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비가 내리니 세상이 쉬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구지전 몇 장에 시간을 태운다.
느긋하게 살고 싶은 세상
소주는 급하니
막걸리가 제격이다.
이 시간 지리산 아래 산동네는 춥다.
5월의 끝자락이지만
비가 오면서 바람에 센 날이라
옷장 속에 패딩을 찾아 걸친다.
그래서 따뜻한 난로 옆에
막걸리가 더 그립다.
오늘 저녁에
하늘에 달이 없음은
비가 와서도 아니고
그믐이라서도 아니다.
그녀가
내 막걸리 잔에 숨어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정구지찌짐에
막걸리 마시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