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썼던 글인데 무슨 사유에서인지 다음 측에서 블라인드 처리를 했다.
아마 예를 든다고 고구마로 만든 포경수술 사진이 성기 사진이라고
그랬던 것 같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 로오~~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오늘은 예전 군대에서 흔하게 했던 고래잡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이거말고..
예전에는 군대에서 고래를 많이 잡았다.
특히 해군 같은 경우는 배안에서 수술을 하는데 군의관이나 의무부사관들이 없는 고속정에서는
의무병들이 많이 수술을 해 줬다.
천장에는 둥근 조명등이 나를 환하게 비추고
주치의를 중심으로 한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드디어 시작이다.
"메스!"
..........는 아니고......
천장에는 사용한 지 몇 년이 됐는지도 모르는 힘 잃은 환풍기가 비실비실 돌아가고 있고
그 아랜 빛바랜 형광등 한 개가 가물거린다.
섭씨 40도가 넘는 기관실 바닥에 깔린 군용 모포 위
난 아랫도리를 드러내고 새색시마냥 수줍게 누워있다.
주변에는 이쁜 간호사들 대신
뭔 구경한다고 모였는지 모를 군바리들이 둘러싸고 신기한듯 구경을 하고 있다.
집도의 선생님은 해병대에 파견까지 다녀오신
경험 많은 상병 말호봉 계급장을 단 의무병이다.
이 집도의님 말씀으로는 자기가 잡은 고래가 일렬로 세우면 우리 배 선수에서 선미까지
줄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
집도의 선생님의 경험에 경의를 표한다.
집도의 선생님은 철 지난 달력을 여러 번 접어서는 가운데를 찢고
내 고래에 끼운다.
그래 고래 아니고 번데기다. 미안!!
정확하게 맞다.
경험이 많다는 주치의 선생님께 상병이라는 계급장 때문에 괜히 의심을 해본
나 자신이 미안하다.
수술 전 주치의 선생님은 자세한 설명을 한다.
"여기가 표피고, 이 안에 혈관들이 많아서 조심해야 하고,
여기는 신경부위라서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이고, 한 시간 정도면 끝날 겁니다"
내 고래를 잡고, 지 고추 이야기하듯이 설명을 잘하는 선생님께 한번 더 믿음이 간다.
이분은 아마 EBS에 '명의'이라는 프로에 나갔을 것 같다.
주변에 구경하는 놈들도 신기하다는 듯 더 고개를 숙이고 집중한다.
웃기는 놈들이다.
지들도 다 있는 것이고만.
"이제 시작합니다."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수술이 시작된다.
"처음에 마취 주사 놓을 때는 조금 아픕니다"
그러면서 주사를 놓는다.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이다.
조금이 아니다.
많이 아프다.
새색시마냥 앙탈을 부려본다.
그러나 주치의 선생님의 손길은 망설임이 없다.
경험 많은 주치의 선생님만 믿고 난 조용히 천장을 보고 있다.
주변이 조용한 것을 보니 수술이 잘 되어 가는 모양이다.
초조함 속이긴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30분은 훌쩍 넘은 것 같다.
예상대로라면 지금쯤은 서서히 마무리가 들어갈 시간이다.
구경꾼들도 신기한 듯 같이 몰입을 한다.
잘 되어가고 있나보다.
어느 순간
아래쪽이 따끔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그 강도가 자꾸 심해진다.
이젠 참기가 어려울 지경까지 됐다.
40분이 지나고 나니 이젠 생살을 찢는 느낌이다.
"아직 멀었냐"고 물어보니 대답이 없다.
옆에 있는 구경꾼 녀석들도 얼굴색이 안 좋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불안한 마음에 얼굴을 들어서 내 아랫도리를 바라보니
처참하기가 이를 데 없다.
바짝 쫄아든 번데기 한 마리가 피투성이가 되어서 나를 바라본다.
이제 겨우 껍데기를 잘라내고, 아직 따 꿰매지도 않았다.
의무병 (이제부턴 주치의 선생님이 아니고 의무병이다.)녀석은 사색이 되어서
달달 떨고 있다.
손까지 달달 떨고 있는 게 더 불안하다.
이 무더운 기관실 안에서 개 떨듯이 손을 떨고 있는 저놈은 분명히 수전증이 있는 것 같다.
손을 달달 떨면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녀석이 당황스럽다.
늦은 수술과 반대로 시간은 너무 빨리 가서 마취가 깬 지가 이미 오래다.
