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다.
처음 하는 백수 생활에 생활리듬이 깨져서 아침 해맞이도 못했다.
매일 보는 태양인데 오늘 아침 안 본다고 세상이 어찌 될 것도 아니고
나 또한 그런 의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별 아쉬숨은 없다.
회사에서 단체로 해맞이를 하지 않으면 개인으로 해맞이를 한 적은
많이 없다.
그냥 연말 여행에서 바닷가 숙소 근처에서 맞은데 몇번
고향집 거실에서 늦게 떠오르는 산골의 태양을 본 것이 다다.
그래도 이번에는 친구들과 제수씨가 보내온 고향마을의
해맞이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랜다.
오도재 주차장에서 바라본 산을 올라오는 해.
오도재 주차장에서 한 시간쯤 더 올라가면 나오는 법화산 정상에서
찍은 해맞이 사진은 제수씨고 보내줬다.
그리고 어제
송년회 겸 둘째 가기 전에 가족끼리 저녁이나 먹자고 얘기가 있었다.
친구 만나러 가는 아들내미에게 일찍 들어오라고 했더니
식당 예약까지 다 해 놨단다.
근처에 있는 부산 갈매기라는 식당으로 갈매기살 전문 식당이다.
난 갈매기살을 참 좋아하는데 갈매기 살은 꼭 숯불에 구어야 맛있다.
가스레인지로 일반 삼겹살 판에 구우면 고기 잡내도 심하고 영 맛이 없다.
숯불에 잘 구우면 소고기처럼 부드럽고 맛있다.
집 근처에 있는데도 그동안 몰랐다.
지난번 송별회에서 이곳을 이용하고는 계속 가고 있다.
이 집은 숯불에 구워서 주는데 맛이 좋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두 가지가 있는데 둘 다 맛있다.
이 집은 다른 메뉴는 없다.
only 갈매기살만 판다.
오픈된 공간에서 고기를 장만하기 때문에 신뢰도 간다.
또 시래기 된장도 좋다.
해서 술 먹으면 밥을 안 먹는 나도 꼭 된장에 밥을 먹고 나온다.
음주 후에 밥을 먹으면 뒷날 속이 훨씬 편하다.
단지 흠이라면 양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1인분에 만원인데 한 사람이 최소한 3인분 이상은 먹어야 한다.
지난번 아내와 아들내미 하고 갔을 때도 9인분을 먹었다.
아내는 고기를 많이 먹지 못한다.
그런데도 인당 3인분을 먹었다.
그래도 집 근처에 있으니 앞으로도 자주 가지 싶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5시쯤에 집에 오면서 이 아이스 박스를 들고 온다.
아들내미가 깜짝 이벤트를 한 것이다.
킹크랩이다.
못해도 한 마리에 3kg은 될 듯해서 돈깨나 줬지 싶다.
얼마 안 줬다고 하는데 못해도 사십만 원은 넘을 것 같다.
위에 대게가 귀여운 수준이다.
자식들 덕분에 평소에 못 먹던 별식들을 자주 먹는다.
자주 시켜 먹는 대구 나래수산이라는 곳에서 주문을 한 모양이다.
주차장에서 바로 받아와서 아직까지 따뜻하다.
오랜만에 킹크랩 게살로만 배를 채웠다.
4 명이서 먹었는데도 다 못 먹었다.
백수 일주일간의 느낌이다.
하루가 정말 길다.
전에 블로그 이웃님께 물은 적이 있다.
정년퇴직 후 시간이 더 빨리 가지 않냐고.
그분의 대답은 처음 1년간은 시간이 더 느리더라고 했다.
의아했는데 맞는 것 같다.
일주일간 시간이 정말 안 갔다.
오후쯤 됐겠지 하고 시계를 보면 겨우 오전 10시다.
저녁 잠드는 시간까지 일정하지 않으니 하루가 더 피곤하다.
어느 때는 저녁 10시쯤 자기도 하고
어느 때는 새벽 2시까지 잠이 안 와서 애를 먹는다.
낮잠을 자는 것도 아닌데 밤잠을 자기도 어렵다.
내일부터는 낮에 부지런히 움직여 봐야겠다.
일주일간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쉬는 게 평소 해보고 싶던 것이라
일주일간 꼼짝도 안 하고 쉬었다.
설거지 한 번도 안 하고 쉬었는데 몸은 더 피곤하다.
사람은 꿈직여야 한다.
1월 한 달은 퇴직 후처리 하면서 근처 산이나 다닐 계획이다.
다행히 차가 조금 일찍 나온다면 한 번쯤은 장거리 여행도 가능하지 싶다.
쌍용과 기아 두 곳에 추를 계약해 놓았는데 무조건 먼저 나오는 차를 살 것이다.
차를 아들내미 출퇴근 용으로 주다 보니 이동이 조금 어렵다.
우야던둥 차가 빨리 나와야 내 숨통이 터질 것 같다.
노는 것도 쉽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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