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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들기름 한병

by 머구리1 2023. 8. 9.

 

어제 해거름에

동철이 모친이 들고 온

삼다수 생수병에

꼭꼭 눌러담은

들기름 한병



세 다리가 모자라서

네 개의 바퀴까지 달고

비탈길을 내려오셨다.



때약볕 아래서

풀 뽑고 거름 줘가며

한알 한알

자식 키우는 맘으로 키운 들깨다.



대처에 나가 사는

아들 딸들 한 병씩 쥐어줄 마음에

아픈 허리도 잊었을게다.

아픈 허리야 잊었겠지만

펴지지 않는 다리는 어찌할꼬.



지식들 줄 것 한두 병씩

챙기고 나니

며칠 전 살째기 용돈 건네던

김여사가 생각났나보다.

나서기 싫은 다리를  억지로 끌고

아랫담 우리집까지

마실하셨다.



마당끝에 핀 백합이

동철이 모친같다.

가려린 줄기에

자식같이 다큰 꽃

다섯을 달고도

잘 버티고 있다.


읍내 다녀오는 길에

도가에 들려서

막걸리라도

몇 병 사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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