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귀향을 할 때 내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었다.
혼자 살더라도 초라하게 밥 먹지 말고
있는 반찬 다 꺼내서 차려 놓고 먹자는 것과
혼술은 절대 하지 말자는 다짐이었다.
술 좋아하는 내가 혼술을 시작하면 계속해서
술을 마실 것 같아서다.
처음 몇 달은 잘 지켜졌다.
어느 순간 간단하게 밥을 먹기 시작하고
잠 안 오는 밤에는 혼술도 하게 됐다.
그제 저녁 육촌 동생 부부와 술 한 잔을 하게 됐다.
아니 심심했던 내가 한잔하자고 부추겼다.
저녁 늦은 시간인 9시쯤이었다.
마침 동생의 친동생 부부도 와서 같이 술을 마시게 됐다.
다행히 아들내미가 제주도 여행 시 술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사다 준 위 사진에 술도 있었다.
난 사실 술을 좋아하지만 양주는 안 좋아한다.
특유의 아세톤 냄새 비슷한 냄새가 싫기 때문이다.
내가 양주나 40도 이상의 독주를 마실 때는
억지로라도 술의 힘을 빌려 잠을 자기 위해서
마실 때뿐이다.
잠 안 올 때 양주를 밥공기에 한 그릇 부어 마시면
30분 안에 잠이 들 수 있다.
그제도 내가 마실 소주는 따로 한 병을 가져갔다.
그래도 아들이 선물한 술이니 그냥 남 주기는 그래서
억지로 두어 잔 마시고 소주를 마셨다.
그렇게 소주를 마시다 보니 어느 순간 술이 취했다.
뒷날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해 보니
지난밤 술 취했던 내 모습은
내가 그렇게도 싫어했던 내 아버지의
술 취한 모습이었다.
물론 똑 같지야 않겠지만 말이 많아지고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도 내 다음 말을 준비하고 있는
내 지난밤 모습에서 술 취한 내 아버지가 투영되었다.
그렇게도 싫어했던 모습이었는데...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회식자리에서도
적당히 술을 마시면 조용히 집에 가서 잤다.
괜히 술 취해서 남들에게 민폐 끼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술판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이쯤 되면 술을 끊어야 한다.
자제가 가능할 때 끊어야 한다.
며칠이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술을 끊어봐야겠다.
아직까지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술 마시는 자체가 좋았기 때문이다.
하루 두세 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은지 16~7 년 되어간다.
이제 술도 한번 끊어봐야지.
나는 오늘 금주 2 일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