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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파우스터

by 머구리1 2022. 4. 13.

 

파우스터(Fauster)-김호연-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는(Faust) 지식과 권력을 얻기 위해 

영혼을 악마에게 판 중세 전설의 주인공이다.

이 책에서의 파우스터는 파우스트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고

파우스트는 돈과 권력으로 젊음을 유지하고픈 노인네들이다.

 

'파우스터'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소설

악마 메피스토는 현실에 맞게 파우스트와 파우스터를 연결하는 기업의 형태가 되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지식과 권력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 영혼을 악마에게 팔았다면

이 소설에서의 파우스트는 돈으로 젊음과 꿈을 사고

파우스터는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의 삶을 대신 살아주고 있다.

 

 

소설의 전반에 나오는 파우스트에 대한 설명이다.

"저희 메피스토는 새로운 젊음을 누리고 싶은 최상위 시니어들을 위한 첨단 시스템입니다....

일단 파우스트가 되시면 파우스트와 본인이 고른 파우스터 중 누구 하나가 죽을 때까지

무기한 계약이 지속됩니다..

단 파우스트가 파우스터에게 최초 설정한 목표 값을 달성하면 졸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졸업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배팅 값을 받게 될 것이고 새로운 파우스터를 설정하거나

기존 파우스터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입비 100억 내고 시작한 게임치고는...."

 

 

파우스트가 되는 이유

은퇴한 늙은이들의 젊음에 대한 대리만족.

아직까지 뭔가를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힘에 대한 확인.

남아있는 자신들의 권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쾌감이지만

아무래도 제일 큰 것은 이미 성공을 맞본 노인네들의

파우스터의 성공을 통한 성취감일 것이다.

파우스트는 파우스팅 머신을 쓴 순간만은 파우스터로 빙의된다. 

파우스터의 눈을 통해서 볼 수가 있고, 냄새를 맡을 수도 있고

감각을 느낄 수도 있다.

 

결국 기득권을 가진 노인네들이(파우스트) 그들이 유일하게 가지지 못하는

젊음을 뺏기 위해서 파우스터를 만들어서  원격조종 장난감처럼 조종을 하면서

젊은 세대의 삶까지도 가지려고 하는 욕심이다.

 

 

누군가가 내 삶을 지배하고,

내가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들이 내 의지나 생각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의 의지라면 어떨까?

내가 하는 모든 행위가 그의 의도고, 그 사람이 내 삶을 만들어간다면

그건 내 삶일까?, 그 사람의 삶일까?

또 그 삶이 사회통념적으로 굉장히 성공한 삶이라면 난 거절할 수 있을까?

자진해서 스스로 찾아가지는 않을까.

 

 

파우스터 준석과 파우스트 태근의 싸움에서 누가 유리한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필부는 늙어갈수록 자식밖에 없다는 듯 살아간다.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고 확장해줄 자식들에 집착하며

그들에게 안달하고 효도를 강요한다.

태근이 다니는 호텔 사우나에서도 온통 자식들 얘기뿐이다.

걱정을 빙자한 자랑이 판을 치고 당장이라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것 같은 인재들이

그들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한심한 치들이라니.

그들은 유전자의 노예들.

자식들을 사랑하고 자식들이 사랑해줄 거라는 환상에 빠져있다.

그렇게 늙어 소멸할 것이다.

자식들은 절대 부모 마음대로 될 수가 없다.

부모 마음대로 되는 자식들이란 또 얼마나 바보 같은 존재들인가.

하지만 파우스터는 다르다.

파우스터는 자식들이 해줄 수 없는 모든 것을 대체해준다.

파우스터는 새로 태어난 나다.'

 

 

소설이 만화같이 읽어지는 작가 김호연의 작품 중

 '불편한 편의점''망원동 브라더스'가 유쾌한 명랑만화라면

'파우스터'는 조금은 무거운 범죄 만화다..

세 번째 읽는 김호연 작가의 책인데 작품이 재미있어서

결국 4번째 소설이 될 '고스트라이터즈'를 주문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는 괴테의 '파우스트'도 주문하게 되겠지.

'고스트라이터즈'는 또 어떤 만화일까?

공상과학 만화가 아닐까 지레짐작 해본다.

책이 주는 어떤 의미를 떠나서 이 소설은 참 재미있다.

지금까지 읽어본 세 권의 김호연 소설 중 완성도나 구성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마지막 종반부에서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로 빠져든다.

독자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가의 기가 막힌 반전이

숨겨져 있던 마지막 종반부에 가서야 작가의 그림이 약간은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파우스트 겸 파우스터가 아닐까?

어렸을 적엔 내 부모와 다른 어른들의 파우스터였다가

내가 어른이 되고서는 역할이 바뀌어서 내가 파우스트가 되고

내 자식이나 다른 이들을 또 다른 파우스터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내 자식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을 내 파우스터로 만들기 위해

부를 축적하고, 힘을 키우려 노력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지배자이고 누군가의 피지배자다.

세상 최고의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검사, 판사들도 그 윗 신분의 지배를 받으며

자기 아래 신분을 지배한다.

최하층 거지들도 누군가의 지배를 받으면서 또 누군가를 지배한다.

 

결국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파우스트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파우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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