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가는 이야기

고향의 봄

by 머구리1 2022. 4. 3.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맞긴 하는데 아직까지 복숭아꽃 살구꽃은 피지 않았다.

다른 해보다 며칠은 봄이 빠른 것 같은데 아직 때가 아닌 꽃들도 있다.

 

지난번에 마무리 짓지 못한 마당 펜스를 마무리하려고 고향집을 찾았다.

이번에는 김여사 없이 혼자만의 홀가분한 외출이다.

 

 

 

진달래는 이미 만개했다.

산마다 진달래 꽃빛이 멀리서도 산을 밝게 한다.

진달래빛은 화려하다.

 

 

 

 

집 뒤에 산수유도 가득 피었다.

집 뒤에 산수유나무가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옥상에서 보면 바로 보일 위치인데 사람의 무신경이 이렇게 눈을 가린다.

 

 

 

 

매화꽃이 여기는 이제사 핀다.

창원보다 대략 1주일 정도는 늦는 것 같다.

 

 

 

사과는 이제사 잎이 눈을 뜨고 있다.

한 달쯤 후에는 사과꽃을 또 솎으러 가야 할 판이다.

 

 

 

집 마당 끝에 심은 피자두 나무는 겨울을 살아내고 꽃을 피웠다.

같이 심은 왕자두는 잘 살아나더니만 어떤 벌레가 많이 붙어있어서 모기약을 쳤드니 죽어버렸다.

꽃을 다 따내야 하는 게 맞긴 하겠지만 신기해서 그냥 뒀다.

열매가 열리면 나무의 성장이 안 되기 때문에 초기 몇 년간은 유실수의 과실을 다 따내야 한다.

이 녀석은 잘 커서 작년 가을에 전정을 해 줬다.

 

 

 

같이 심은 사과대추는 영 시원찮다.

죽지는 않은 것 같은데 영 성장이 느리다.

거름도 주고 했는데도 별로 효과가 없다.

나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바닥을 덮었다.

집에 사람이 없다 보니 매일 관리를 할 수가 없는데 한 번씩 가면 잡초가 감당 못할만치 자라 있다.

그렇다고 제초제를 치기도 그렇고 해서 사과밭에 부직포를 이용해서 다 덮어버렸다.

 

 

 

 

복숭아꽃은 아직이다.

이제 꽃망울을 맺었으니 다음 주쯤에는 필 것 같다.

 

 

 

동생이 구입한 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표고다.

저 위쪽까지 해서 세 군데 정도 표고 종균을 심어두었다.

몇 개 따다가 먹었더니 맞이 좋다.

 

이것도 산중에 놔둔 것이라 먼저 본 사람이 임자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곳에는 마을에 후배들이나 집안에 동생들도 봄철이 되면 수시로 올라오는 곳이다.

봄철이 되면 농사짓는 사람들은 바쁜 일철인데 친척들은 그냥 놀기 삼아

나물 산행을 한다.

그러다 보면 커피라도 한잔 대접해야 하고 주인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땐 자기 처갓집 식구들까지 같이 데리고 와서 1박을 하고 가기도 한다.

못 오게 할 수도 없어서 참 난처하다.

눈치껏 하면 좋으련만...

 

 

 

 

동생이 새로 구입한 산에 추가로 사과를 심었다.

작년에 굴삭기로 밭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사과나무를 추가로 심었다.

이번에는 특이하게 나무가 'Y'로 두 가닥이 올라간다.

자두나무가 이렇게 키우던데 요즘은 사과도 이렇게 키우는 경우가 있단다.

전에는 주목만 굵게 해서 조금 더 크게 심었다.

 

 

 

다음날 아침 해가 올라온다.

지난번보다 왼쪽으로 해 뜨는 위치가 옮겨졌고, 시간도 여섯 시 반쯤으로 빨라졌다.

해가 많이 길어졌다.

 

 

 

베어진 오래된 나무는 상처에서 눈물을 흘린다.

아마 고사리 밭을 관리할 요량으로 나무를 벤듯하다.

여기쯤에 뽕나무 고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상처 위에 얼음이 얼었다.

산골의 밤은 아직 영하다.

 

 

 

나이 많은 원주민들이 대부분 돌아가시면서 묵혀졌던 고사리밭들이 동네에 이주해 들어온 외지인들에 의해서

다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풀만 한번 베주면 되기 때문에 고사리 농사가 그냥 괜찮다.

 

 

 

실봉이라 부르는 곳으로 계속 올라가 본다.

마을에서 많이 떨어진 산속인데 집을 지어놨다.

수행을 하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데 직접 본 적은 없다.

마을회관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먼발치로 본 적은 있다.

여기 전기 넣어준다고 한전에서 욕봤을 것 같다.

우리나라 진짜 좋은 나라다.

이 산속까지 전기 넣어줘, 도로 포장 해줘...

 

 

 

저 위쪽에도 굴삭기로 토지 조성작업을 하고 있다.

이 길은 임도길이지 도로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 위에 공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 계곡은 원래 물이 좋아서 마을의 상수원으로 사용했었다.

젊은이들이 사라져 가면서 중간 물탱크 청소할 사람이 없어서 애를 먹다가

정부에서 지하수를 파줘서 지금은 지하수를 상수원으로 사용한다.

이곳도 저 임도가 나기 전에는 청정지역이었는데 이 도로가 나면서 

외지인들이 많이 버려놨다.

상부 쪽으로 올라가면 폐건축자재 등이 많이 어질러져 있다.

 

 

 

저 건너 오도재 아래쪽은 전원주택 단지로 개발이 되었다.

들어올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평당 30~50만 원씩에 분양을 하는 모양이다.

분양이 될랑가?

 

 

 

마을 뒤쪽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이다.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갑갑해 보이긴 하다.

대신 마을 안은 겨울에 바람이 별로 없고 따뜻하다.

내년 가을쯤에는 나도 이곳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  (0) 2022.04.11
아침 단상  (0) 2022.04.08
벚꽃  (0) 2022.03.29
배지버섯  (0) 2022.03.24
블랙박스  (0)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