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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공짜

by 머구리1 2022. 11. 14.

전에 친구가 중앙동에서 꽤 큰 고깃집을 운영한 적이 있다.

난 한번도 그 집에서 공짜로 얻어먹은 적이 없다.

그 친구와 둘이서 먹어도 항상 계산은 내가 했다.

 

지금은 골프장 앞에서 카페를 한다.

이 집에서도 절대 공짜로 먹지 않는다.

항상 친구부부의 음료수까지 내가 계산한다.

 

그 친구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친구는 지금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 28억짜리 

건물이 자기 소유다.

그렇다고 유독 내가 별나게 깔끔해서도 아니다.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실 때는 그 친구에게 얻어먹기도 한다.

 

그러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친구집에서 얻어먹을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의 커피숍이나 고깃집이 대부분 아는 사람이 단골인 시스템이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는 말이다.

이런 가게에 아는 사람이라고 공짜로 먹기 시작하면 장사 끝이다.

손님이 아니라 손놈이 되는 것이다.

 

연 2주를 사과딴다고 고향에 다녀왔더니 온 삭신이 안 아픈 곳이 없다.

안 하던 농사일은 항상 다음날 한의원을 찾게 만든다.

사과를 따다보면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한 박스씩 얻어간다.

사과를 선별하면 파찌라는 게 나온다.

약간의 흠집이 있는 사과로 먹는 데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과다.

파찌의 대부분은 크고 좋은 것들이다.

너무 많이 크다 보니 꼭지 쪽이 갈라지는 흠집이 생긴다.

이런 파찌는 별도로 판매를 하고, 또 파찌를 주로 찾는 사람들도 많다.

파찌라고 해서 쓰레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파찌를 쓰레기 처리해준다는 식으로 들고 가려한다.

맘씨 좋은 동생은 그냥 주고 만다.

 

사과를 딸 요즘이 되면 사과밭에 사람이 끓어 넘친다.

그중엔 일을 도와주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사과를 얻어가기 위해서

오는 사람도 있다.

사과밭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사과는 봉지에 담아준다.

어떤 사람들은 컨테이너 박스라고 부르는 노란 플라스틱 박스에

한 박스씩 주기도 한다.

그런데도  더 담아가려고 수북이 계속 쌓아 올린다.

난 그게 싫다.

저 사과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동생 부부의

얼마나 많은 땀과 한숨이 들어갔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내가 사장에게 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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