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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남을 평가 하지 마라

by 머구리1 2015. 4. 2.

 

위 사진에 있는 분은 울산 H중공업에 있는 내 입사 동기 다.

입사 동기이긴 하지만 나보다 나이가 4살 정도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 분이 입사 3년 만에 집을 샀다.

 

내 입사 동기가 약 50명 정도 되는데 그 당시 주택 두 칸짜리 전세에 사는 친구들이 그냥 그런대로

살던 시절이니 아파트를 샀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었다.

 

 

이분의 사는 방식 때문에는 그 당시 주변에 친구가 별로 없었다.

이분은

돈 내는 회식에는 잘 참석하지 않다.

돈을 내고 술을 먹지는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덩치에서 보다시피 꽤 먹는 것을 좋아했을 것 같은데 회사에서 시켜주는 단체 회식 외에는

보통 참석을 안 했다.

 

아울러 회사 동료나, 입사 동기, 고향 향우회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이분 집에

초대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방문 자체를 해본 사람이 없었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집에서 부업으로 마늘을 깠다.

마늘 까는 방법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기도 하더라.

아침에 출근할 때 욕조에다가 마늘을 가득 담아놓고 따뜻한 물을 부어 놓는단다.

그리고 저녁에 퇴근을 해서는 장화를 신고는 그냥 밟으면 잘 까진단다.

 

까진 마늘 중에서 크게 좋은 것은 또 따로 모은 다고 한다.

그것을 별도로 식당에 팔았다고 하더라.

원칙적으로 보면 다시 가져다줘야 할 것을 팔았으니 절도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입사 3년 만에 집을 샀으니 그 당시에는 부러움보다는

욕을 더 먹었던 것 같다.

 

 

 

얼마 전 교육자료를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이분을 찾았다.

그곳을 떠난 지 20년 되었으니 20년 만에 인터넷으로 이분의 소식을 들은 것이다.

 

인터넷에 뉴스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 했다.

스스로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더라.

 

불우 이웃 돕기에 1억을 기부했단다.

백만 원이나 천만 원이 아닌 1억.

재벌도 아니고, 잘 나가는 개인 사업가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닌 평범한 월급쟁이가

1억을 기부했단다.

 

인터뷰에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라.

"지독히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돈에 애착이 많았다.

지금은 먹고 살만 하다.

그래서 예전에 나처럼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생각나서 이렇게 했다"

 

 

 

아~~~~

잠깐이나마

"이분이 어디서 로또를 긁었나?" 하고 생각한 나 자신이 더 한심해지더라.

이분의 남은 재산은 아파트 한 채가 전부란다.

 

지금껏 남을 위해서 일시금으로 백만 원도 기부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1억을 기부한 사람을 욕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에 대한 평가를 아주 잘못하고 있었던 거다.

아니, 남을 평가할 권한도, 자격도 없는 사람이 남을 평가하고 있었던 거지..

 

지금도 내 업무상 1년에 수십 명씩을 평가해야 한다.

 

저분의 기사를 보고 나서 평가란 게 많이 망설여지더라.

내가 평가하는 사람이

나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데...

 

 

요즘은 가능한 남에 대한 평가를 안 하려고 한다.

 

그래도 습관처럼 자꾸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비평도 하지만....

 

 

神도 인간을 평가할 때는 죽을 때까지 기다린 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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