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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여름 휴가 2021

by 머구리1 2021. 8. 8.

보름간의 여름휴가가 끝났다.

지리산 산골에는 한낮에는 덥지만 해만 넘어가도 시원하고 새벽에는 이불을 덮지 않으면 춥다.

창원에 돌아오니 집안에 있어도 후덥지근하고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함을 못 느낀다.

 

금년 휴가는 코로나로 인해 어디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그냥 시골집에서 콕 박혀있었다.

덕분에 드럼과 기타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곳은 물이 많아서 타 지역 사람들이 항상 텐트를 치고 노는 곳인데

가뭄으로 인해 물도 많이 없고 코로나 때문인지 사람이 없다.

오랜 가뭄으로 물도 많이 없다.

주말쯤에는 한 가족의 텐트가 보이기도 했다.

놀고 간 자리에 뒷정리라도 잘 하면 좋으련만 쓰레기는 그냥 길에 버리고 간다.

관청에서 청소를 하는 줄 알겠지만 동네 사람들이 청소를 한다.

 

이 아래쪽에 복숭아 밭이 있고 그기에 원두막을 가져다 놓았는데

놀러오는 사람들이 정부 시설인줄 안 건지 쓰레기를 버리고

개판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해서 금년에는 원두막 바닥이 부서졌지만 수리하지 않고 그냥 두었다.

그냥봐도 사유진줄 알텐데....

어느 시기에는 집에 가는길에 보니 도로 공공근로에 투입된 사람들이

단체로 들어가서 손을대고 있다가 

내가 뭐라하니 복숭아좀 팔라고 딴소리를 하더라.

나이많은 할매들이라 그냥 나오라고만 했지만 기분이 더러웠다.

개숫골

 

 

사과밭 옆 물에는 여전히 물이 시리다.

허리가 좀 아파서 물에 담그려고 해도 5분을 넘기기가 어렵다.

물이 차가워서 들락날락 하면서 한 30분 정도 물찜질을 했더니 그래도 허리가 조금 낫다.

사과밭에도 방문객이 많아져서 걱정이다.

오는 사람 못오게 할 수도 없고 코로나로 인해 좀 자제를 해 줬으면 좋으련만

눈치가 없는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사람들이 찾아온다.

사람들이 찾아오면 정작 이곳에서 자면서

사과밭을 관리해야 할 동생 부부는 읍내 집으로 피난을 가야한다.

오는 사람들이야 자기 먹을 것 자기가 가져와서 먹고 가는데 무슨 민폐냐고 생각하겠지만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이 매번 손님 맞아주고 커피라고 한잔씩 끓여줘야 

인심 사납다는 말을 안 들으니 그것도 일이다.

그리고 집주인이 집을 비켜줘야 한다는 것 자체가 민폐다.

해서 이번에는 여동생 부부 세 팀이 모인다는 것도 못 모이게 했다.

 

 

수확시기가 다 되어가는 홍노는 제법 때깔이 난다.

아직 맛이 들지는 않았지만 곧 돌아올 부모님 제사상에 올리라고 색깔 좋은 몇 개를 따서 준다.

 

 

마을에 또 한 집이 들어오나 보다.

마을 맨 위쪽에 집을 지을 계획인 것 같다.

일단 비닐하우스를 짓고 아래쪽에 주거용 주택을 따로 짓는단다.

뭘 하는 사람들인지 모를겠지만 농사를 지을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시골에 어울리지 않게 고급차가 두대나 들락거린다.

별장으로 쓰려면 그냥 집한채만 지으면 될것 같고

하우스도 농사용 하우스는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말하길 창원에 사는 사람인데

이사를 올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하는 게 뭘 할지 궁금해진다.

혹여 좋지 않은 생각으로 오는 것은 아니길....

지안재에도 또 한가족이 들어오려고 집을 짓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에 바라본 하늘.

지옥의 묵시록 같은 황홀함이다.

 

 

사과밭 닭이 이번엔 오리를 품었다.

이 암탉이 무슨 생각인지 계속 알을 낳지는 않고

품기만 한다고 동생이 오리알을 몇 개 넣어줬는데

부화가 되긴 몇개가 더 됐는데 나머지 녀석들은 죽어버리고

한 마리만 살아남았다.

지 어미인 줄 알고 등에 올라타서는 잘 놀기도 한다.

나중에 물을 대야에 넣어줬더니 본능은 못 잊는건지 

물위에서 잘 논다.

 

 

마을 초입에 있는 복숭아가 잘 익었다.

약 열 그루 정도의 복숭아를 심었는데 앞의 두 나무는 아주 작은 복숭아가 열린다.

오른 쪽 뒤에 있는 것은 천도복숭아와 황도를 접붙인 것인지 맛이 신묘하다.

작년에는 비가 많이 와서 복숭아가 영 맛이 없었는데 올해는 가뭄이 계속되고 햇볕이 많이 

내려쬐는 바람에 복숭아 맛이 정말 좋았다.

복숭아뿐만 아니라 사과밭 하우스에 심은 복수박도 맛이 기가 차게 좋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복숭아이기도 하지만 금번 휴가에는 정말 많은 복숭아를 먹었다.

둘이서 하루 10개 이상은 먹었으니 대략 백이삼십개의 이상의 복숭아를 먹은 듯 하다.

아마 태어나서 제일 많은 복숭아를 먹은 것 같다.

 

 

보름간의 휴가가 끝나고 다시 출근을 한 첫날 여전히 허리는 뻐근하고

늘어난 몸무게와 뱃살은 나를 무겁게 한다.

살을 빼는 것은 참 어려운데 다시 찌는 데는 며칠 걸리지도 않았다.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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