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시골집에서 보일러실 물청소를 하고,
바깥에서 시간 때우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남해에 전원주택을 지어서 살고 있다가 얼마 전에 산청으로 이사를 온 친구다.
시천면 내대리 라는 곳인데 앞에 계곡 물이 좋은 곳이다.
15년 전쯤 친구 누나가 펜션을 하고 있어서 가 본 곳이다.
다른 친구들이 와 있으니 시간 되면 오라는 것이다.
아마 내가 창원에 있는 줄 알고 전화를 한 것 같다.
마침 할 것도 없고 심심했던 터라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급히 출발을 한다.
거리상으로는 70km밖에 안 되는데 꼬불꼬불 국도에 밤중이다 보니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친구들과 인사를 하는데 모르는 친구도 있다.
국민학교 동기들인데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끼리 계모임을 하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애들이 많아서 한 마을에 친구들이 많았다.
이 친구의 고향은 면사무소 소재지니 시골치고는 조금 더 큰 마을이었다.
여자 친구 중 한 친구는 5학년 때 전학을 가서 전혀 모르는 친구고,
한 친구는 졸업하고 처음 보지만 알 수 있는 얼굴이었다.
근 50년만에 보는 친구다.
남자들이야 다 아는 얼굴들이고.....
늦게 간 죄로 빈속에 술만 열심히 마셨더니 뒷날 아침 숙취로 고생을 했다.
뒷날 새벽
숙취로 좀 더 자고 싶은 남자들의 사정을 모르는
이제 할머니 소리를 듣고 있는 여자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새벽 4시도 안 된 시간에 위쪽 다락방에서 들린다.
결국 다 잠에서 깬다.
늙어면 아침잠이 없다더니 여자들은 더한 것 같다.
간단하게 아침밥을 먹고 친구들은 가까이 있는 청학동의 삼성궁으로 출발하고
난 창원으로 돌아왔다.
50년만에 만난 친구들
이미 할머니가 되어 있는 친구들이지만
지난 시절 추억으로 보니 새롭다.
이제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지 않은 나이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