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가는 이야기

월평의 봄날

by 머구리1 2021. 5. 16.

금요일 저녁

빠르게 퇴근을 해서 함양으로 향한다.

큰애네 집에서 저녁 겸해서 광어회 한 접시에 청주 한 병을 비웠다.

큰애도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

넷이서 하던 일을 두사람이 휴직을 내는 바람에 둘이서 한다고 

매일 야근을 하고 있고, 토요일 일요일에도 출근을 하고 있다.

7월에 인사이동이 있을 때 까지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해야 한단다.

공무원들이 놀고 먹는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놀고 먹는놈도 있겠지만 

힘들게 일하는 이들도 많다.

 

2주만에 찾은 오도재 아래 고향마을은 빠른 세월만큼이나 푸르게 변해 있다.

사과밭 은 이제 완전한 초록잎들이 남은 열매를 열심히 키워 나가고 있다.

 

 

 

솎아내기가 끝난 사과나무의 선택받은 열매들은 제법 실하게 컸다.

이런저런 이유로 맺힌 열매의 90% 이상은 선택받지 못해서 제거된다.

남은 열매 중에서도 시원찮은 놈들은 계속해서 솎아내질 것이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찾지 못해서 

올해는 솎아내기 작업이 많이 늦어졌다.

요즘은 농사도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못 짓는다.

양파, 감자, 마늘 등 단순 작업에서부터 과수원의 수정 작업 솎아내기 전정작업등

제법 전문성을 요하는 농사일들까지도 외국인 노동자가 대신하고 있다.

기계화 하지 못하는 농사일들은 이들이 없으면 어렵다.

덕분에 이들의 인건비는 자꾸 올라간다.

한때 공사판에서도 흔히들 한국인이라고 착각하는 중국인인 조선족들의

행패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일당 안 올려주면 일 안한다.

외노자들이 한국인 임금을 내려놓았다가 

결국은 그들에 의해서 다시 올라간다.

 

 

부사보다 먼저 솎아내기를 한 홍노는 '난 다르다'는 표시를 하듯 색깔이 변해 있다.

홍노는 상품성은 좋으나 장기보관이 어려워 많이는 못하고 있다.

홍노는 주로 선물용으로 많이 팔린다.

내 입맛에는 홍노보다는 부사가 좋다.

이곳이 해발이나 토양이 사과와 맞는건지 

아니면 사과 품종이 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사과맛은 참 좋다.

 

 

사과꽃의 수정을 위해서 가져다 놓은 벌통이다.

작년까진 다른 사람이 벌통을 가져다 놓았다가 철이 끝나면 가져갔는데

올해는 동생이 직접 관리한단다.

 

 

벌통에서 미리 따놓은 꿀이다.

사과꽃과 다른 꽃들이 같이 섞여있는 꿀이라는데

요즘 구하기 어려운 설탕없는 진짜 꿀이다.

두통이나 담아줬다.

안 받으려는 제수씨께 김여사가 첫 수확물이라고

억지로 돈을 쥐어준다.

한번 더 딴다는데 여동생들 꿀까지 챙길 모양이다.

 

아침에 이 꿀을 먹고 두드러기가 나서 급하게 병원을 다녀왔다.

김여사와 나눠 먹어려고 종이컵에 한 컵을 따랐는데

김여사가 조금 먹고 마는 바람에 아까워서 한 컵을 다 먹었더니

한 시간쯤 후에 전신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

급하게 읍내에 있는 병원에 가서 주사 한방 맞았더니 조금씩 가라앉았다.

시골이라 그런가 병원에 의사도 웃긴다.

 

의사:어떻게 오셨어요?

나:두드러기가 나서 왔는데요.

의사: 주사 한방 맞으세요.

 

다른 일체의 질문도 없다.

두드러기가 나는 이유가

피부 알레르기 일수도 있고, 식중독일 수도 있고,

몸에 안 맞는 음식을 먹어서 일수도 있을 텐데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주사 한방 맞으란다.

한 달 전쯤 팔에 풀독이 올랐던 김여사도 혹시나 해서 진료를 같이 받았는데

주사나 처방전이 내 것과 똑같다.

단지 연고 하나가 더 있다는 차이...

약국에 약사도 웃더라.

더 신기한 것은 그 주사를 맞으니 내 두드러기가 낫더라는 것이다.

 

 

 

병원에 다녀와서는 고구마를 심었다.

작년에는 4 고랑만 심었는데 올해는 8 고랑을 심었다.

여동생들이 가져갈 고구마가 적어 보였던 모양이다.

나눠주는 것 좋아하는 동생이 많이들 먹어라고 두배로 많이 심었다.

 

 

고구마 심는 도구다.

처음 보는 것인데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이것으로 하니 손으로 파지 않아도 되고 속도도 아주 빨랐다.

 

 

 

고구마를 다 심고 도착한 시골집에는 지난번에 심은 자두가 잘 살아났다.

이건 피자두 나무인데 아래위에 골고루 순이 잘 났다.

아래쪽 순은 미리 다 제거를 했고

늦은 가을쯤에는 위쪽에 3가지 정도만 남기고 모두 잘라내야 한단다.

 

 

 

 

왕자두나무는 아래쪽만 순이 났다.

위쪽에 많이 나야 하는데 위에는 영 시원찮다.

여름에 어떻게 자라날지 보고 전지를 해야 할 것 같다.

 

 

대추나무는 순은 잘 났는데 여전히 약하다.

아래쪽 2줄은 순을 제거했다.

 

 

너무 약한 대추나무는 지주대를 세워서 바람에 넘어지지 않게 했다.

저 약한 녀석이 제대로 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무들이 세 그루 모두 조금 시원찮아 보여서 바닥에 검은 비닐을 덮어줬다.

인터넷에 보니 바닥에 비닐을 깔아주면 두배 정도 빨리 자란단다.

맞는지 모르지만....

 

남은 오후시간에는 집에서

오랫만에  드럼을 실컷 두드렸다.

드럼소리가 시끄러울 저녁시간에는 

기타로 한 시름을 풀었다.

속이 어지러울 때 한시간쯤 기타를 만지면

많이 가라 앉는다.

마당 끝에 작약이 환하게 피었다.

작년에 대가 너무 지저분하게 많이 올라와있어서 전부 베었는데

새순이 새꽃을 예쁘게 피웠다.

그나저나 작약 옆에 저 잎은 뭔지 모르겠다.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잘 자란다.

 

토요일 저녁에는 봄비 같지않은 폭우로 밖이 시끄러웠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여름인듯 쏟아졌다.

날씨도 이제 제정신이 아닌게지....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말 나들이  (0) 2021.06.05
초등학교 동창  (0) 2021.05.27
어버이날  (0) 2021.05.08
봄 추위  (0) 2021.05.03
21년도 종합건진  (0) 202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