야 하니 챙길 것도 있고 해서

병실로 들어와서 정리 후 잠을 잤다.

그런데 공군 하사를 뺀 이 세 놈이 아침까지 안 들어온다.

 

결국은 세 놈 이서 밤 중에 월담을 한 것이다.

조치원 시내로 나간 세 놈은 술은 마시고는 깽판을 치기 시작했다.

특전사 2명에 UDT 맛을 본 1명이 술이 들어가니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어져 버렸다.

새벽녘까지 술을 먹다가 더 이상 술을 마실 술집이 없으니까

어느 문 닫은 다방에서 문을 부수고 난리를 쳤고

주인의 신고에 경찰이 왔다가 감당이 안 되니까

헌병대에 신고를 했다...

 

머리 좋은 헌병들이 도저히 정상적으로는 술 취한 미친개 세 놈을

못 잡을 것 같으니까 조용히 속삭였단다.

"여기 민간인들이 보고 있으니까.. 그냥 수갑 차는 척만 해주소

  여기 벗어나면 그냥 풀어 주겠다"

그것을 믿은 세 놈은 승리의 미소와 함께 순순히 수갑을 찼는데

나중에 잘 풀어 줬을까요?

천만의 말씀이고 만만에 콩떡이다.

 

그대로 헌병대로 끌려간 이 친구들은 아침에 통합 병원으로 이동후

짐을 싸서는 그 즉시로 퇴원 후 영창으로 끌려갔다.

이 사람들은 영창 후 통합 병원 재 입원이 안 된다고 했다.

 

오전에 나는 해군본부로 올라가고 이 세 친구는 영창으로 이동...

 

 

 

퇴원 후 해군 본부에 갔더니,,,,대기대 주임 상사가 종합학교에서 소대장 하시던 분이다.

반가움에 인사를 드렸다.

곧 전역 예정이라고 사정을 말씀드리고 전역일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런데 이분 말씀이 내가 제대 내신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가 안될 거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해군 단기 하사의 경우 자신의 만기 전역 몇 개월 전에 전역 신청서를 작성하여야 하는데

난 통합병원에서 서너 달 있는 바람에 이 전역 신청서를 제출 못했다.

 

전에는 제대를 안 시키려고 이런저런 꼼수를 많이 썼다.

 

한숨을 쉬고 있는데 서류 확인을 하던 이분이 갑자기 웃는다.

이상하게 전역 신청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된건지...전역원을 제출하지 않은 내가 전역자 명단에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봤더니 내가 타던 배에서 기관사가 대리로 제출을 한 것이었다.

고마운 분...자신을 물어뜯은 미친개를 위해서 ....아니면 빨리 제대를 시키고 싶었나?

 

하옇던 난 다른 동기들보다 2개월이 늦은 7월 말부로 전역을 하게 되어 있었다.

열심히 술 먹은 덕분에 두 달 더 월급 받아먹어라고 배려를 해준다.

고마운 해군이다.

 

이제 얼마 남지도 안은 군생활 마지막에 꽃이 핀다.

주임 상사분께 내 사정을 말씀드렸다.

 

난 지금 간염 보균자고,,

간염은 전염의 위험이 높다..

그래서 단체 생활이 어렵다.

그랬더니 이분이 바로 죽이는 조치를 해준다.

 

즉시 휴가..

제대하는 날까지....

는 아니고..

제대 한 달 전까지 휴가를 주더라..

 

덕분에 한달 넘게 잘 놀았다.

 

휴가가 끝나고 부산 사령부에 복귀를 했는데도 이제 소속이 없다.

제대 한달 남은 놈을 받아줄 부서도 없겠지만

인사계에서도 보낼 생각도 없다.

그냥 하루 종일 노는 것이 일이다.

 

할 일 없는 수병들 데리고 잡담이나 하고

그러다 심심하면 울산으로 출근한다.

예전에 타던 배에 가서 잘 놀고 있다.

예전 타던 배에서는 미리 추억록 하고 전역 기념패도 맞춰 놓았더라..

 

이렇게 말년에

팔자에 없는 니나노 파티를 하고

제대할 때는 전역 신고도 없이

그냥 보급품만 있는 대로 반납하고 나왔다.

전역 신고를 할 곳도 없었다.

 

스물일곱 7월 마지막 날의 때약볕은 유난히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