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가는 이야기

벌초

by 머구리1 2022. 9. 6.

금년 벌초가 지난주 끝났다.

내가 평생 총무겸 회장이 되고 집안 동생들과 형님들이 모여서 벌초를 한 것이

2004년 부터니 벌써 18년의 세월이 됐다.

매년 구월 첫주 토요일에 부부 동반으로 모여서 일박이일 재미있는 벌초를 했는데

중국산 역병 때문에 못 모인지 3년이다.

금년에는 꼭 다시 모이자고 했는데 다시 늘어난 확진자 때문에 금년에도

별 수 없이 개인별 벌초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먼저 하고

토요일에 서너명이서 마무리를 한 것이다.

고조할아버지는 손이 귀했다.

증조할아버지 한분만 두고 돌아가신 모양이다.

그래서 우린 팔촌이 없다.

제일 먼 형제가 재종(6촌)이다.

예전 어른들 말씀으로는 고조할아버지도 친고조할아버지가 아니라고 했던 것 같다.

증조할아버지가 고조할아버지께로 양자를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확한 내력을 알려주지 않고 윗대 어른들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직도 산소의 주인을 모르는 곳이 제법 있다.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예전부터 해 왔으니까 벌초를 한다.

족보와 당숙모들께 들은 구전으로 짐작하여 알 뿐이다.

증조할아버지는 자식을 많이 두셨다.

사남일녀 중 내 할아버지는 둘째 아들이다.

난 다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다 봤고 또 한분 계시던 고모할머니도 뵈었는데

유일하게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못 뵈었다.

아버지 어려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왜 유독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만 일찍 돌아가셨는지....

그러다 보니 아버지 형제도 모두 명이 짧다.

4형제 중에서 막내이면서 제일 오래 산 내 아버지께서 칠십에 돌아가셨다.

해서 나 또한 장수에 대한 기대는 일찍 접었다.

매년 벌초를 오는 몇몇 동생들은 정말 고맙다.

자신의 부모 산소도 내 몰라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몇명의 동생들은 해마다 빠지지 않고 벌초를 마무리 해 준다.

처음 벌초 총대를 맷을때 부터 안 온사람 욕하지 말자고 했으니 욕은 안 하지만

전체를 관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친척들 믿고 부모산소 방치하는 사람들이

얄밉기도 하고 또 매년 대신 해 주는 동생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저녁에 소주 한잔 하면서 다시 되새긴다.

"안 온 사람 욕하지 말자고"

우리 웃대 어른들이 안 온 사람들 때문에 매년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봤다.

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매년 싸웠다.

오지 않은 사람들 산소는 벌초를 해 주지 말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한국 정서상 자기 산소 옆에 있는 친척 어른의 산소를 방치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매년 그들의 자식을 대신해서 벌초를 한다.

그래도 벌초는 매년 재미있다.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정록 시인  (2) 2022.09.08
내 동생은 부처다.  (8) 2022.09.07
만 8년차 정기 검진  (2) 2022.09.05
정년 휴가.  (2) 2022.08.25
3 일간의 연휴  (4) 202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