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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긴 휴가의 끝

by 머구리1 2019. 8. 8.

꽤나 긴 휴가가 끝나고 출근이다.

휴일 포함하여 12일간의 휴가였다.

 

처음 계획은 고향집에서 주야장천 낮에는 드럼 치고 밤에는 시원하게 자자고 했고,

며칠 정도는 베이스캠프를 떠나 전라도 쪽으로 여행도 할 요량이었다.

물론 짠 그대로 이루어지는 계획표는 잘 없지만...

 

첫날부터 계획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남해에 귀촌해서 사는 친구가 술 한잔 하자고 유혹을 한다.

함양에서 양파농사 짓는 친구가, 지난번 양파수확 때 일도와 줬다고

저녁이나 한번 하자고 한 모양이다.

별 도움도 안 되는 일손들인데....

 

김여사는 또 몸이 시원찮아서 함양 큰딸네 집에 데려다 놓고

함양에서 친구를 태운 후, 왔던길 되돌아서 남해로 간다.

남해라고는 하지만 창선대교 지나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보천 마을이라는 곳으로

삼천포에서 가까운 동네다.

 

가기전 장어를 사기 위해서 삼천포 어시장에 들렸다.

가본 지가 몇 년이 지난 삼천포 어시장은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변해 있었다.

 

 

전어축제 기간이라는데 전어가 별로 없고, 많이 비싸다.

장어도 반건조도 아닌데 1kg에 25,000원으로 싼 가격은 아니다.

휴가철이어서인지 대부분의 어류들이 비쌌다.

 

우야던둥

친구 집에 도착 후 대구에서 온 친구 부부까지 합쳐서 신나게 소주를 마셨다.

1차를 먹고, 바닷가 산책 후 오랜만에 개구쟁이가 되어서 바닷물에도 들어가 본다.

 

 

 

마을 바닷가 산책이 끝난 후 그냥 잤으면 좋으련만

오랜만의 모임이 흥에 겨워, 친구와 더 마신 맥주의 후유증이 뒷날까지 무겁다.

 

 

 

 

 

둘째 날은 일찌감치 고향집으로 향한다.

딸내미 집에서 고양이와 잘 놀고 있는 김여사를 태워 고향집으로 간다.

도착 하자마자 드럼부터 설치해 본다.

구입 후 한 번도 제대로 된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한번 해 봤다고 설치는 쉽게 한다.

전자드럼 전용 앰프와 지난번 전자기타용 앰프 2대를 연결했더니 소리가 우렁차다.

특히 베이스 킥 드럼의 울림이 아주 좋다.

역시 성능을 모르면 비싼 게 좋은 거다.

창문을 닫으면 기타용 앰프의 조명등이 분위기를 한껏 더 올려준다.

 

 

 

 

드럼 설치 후

지금까지 소음으로 인해 마음대로 못 쳤던 것을 맘껏 칠 수 있었다.

거의 매일 3시간 정도는 두드렸던 것 같다.

나중에는 허리가 아프기도 했다.

김여사는 허리 다친다고 걱정이다.

 

휴가 기간 동안 아침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사는 나가서 먹었다.

인월에 마당쇠에서 삼계탕도 먹고,

함양 꿀꿀이와 숯불에는 몇 번을 간 것 같다.

화요일 저녁은 제수씨 생일이 겹쳐서 가까운 청학산에서

한식을 대접했다.

자기 생일도 잊고 사는 제수씨가 안 돼 보이기도 하고

또 잊지 않고 챙겨주는 김여사가 고맙기도 하다.

 

더운 오후에는 사과밭 옆 계곡에서 쉬었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오래 담글 수는 없지만 10분만 담가도 여름을 잊을 듯하다.

매일 사과밭에를 나갔다.

 

 

마을 뒤쪽 임도도 잘 닦아 놓았다.

헛소문인지 모르겠지만 함양에서 방귀 꽤나 뀌는 이가 마을 뒤쪽의 산 주인이란다.

그 주인의 힘인지 아무 필요가 없어 보이는 곳에 임도를 잘 닦아 놓았다.

 

이 길도 예전에 나무하러 다니던 길이다.

이 길을 거쳐서 가까이는 실봉, 작은정지, 큰정지,오도재, 멀리는 버밤이라고 부르던 법화산 까지 하루 두 번

지게질을 하던 곳이다.

