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해거름에
동철이 모친이 들고 온
삼다수 생수병에
꼭꼭 눌러담은
들기름 한병
세 다리가 모자라서
네 개의 바퀴까지 달고
비탈길을 내려오셨다.
때약볕 아래서
풀 뽑고 거름 줘가며
한알 한알
자식 키우는 맘으로 키운 들깨다.
대처에 나가 사는
아들 딸들 한 병씩 쥐어줄 마음에
아픈 허리도 잊었을게다.
아픈 허리야 잊었겠지만
펴지지 않는 다리는 어찌할꼬.
지식들 줄 것 한두 병씩
챙기고 나니
며칠 전 살째기 용돈 건네던
김여사가 생각났나보다.
나서기 싫은 다리를 억지로 끌고
아랫담 우리집까지
마실하셨다.
마당끝에 핀 백합이
동철이 모친같다.
가려린 줄기에
자식같이 다큰 꽃
다섯을 달고도
잘 버티고 있다.
읍내 다녀오는 길에
도가에 들려서
막걸리라도
몇 병 사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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