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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친구의 기일에

by 머구리1 2022. 6. 8.

 

어제가 친구의 기일이었다.

췌장암으로 2년여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지 벌써 세 번째 기일이다.

워낙 친하게 지냈던 친구라 

나를 보면 친구생각에 더 힘들어할 부인 때문에 그동안 직접 연락을 안 했다.

친구의 처남을 통해서 전화를 하고

큰딸과는 카톡으로만 연락을 했다.

제사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부인이 힘들어할 것 같다고 해서 그동안 못 갔다.

 

어제는 친구의 처남에게 연락을 했더니 참석을 해도 괜찮다고 해서 다녀왔다.

3년 만에 가본 친구의 집은 아직 그대로였다.

TV  받침대에는 아직도 친구의 사진이 그대로 있었고

베란다에는 친구의 자전거가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아직까지 완전히 떠나보내진 못한 것 같다.

너무 일찍 떠난 아빠와 남편에 대한 

그리움

서글픔

원망을 아직은 다 못 털었나 보다.

하긴 나도 아직 못 보내고 있는데  가족이야 오죽할까.

 

나이 육십도 안 돼서 떠난 친구지만 남들 팔십 년 산 것보다 더 많은 삶을 살고 갔다.

운동을 좋아해서 산악 가이드로 시작해서 소프트 볼 선수

족구선수 마지막엔 철인 3종에 빠져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대회에 나갔었다.

그렇게 건강에는 자신 있던 친구였는데...

내가 스킨스쿠버를 한 것도 이 친구 덕분이다.

이 친구가 먼저 시작하고 내가 뒤따라서 스킨 스쿠버를 배워서는 

낮이고 밤이고 시간만 나면 바닷속을 열심히 다녔었다.

덴마크 파견도 5년을 나갔었다.

죽기 전까지 야간대학도 열심히 다녔다.

겪지 말아야 할 일들도 많이 겪었다.

 

친구가 세상 떠나기 일주일 전에 만난 적이 있다.

병원에서 만나서는 입안에 진통제를 녹이면서 제법 오래 이야기를 했다.

제일 후회스러운 것이 조금 더 쉬지 못한 것이라 했다.

"네 고향 마을에서 6개월만 휴식을 취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세상 떠나기 전 해 추석 아침에 고향 사과밭에서 본 저수지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데,

 너무 좋아서 친구를 불렀더니 부부가 같이 왔었다.

두 부부가 3박 4일을 시골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재미있게 지냈는데 그게 좋았던 모양이다.

죽음에 임박해서 그것이 생각났던 것 같다.

 

친구가 떠난 후 빈자리는 이제 서서히 메워지고 있다.

애들도 많이 컸고 부인도 이제 안정을 찾은 것 같다.

그렇게 우린 또 익숙해질 것이다.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아내와 같이

친구의 산소도 찾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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