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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죽는 복

by 머구리1 2022. 5. 30.

지난주 금요일

부산에 친구 장인어른 장례식이 있어서 다녀왔다.

그렇게 늦지 않은 시간인데 차가 밀려서 고생을 했다.

다른 곳이었으면 1시간도 안 걸릴 50km 거리를 2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상습적인 교통체증 구간인 부산의 만덕터널은 매번 그렇다 치더라도

창원에서 장유가는 유료도로도 꽉 막혀서 창원에서 장유 가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돌아올 때는 30분 남짓의 거리였다.

 

친구 장인어른의 소식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지난번 어버이날쯤 시골에서 모임 때 친구의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 전립선암인 것 같다고 정밀 검사를 해 보자고 하더란다.

그때 암이면 어쩌냐는 친구 아내의 걱정이 있었다.

 

모든 죽음은 슬프겠지만 한편으로 부러운 죽음도 있다.

친구 장인의 연세가 올해 90이다.

병원에 검사받기 전까지도 인라인도 열심히 타고

체육관에서 배드민턴도 열심히 치던 분이다.

할머니가 힘들어할 정도로 매사에 열심히고

운동도 과할 정도로 열심히 하던 분이다.

그러던 분이 병원 진단받고 열흘만에 돌아가셨다.

병원에 입원해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란다.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 1인실로 옮겨서 가족들과 하나하나

인사도 다 하고, 임종 못 본 자식 한 명도 없이 그렇게 돌아가셨단다.

얼마나 큰 복인가.

 

나이가 들수록 죽는 복이라는 게 큰 것 같더라.

고통스럽게 살다가 정말 힘들게 죽는 이들을 봐서인지

편하게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고

건강하게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잘 죽는 것인 것 같다.

 

아버지 어렸을 적 돌아가신 친 조부모님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모른다.

외할아버지께서는 85세의 연세에 아침에 소죽 잘 끓여주고

저녁도 잘 잡숫고 누워서 신문 보시다가 조용히 돌아가셨다.

아랫집에 살던 작은 외삼촌도 임종을 못 볼 정도로 급하게 돌아가셨다.

외할머니 또한 93세에 위암에 걸려서 3달 만에 돌아가셨다.

위암이었지만 나이 때문인지 통증도 없이 편하게 돌아가셨다.

내 부모님 또한 남들보다 빨리 가신 것은 억울하지만

자신들이 죽는 줄 모르고 돌아가셨다.

 

나 또한 이렇게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젊은 놈이 별 걱정 다한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태어나는 복보다 죽는 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현실이 된 나이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죽을 때 후회할 일을 최소화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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