 

 

 

 

승용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닦아놓은 임도 옆 냇가에는 벌써 누군가가 천막을 쳐 놓고 있다.

저 위쪽 다리 위에도 주인을 알 것 같기도 한 반찬통들이 물에 담겨져 있다.

이곳도 알려지기만 하면 사람들이 들끓어서 다 버려 놓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다행인지 아닌지 아직까지 오도재로 연결 부분이 몇십 미터 정도 공사를 하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

오도재 올라가는 큰길 옆 계곡에는 벌써 천막을 치고 쓰레기로 어질러져 있다.

 

제발 시골에 놀러 왔다 가는 사람들이 흔적을 안 남겼으면 좋겠다.

 

오도재에는 여전히 서늘하다.

제1관문 누곽 위에는 산 위에서 불어오는 지리산 바람에 간 까지 시원하다.

아침일찍에 없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꾸 늘어난다.

작년에 갔을 때는 압력밥솥까지 가져다 놓고 살림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눈살을 찌푸렸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고향땅에 단 하나 불편한 것이 있었으니 앞집에 살고 있는 닭들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가로세로 1m쯤 되는 좁은 곳에 암탉 6마리와 수탉 4마리를 넣어놨다.

이 닭 새끼들 땜에 잠을 못 잔다.

너무 더워서 닭도 정신줄을 놓은 건지 시도 때도 없이 울어재낀다.

저녁 9시부터 아침 9시까지 매 한두 시간 간격으로 운다.

4놈이 교대로 우는데 이놈들이 울면 아랫집에 있던 다른 닭들도 같이 운다.

돌림 노래를 부르듯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목청이 터져라 운다.

그러다 보면 개까지 같이 짖고.....

전부 아랫집 영감님 닭인데 욕심이 많아서인지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은 안중에 없다.

다른 아랫집에 귀농해서 살고 있는 약간 젊은 2 남자가 있어서 물어봤더니

자기들도 시끄러운데 동네 말썽 일어키기 싫어서 참고 있단다.

동생에게도 이야기했더니 며칠만 참으면 되니까 그냥 두란다.

참지 못하고 뒷날 영감님께 "장닭만이라도 좀 옮겨 주십사"하고 이야기했더니

안 된단다.

니미럴 자기 땅도 아닌데 단칼에 안 된다고 하는 노인네의 뻔뻔함이 우습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자기네 집도 아니고, 조카들 집을 그냥 들어앉아서 사는 바람에

정작 집주인들은 고향집에 오지도 못한다.

내년에는 진주로 간다니 믿어 볼까나....

이 노인네는 진주에 좋은 집에 부인이 살고 있다.

아들 딸 두면의 자식들도 결혼을 해서 진주에서 잘 살고 있고.....


마지막 날

차를 닭장 문 앞에 정면으로 주차를 한 후 저녁에 울 때마다 원격으로 전조등을 켰더니

조용해졌다.

아마 3번 정도 했던 것 같다.

진작 해볼걸...


닭소리가 시끄러우면 사과밭에서 자라고 동생이 권한다.

해서 사과밭에서 자려고 갔더니 이곳은 또 멧돼지 사냥꾼들 땜에 시끄럽다.

자정쯤 된 시각에 개가 심하게 짖는다.

뭔가 하고 봤더니 불을 켠 차 한 대가 올라간다.

나중에 알아봤더니 멧돼지 사냥꾼들이란다.

이 사람들이 사과밭 위에 차를 세우고는 한 번씩 움직이니 움직일 때마다

개가 사납게 짖는다.

결국 사과밭에서도 제대로 못 잤다.

 

 

결국 잠자리 때문에 계획보다 조금 빨리 귀가를 하였다.

역시 지리산 골짜기보다 창원은 많이 덥다.

태풍이 오고 있다는데도 후덥지근 한 날씨에 에어컨이 쉴새가 없다.

갑자기 청정지역을 벗어나서 인지

장염까지 겹쳤다.

설사로 몇 번을 화장실만 들락거리더니 뼈마디가 쏙쏙 아린다.

결국 병원에서 링거 한팩을 맞고 나서야 조금씩 돌아올 수 있었다.

긴 휴가의 끝은 링거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