생살을 꿰매는 통증에 식은땀이 절로 난다.
그렇잖아도 더운 기관실이 더 덮다.
"아직 멀었냐?"
깨문 입술 속으로 통증을 삼키며 녀석에게 물어본다.
대답을 제대로 못하던 녀석이 이제서야 실토를 한다.
"사실 보조는 몇 번 해 봤지만 직접 하는 건 처음입니다."
이런 튀길 놈을 봤나?
감히 교반장을 상대로 실험을 해..
상관 모독죄는 평시에는 콜라 한병과 바꿀 수 있지만 전시에는 사형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평시구나..
아 미칠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내가 급하다.
더 이상 갈궜다가는 이 녀석은 더 당황을 할 거고 그러면 내 고추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야 대강 끝내라"
너무 통증이 심하다.
"그래도 실핏줄은 잡아야 되는데요.."
"야 죽을래 빨리 끝내"
이놈이 손을 더 떤다.
내가 저 시키의 손이라도 잡아 줘야 하려나보다.
아~~내 새끼는 무사할 수 있을까?
이러다가 국방일보에 나오는 것 아녀?
해군 하사 뭐시기 기관실에서 고래 잡다가 전사!
고래 잡다 죽어도 순직이 될랑가?
피범벅으로 쪼그라든 내 고추를 바라보니 처량하기 그지없다.
옥구슬에 금구슬을 달아주지는 못할망정 피투성이라니...
대강대강 마무리를 시키고 나서 머리맡에 담배 한 보루를 안 받으려는 녀석에게 건넨다.
당시엔 수술비는 담배 한 보루로 퉁쳤다.
뒷날 아침이 되어서 보니 더 무섭다.
실핏줄을 제대로 못 묶은 관계로 전체가 시커멓다.
이러다가 썩는 것 아녀....
다행히 기능상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이제 새벽마다 전쟁이다.
이 녀석은 아침마다 무슨 바쁜 일이 있는지 주인보다 먼저 일어나서 미치게 한다.
귀를 파고 애국가를 불러도 해결이 안 된다.
혹시 주변에 귀 파면서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100% 고래잡이 한 사람이다.
혈기왕성한 젊은 녀석은 아침마다 힘차게 기상을 해서는 주인을 괴롭힌다.
다행히 수술이 실패하지는 않았나 보다.
배에 직별장들은 더 괴롭힌다.
경비를 나갈 때 명화(?) 비디오를 몇 개씩 빌려 나간다.
몇 시간 동안 바다 위에 무료하게 있어야 하니 명화라도 감상을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 양반들이 내게 너무 친절하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출항 시 기관실이 내 위치지만
고래를 잡은 것을 안 직별장님들은 내가 힘들까 봐(?)
사랑을 베풀어 주셔서 침실에 딱 앉혀서는 명화를 강제로 감상하게 해 주신다.
우리의 사랑스런 갑판장과 기관사님은 나를 사이에 딱 끼우고는
눈도 못 돌리고 명화 감상을 시키신다.
이럴 때는 당직도 빼 준다.
니미럴 참 친절하고 정 많은 해군이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자다 깨다를 반복한 고래는 죽을 고생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고래를 잡은 며칠 후에 발생했다.
직별장인 기관사에게는 보고를 했지만 장교들에게는 보고를 하지 않고 수술을 했는데
군인정신이 투철하신 정장님께서 그 사실을 알아버렸다.
2 사관학교 출신으로 똘아이라고 소문난 정장님은 군 전투력을 손상시켰다고
기관실 굴뚝에 엎어놓고 빠따를 치신다.
이 인간은 장교들도 사병들 보는 앞에서 빠따를 치는 놈이다.
엉덩이에 빠따를 맞다 보니 난 자연스럽게 기관실 굴뚝에 비비게 되고
결국 약한 곳의 실밥 몇 개가 터졌다.
나중에 다시 꿰매기는 했지만 참 징한 놈이다.....
그렇게 한순간의 판단 미스로 못 쓸 것 같았던 내 거시기는
무사히 살아나서 아들 딸 셋이나 낳고 잘 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난 무슨 결정을 할 때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
인생이 걸린 결혼 문제도 김여사의 첫인상이 좋아서 만나지 4주 만에
네 번째 만난 곳이 내 결혼식장이었다.
그렇게 만난 김여사와도 몇십 년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전자제품을 사거나 자동차를 살 때도 항상 매번 그랬다.
그래서 중복 투자도 많고 후회도 많이 한다.
그것 또한 내 인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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