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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세친구 모임

by 머구리1 2019. 4. 29.

월평 출신 불알친구 셋이서 하는 모임이 금, 토, 일 2박 3일간 고향집에서 있었다.

일 년에 두어 번씩은 보는 얼굴이지만 볼 때마다 반갑고 기다려지는 친구들이다.

 

재작년 무주 모임, 작년 여수, 순천 모임에 이어 3년 만에 고향에서 하는 모임이다.

매년 어린이날 근처 시골집에서 모여서 하던 모임이 사과철 사과꽃 따기에 바쁜

집주인인 동생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여기저기 구경도 하자는 맘으로 돌아다니면서 하다가

3년 만에 고향집에서 하기로 했다.

환갑이 다가오는 나이니 큰 욕심도 없고 살아온 세월들 돌아보며 웃고 산다.

 

월평에 도착하니 벌써 도착한 차가 한대 있다.

모르는 차여서 누군가 했더니 경옥이가 회사 이전 기념으로 각시에게 선물한 거란다.

각시에게 선물로 G90을 선물할 수 있는 경제능력이 부럽다.

일억이 넘게 들었다는데 차가 좋아 보인다.

경옥이는 여전히 사업이 잘 돼서 이번에 확장 이전을 했다.

종업원도 60명으로 늘어서 법인을 하나 더 만들어서 회장님으로 승진을 했단다.

참 자랑스런 친구다.

92세까지 골프를 치는 게 목표란다.

 

여전히 부지런한 희석이 친구는 산소에 들렀다 온다고 조금 늦었지만 거의 비슷한 시간에

세 부부가 다 모였다.

모이지 마자 평생 총무 희석이가 준비한 회를 안주로 소주판이 벌어졌다.

오후 행사 준비를 위해 적당히 마시고 물러 앉았다.

 

오후에는 산나물 채취를 하기로 했다.

모일 때마다 하는 행사고 또 산나물 채취를 위해 고향집에서 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사다 먹는 것이 제일 싸게 치겠지만 내 살던 곳에서의 산나물 채취는 또 다른 재미다.

지천으로 깔린 취나물이 두어 시간 돌고 나니 다들 한 봉지씩이다.

두릅은 이미 늦어서 동생이 높은 산에서 따다 놓은 것을 먹기로 했다.

치나물이 많은 곳이다 보니 금세 가득이고, 부산물로 조금씩 꺾은 고사리도 제법이다.

 

몇 시간 돌고 또 저녁 파티가 시작된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 때문에 밖에서는 안 되고, 집안에서 전기 불판에 삼겹살과 장어구이

파티를 열었다.

고향집 맑은 바람과 좋은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술병을 자꾸 쌓이게 한다.

제법 많이 마신 술인데도 별 숙취도 없이 잘 넘겼다.

 

뒷날은 산청에 있는 동의보감촌을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도 그동안 모르고 있다가 작년 여름휴가 때 처음으로 가 본 곳이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 서너 시간 계산하고 가면 좋다.

 

무슨 행사가 있는지 입구에 사람이 많다.

관광버스도 제법 있고.....

나중에 나오는 길에 보니까 무대를 설치하고 있는 것이 무슨 공연을 하나보다.

 

 

 

늙지 않는 입구라는데 좋은 기운을 기다려본다.

주차장에서 이동식 커피 트럭을 운영하는 초등학교 동기 순덕이 친구에게 커피 대신 오미자차 여섯 잔을 주문해서

마셨다.

작년 방문 때 우연히 만났는데 참 반가운 얼굴이다.

늙어서 이룬 재회지만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나누는 대화는 풋풋하다.

 

아래쪽에서 걸어서 위쪽에 있는 건물 쪽으로 가본다.

건물 이름은 모르겠는데, 건물 뒤쪽에 귀감석이라는 바위가 있고

내부에 아래 사진 같은 찜질기를 운영한다.

찜질기에 자리를 물어보니 짜 맞춘 듯 만 원짜리 3자리와 5천 원짜리 3자리가 비었단다.

여자들은 관처럼 생긴 만 원짜리로 들어가고 남자들은 의자에 눕는 방식인 5천 원짜리로 들어가 봤다.

이게 생각보다는 조금 효과가 있는 게 30분 정도를 하는데 땀이 쫘~악 빠지면서

제법 몸이 개운해진다.

 

이 찜질 의자를 186만 원에 판대도 한다고 한다.

 

 

 

 

내려올 때는 도로변 그늘막을 따라서 도보로 내려오면 좋다.

아래쪽 구경도 하면서 쉬엄쉬엄 내려오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시 아래쪽에 내려와서 대장간 옆 약초 파는 곳에 들렸다.

올라갈 때 사고 싶은 물건이 있었다.

예쁜 도자기 냄비 한 세트를 2만 원이라는 싼 가격에 팔고 있었다.

안쪽 매장에서 연밥(연꽃 열매)도 파는데 국산은 없고 베트남산이라고 한 봉지에 14,000원이다.

 

경옥이가 조청을 산다고 하더니 우리 것 까지 다 한 병씩 돌려서 조청만 한 20만 원어치 산 것 같다.

부자 친구 덕에 매번 두 손이 무겁다.

나오는 길에 순덕이 친구에게 옥수수도 세 봉지 사서 함양읍으로 출발~~

 

오늘이 함양 장날이어서 오랜만에 함양 재래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는데

예전에 그렇게 컸던 시장이 영 조그맣다.

10여분 정도 걸어보니 끝이다.

몇몇 안주거리를 사서는 점심식사를 위해서 인월로 출발한다.

 

 

 

 

인월에서 뱀사골 방향으로 약 10m쯤 가면 있는 마당쇠라는 식당인데 음식 맛이 좋고 깔끔해서

고향에 들릴 때마다 꼭 한 번씩은 들리는 곳이다.

삼계탕, 영양밥, 육개장이 특히 맛있는 곳이다.

세 부부가 육개장과 영양밥으로 배를 가득 채웠다.

 

돌아오는 길엔 오두재를 넘어서 찬나무지 거북쉼터에 들려서 카피 한잔을 하려 했으나 월평리 이장님이기도 한

사장님이 또 출타를 하시는 바람에 어제저녁에 이어 연속으로 두 번 바람을 맞았다.

거북이 쉼터라는 곳인데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민박도 운영하며 커피나 차도 마실수 있다.

이 집 바로 뒤가 내 논이어서 4년 후에 집을 짓고 들어갈 생각이다.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사장님 부부다.

남자 사장님은 아래쪽 금반이 고향이고 금반초등학교 16회 선배님이고 여자 사장님은

현재 월평마을 이장을 겸하고 있다.

 

 

 

거북이 바위라는 곳인데 거북이 쉼터에서 아래 개천 쪽으로 보면 보이는 바위다.

여전에 저곳에 다슬기가 많았던 곳이고,

또 땅속에 박혀있어서 안 보이던 바위가 급류에 땅이 파이면서 거북이 형태가 드러나게 되었나 보다.

이름 짓기 좋아하고, 전설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무언가의 의미를 부여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기도빨 잘 받는 영험한 바위가 되어 있을 듯하다.

근처를 돌아보니 나도 빨리 돌아가고 싶다.

 

 

 

 

저녁에는 또 마당에서 불을 밝히고 야외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적당한 음주로 기분이 좋아지고, 옛 얘기 앞으로의 얘기에 우리들의 밤이 짧다.

 

8월쯤에 서울에서 한번 더 모이자는 약속을 하고 그렇게 우리들의 2박 3일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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