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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어버이날

by 머구리1 2021. 5. 8.

십육칠년 전에 부모님이 일년 사이로 두분다 돌아가시고

행하지 못한 효로 인해 후회가 많았고

내가 하지 못한 효가 부끄러워 세명의 자식들에게도

한번도 효라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매년 어버이날은 돌아오고

세명의 아이들은 매번 부모를 찾는다.

나 또한 이제 어버이날엔 뭔가를 받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스스로에게 많이 부끄럽고

이미 떠나버린 부모님께 죄스럽다.

 

 

토요일

어버이날이라고 안양에 멀리 떨어져 있는 둘째가 왔다.

둘째의 갑작스런 이벤트에 웬만해선 울지 않는 김여사가 

눈물을 흘렸다.

암 진단을 받을때도 울지 않았고

웬만한 감동이나 이벤트에는 눈물이 나오지 않는 강골 김여사인데

둘째의 이벤트에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둘째는 참 긴 사춘기를 겪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작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한참을

사춘기를 겪은 둘째는 엄마를 많이 힘들게 했다.

애가 셋 있는 집에 둘째들이 흔히 격은 일이긴 하지만

스스로 조금은 소외됐다고 느꼈는지 유달리 주변 사람들이 힘든 사춘기를 보냈다.

그 긴 사춘기는 영국에 2년 동안 있으면서 많이 좋아졌고

다시 돌아와서는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직장에 자리를 잡았다.

많이 크지 않은 IT 기업이지만 계속해서 신입사원이 들어오고 있을 만큼

발전을 하고 있고,

장시간 노동도 없을뿐더러 금요일엔 재택근무도 가능하단다.

자신이 하고 싶던 컴퓨터 관련 일이어서 적응도 잘한다.

 

아들내미가 누나대신

저 총으로 돈뭉치 이벤트를 하는 순간

둘째의 긴 사춘기가 생각난 김여사의 맘속에 눈물이 솟았나 보다.

이제 막 시작한 직장생활에 많지 않은 월급에서 만들었을 저 돈 때문에

한 달을 어렵게 살아야겠지?

 

엄마 아빠 용도 안 줘도 되니 스스로가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둘째의 이벤트

 

같은 날 배달 온 큰애의 선물이다.

요즘 미세먼지 심하다고 선물 한 모양이다.

김여사 말로는 인터넷 최저가로도

백오십만 원이 훌쩍 넘는 것이란다.

큰애도 요즘 사무실에 인원이 많이 빠져서 힘들어하던데...

뻔한 공무원 월급에

이 녀석도 한 달간은 또 궁핍하게 살아야 할 듯하다.

김여사에게

알아서 세녀석 다 용돈 좀 넣어 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큰애에게나 다른 녀석들에게나 짐이 되지 않는 노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지금 계획대로 특별한 일만 없으면 최소한 애들에게 경제적으로는

짐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많은 재산을 물려주진 못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삶을 보여주고 싶고

짐이 되지 않는 삶이면 좋겠다.

 

 

막내인 아들 녀석이 준비한 저녁상이다.

물론 스스로 요리를 한 것은 아니고 

배달한 것이지만 누나들 따라서 이런 이벤트는 잘한다.

세 녀석이 다 아빠를 닮은 것인지 이벤트는 잘 한다.

둘째 누나 때문에 사춘기도 한번 못해본 녀석인데....

아들 녀석에게는 매번 미안하다.

둘째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던 김여사가

아들내미 사춘기 무렵

"너까지 힘들게 하면 엄마 죽는다"라고 협박(?)하는 바람에

이 녀석은 사춘기를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그냥 범생이의 인생을 살고 있다.

아직 취업도 못하고 매일 공부한다고 도서관에 

출퇴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녀석 또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겠지.

 

세녀석이 모두 스스로에게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많은 돈을 벌지 않아도 좋고

권력이나 명예가 없어도 좋다.

그냥 스스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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