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가는 이야기

주말 나들이

by 머구리1 2021. 6. 5.

집 주변에 산행하기 좋은 곳이 제법 있다.

한 시간 코스부터 열 시간이 넘는 코스까지 집에서 나와서 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맘에 맞는 코스를 잡아서 산행을 하기 좋다.

김여사가 아프기 전에는 둘이서도 자주 다니고 

어느 때는 나 혼자서도 다니던 길인데 어느 시기부터 잘 안 가게 되더니

이 길을 가 본적이 일 년은 넘은 것 같다.

 

한때 이 길중 꽤 힘든 코스를 한달에 한두번씩 다닌적이 있다.

집에서 출발해서 정병산 정상에 올라서 물한모금 마시고

쭉 산 타고 가서 도청 뒤쪽 용추계곡 쪽으로 내려와서는

운동화로 갈아신고

큰길쪽으로 나와서 명서동을 거쳐서 집으로 뛰어오는 코스다.

처음에는 일곱 시간정도 걸리던 것이 나중에는 다섯 시간까지

줄어들긴 했지만 한여름에 하기에는 날시가 너무 더워서 많이 힘들었다.

 

 

 

원래는 주말에 고향에를 가려고 했었다.

마당가에 심어둔 자두나무와 대추나무의 근황도 궁금하고

오랜만에 가서 기타와 드럼도 졸 즐기고 싶었는데

여동생들이 부부끼리 모이기로 했다고 해서

김여사가 불안해 하는 관계로 우린 빠지기로 했다.

 

토요일 집에 있어봤자 낮잠만 잘 것 같아서

혼자서 물 한병만 들고 길을 나섰다.

처음 생각은 대여섯 시간 코스를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산행이어서 인지

봉림산과 소목고개 넘어서 약수터까지만 다녀왔다.

이 코스는 대략 왕복 12km 코스인데 산이 험하지 않아서

서너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등산로 길가에 지천으로 깔린 산딸기가 제철인 듯 한껏 피어있었다.

잘 익은 열매들로 제법 배를 채울수 있었다.

야생으로 익은 것이라 예쁘기도 하지만 맛도 기막히다.

 

 

싸리꽃도 만개를 했다.

고향에서는 싸리를 비아리라고 불렀는데 

이건 묵은비아리라고 부르던 것으로 비짜루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하고

새순으로 곧게 난 싸리는 주로 바지개나 소쿠리를 만드는데 사용했다.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길인데 누군가가 길을 잘 관리해 놓았다.

어느 때는 풀을 베지 않아서 길이 험할 때도 있고

또 멧돼지들이 나오는 길이어서 약간은 어수선한데 길가에 풀을 베어서

깨끗하게 해 놓았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다 보니 이날도 두 시간 동안 한부부 외에는 마주친 사람이 없다.

 

 

반대로 길 반대편 골프장 쪽은 철조망이 을씨년스럽다.

멧돼지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서 설치했다는데 좀 아래쪽으로 설치를 해 놨으면 좋으련만

골프장 땅끝까지 철조망을 설치한듯 하다.

 

 

 

그 안쪽에는 "연신 사장님 나이스 샷"이 울려 퍼진다.

이 뜨거운 날씨에도 골프장에는 사람이 많다.

 

 

 

손 빠른 이들은 벌써 죽순을 뽑아가고 있다.

아직 어려서 먹지도 못할 죽순을 뽑아서는 버려놨다.

망할 놈들...

 

 

 

무슨 나무인지 모를 나무에 신기한 열매가 맺혀있다.

이 나무는 두 번째 본다.

전에 진주에 있는 야산에서 이 나무를 본 적이 있다.

열매가 산딸기하고 똑같이 생겼는데 나무는 산딸기나무가 아니다.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알지 못하는 열매여서 맛도 보지 않았다.

산딸나무는 아니다.

잎도 다를뿐더러 산딸나무의 경우 열매가 가을쯤에 익는다고 한다.

 

PS:인터넷에 다시 찾아보니 닥나무란다.

약용 및 식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단다.

닥나무
닥나무 꽃

 

 

 

 

이 나무도 예전에는 많았는데 요즘은 보기 힘들더니 여기서 본다.

나무 이름을 모르겠는데

배고프던 시절 

찔레도 손 빠른 이들에게 다 뺏기고 나면 이 순을 꺾어서 먹었다.

새순이 나오면 잎을 제거하고 나서 줄기만 먹는데

찔레만은 못하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소목고개에 있는 개복숭아 나무도 손 빠른 사람이 벌써 다 따갔다.

손 닿지 않는 곳에 몇 개를 남겨놓고

조금 높은곳은 가지까지 부러뜨려 가면서 모두 훑어갔다.

그냥 보기 좋게 두면 좋으련만....

그런 맘으로 가져간 열매가 무슨 약이 될까?

 

 

 

돌아오는 길에 보니 누군가가 또 대밭에 죽순을 저렇게 해놨다.

먹지도 못할 것을 잔뜩 뽑아다가는 저렇게 해 놨다.

올라갈 때 본 부부 외에는 온 사람이 없으니 그  사람들이 한 짓인 것 같다.

웬일로 가까운 곳에 오는데 큰 배낭을 멧드라니....

참 사람들....

 

 

집을 3km쯤 남겨놓은 휴직처

이곳을 지날 때마다 항상 올라가서 쉬는 곳이다.

뒤쪽엔 이것만 한 바위가 하나 더 있고

등을 기댈 수 있는 아름드리 귀목나무도 있어서 쉬기가 참 좋다.

아래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 또한 일품이다.

숲이 우거지지 않을 때에는 아래쪽에 남해 고속도로에 바삐 오가는

차들도 구경할 수 있다.

 

 

오랜만에 한 산행이어서 피곤하다.

오는 길에 냉면 한 봉지를 사다가 시원하게 끓여 먹었다.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월의 산골  (0) 2021.06.13
차선으로 보는 주차위반  (0) 2021.06.10
초등학교 동창  (0) 2021.05.27
월평의 봄날  (0) 2021.05.16
어버이날  (0) 2021.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