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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고향의 봄

by 머구리1 2021. 4. 18.

한 달에 한두 번은 고향을 가는데

이번엔 조금 늦어져서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매번 가는 고향이지만 고향집은 푸근하다.

읍내에 큰딸이 새집을 사서 살고 있지만 

읍내에 새집보다는 고향집 잠자리가 훨씬 편하고

몸도 개운하다.

아무래도 기氣라는게 있나 보다.

 

유난히 따뜻했던 올해여서인지 벌써 봄나물이 많이 피었다.

두릅은 벌써 두벌순이 나오고 있고

취나물과 고사리는 때가 맞는 것 같다.

지천으로 널린 취나물을 제법 한보따리 뜯었다.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는 더 빠른 것 같다.

 

뒤안 담벼락 위 공간에 지난번에 심은

정구지와 쪽파도 잘 살고 있고

구석쪽에 몇 포기 옮겨 심은 달래도 잘 자라고 있다.

조금 더 번지길 바라는 마음에 손대지 않고 두었다.

 

 

이번엔 마을 길가에 있는 방아도 두 포기 캐다 심었다.

이 마을에는 원래 방아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젠 마을 이곳저곳에 자생하는 방아가 꽤나 많다.

빈 집터로 있던 6촌 동생네 마당에도 많았는데

그 마당은 동네 후배가 밭으로 일궈놓는 바람에

마당에  잡초가 다 없어졌다.

잡초와 더불어 다른 풀들도 모두 없어졌다.

 

담장을 쌓은 곳 주변 흙터에는 생명력 강한 환삼덩굴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온다.

이게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번져나가는 놈이어서

눈에 보이는 대로 뽑아내긴 했지만 눈에 띄지 않는 놈들이 더 많을터....

새로 공사를 한 옆집 마당에는 환삼 덩굴이 천지다.

옆집에는 제초제라도 써야 할 것 같은데 주인 없는 빈 공터로만 남아있으니

그렇게 하긴 어렵겠고,

조만간 환삼덩굴 풀밭이 되지 싶다.

 

 

가는 날이 장날이어서 시장에 들러서 과실수 세 주를 샀다.

함양 장날은 2일과 7일이어서 시장에 가보면 여러 가지 구경거리도 있다.

시장이 작아서 3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자두나무는 한 그루만 심으면 열매가 잘 안 열린다는 장사꾼의 말에

피자두와 왕자두 두 그루를 심었고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왕대추 나무 한 그루도 맨 끝쪽에 심었다.

파는 이의 말대로 물을 잔뜩 주고 거름도 한 포대 구해다가 골고루 

나누어 뿌렸다.

 

 

그런데

뒷날 사과밭에 갔더니 동생이 사과밭에도

자두나무를 서너 그루 벌써 심어 놓았다.

체리도 세 그루 심어놓고

무슨 복숭아라고 하는 특이한 복숭아도 두 그루 심어 놨더라.

마음 씀씀이가 세심한 동생이 식구들 먹이려고 벌써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사과밭에 심어놓은 동생의 묘목들을 보니 내가 잘못 심은 것 같다.

동생의 묘목은 접 붙인 부위가 땅 위로 올라와 있는데

난 너무 얕게 심어지는 것 같아서 전부 접붙인 부위가 땅속으로 가게 심었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하면 안 된단다.

접붙인 곳이 땅속으로 들어가면 접목에서 뿌리가 날 수 있고

접목에서 뿌리가 나면 원목이 썩는단다.

그러고 보니 사과나무들도 전부 접붙인 부위가 땅 위로 

올라와 있었다.

이래서 모르면 물어보고 해야 하는 건데....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자두나무 두 그루는 뽑아 올려서 접 붙인 부위가

위로 올라오게 했지만

대추나무는 너무 작아서 뽑아 올리지 못했다.

제대로 살려나 모르겠다.

 

집 위쪽에는 굴삭기 소리가 시끄럽다.

고향 후배중에 객지에서 사업이 잘 되는 이가 한명 있는데

빈집을 사서는 새로 집을 지을 예정이란다.

고향에 집을 지어서 별장처럼 사용할 계획인 것 같다.

그 옆에도 다른 이가 빈집을 사서는 진입로 공사중이다.

마을에 살려고 들어오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휴양차 오려는 이들은 더러 있는 모양이다.

지안재 너머 논에도 고향마을 출신 아재가 한분 

컨테이너 집을 가져다 놓더니 

이번주에는 주소를 옮긴단다.

 

마을회관 있던 자리가 공터가 됐다.

물어보니 마을 회관을 다시 짓는단다.

떡을 해야 떡고물이 생기듯이

뭔가 공사를 해야 떨어지는 것이 있는 것인가?

멀쩡한 회관을 밀고 다시 짓는 모양이다.

숨 쉬는 사람 다 해봐야 스무 명도 안 되는 마을에

마을회관 이용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된다고

공사를 다시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여기 아니어도 돈 쓸데 많을건데....

 

돌담이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동네 입구에 입간판을 크게 세웠지만

돌담이라곤 동네 입구에 인위적으로 만든 시멘트 돌담이 대부분이고

자연스러운 돌담은 무너져가고 있어서 별로 없다.

해서 입간판을 보고 들어오는 이들이 가끔 있긴 하지만

대부분 실망하여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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