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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초등학교 동창

by 머구리1 2021. 5. 27.

한 달 전쯤 초등학교 동기 단톡방에 어느 친구의 지원 요청 글이 올라왔다.

KBS '아침마당'인가 하는 프로그램에 아마추어 가수들의 경연장이 있는 모양이다.

그곳에 제부의 담임목사 제자가 나오는데 여기에 투표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제부의 조카도 아니고 목사의 제자라는 사람에게 지원좀 부탁한단다.

지원 덕분인지 그 친구는 2승을 했다는 소식과 함께

한번 더 부탁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대다수의 출연자들이 가지고 있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특별한(?) 사연과 함께

결국 그 친구는 3승을 한 모양이다.

 

그러더니 이틀 전쯤 또 다른 친구가 단체 카톡방에 똑 같은 지원 요청을 해 왔다.

이번에는 친구의 조카랜다.

내 조카도 아니고, 친구의 조카....

하긴 위에 제부의 목사의 제자보다는 조금 더 가깝나?

역시 건강이 안 좋단다.

이번에도 꽤나 많은 친구들이 전화를 해 준 모양이다.

이 친구도 덕분에 1승을 했다고 다음 주에도 부탁을 한단다.

이렇게 해서 가수의 길로 들어서는 또 다른 길이 생겼다.

 

난 애시당초 이런 일에 관심도 없고

현시대의 음악 트렌드가 되어버린 트롯을 좋아하지 않다보니 

마음이 동하지도 않지만...

결국은 경연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것이 동원력 싸움인 것 같아 씁쓸하다.

얼마나 많은 지인을 동원할 수 있는가에 따라서 실력하고 상관없이 우승을 한다.

예전에 저 비슷한 프로를 보면서 잠시 동안에 몇 만 명이 투표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순식간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투표에 동참할까?

또 유료로 투표를 해야 하는데...

결국은 동원된 투표단이었다.

TV를 보지 않고도 안내된 전화번호로 전화만 하면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다.

 

초등학교 동창회를 만든지는 몇 십년이 됐지만

내가 들어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바빠서, 또 생각이 없어서인지

몇몇 보고 싶은 친구들이 있었지만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가 동창회 주관기수가 됐다고 찬조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고

차마 비켜갈 수 없어서 찬조를 하게 됐고

그 이듬해 거둔 돈이 남았다고 동창회비에서 반을 대고

개인이 반을 부담해서 제주도로 여행을 간 인연으로 

그다음 해 총동문회까지 참석을 하게 됐다.

총동문회가 끝나면 같은 동기들끼리 모여서 펜션을 잡아서는 일박을 한다.

 

하지만 두 번 참석을 해보니 내가 생각한 '단순한 예전 초등학교 시절

추억으로 만나는 친구 모임,이 아니었고

이미 그곳은 경제력에 의한 계급이 정해져 있었다.

고향에 살면서 온갖 궂은일 다하는 친구는 

구석에서 고기 장만하고 고기 굽고 다 하지만

와서 같이 먹자는 친구는 없이 그냥 동네 머슴 취급이고

보란 듯이 찬조를 한 친구들은 방 안에서 잘 대접받는 듯해서

같이 간 친구에게 물어보니 매번 그랬단다.

너무 아닌 것 같아서

소주 한병을 들고 고기굽는 친구에게 가서

술한잔을 나눴지만 이미 친구는 그 풍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미 대장질 하는 놈이 있었고

그 앞에서 알랑방귀 뀌는 친구들이 생겼다.

여자 친구 어찌해 보려고 수작 거는 놈도 보이는 것 같고,

동창회비를 털어 먹은 전력이 있는 놈들도 있었다.

'우리나라 가정 파괴 일 순위가 초등학교 동창회고

이 순위가 인터넷 산악회'라는 

인터넷 기사가 와닿았다.

나도 노는 것 좋아하고 또 놀때는 어느 누구보다

재미있게 놀지만 이건 아니었다.

 

그 뒤론 참석을 하지 않았고

마음 맞는 친구 두어 명과 가끔 소주 한잔씩 한다.

단체 카톡방도 나왔는데 자꾸 초대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소식들은 보고 있다.

 

내 성격이 그렇게 까칠하지는 않은데

나이가 들수록 사람 사귀는 일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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