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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너도 하늘말나리야.

by 머구리1 2023. 8. 31.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

오랜만에 동화책을 읽었다.

읽으려고 해서 읽은 것은 아니고 책장을

둘러보다 보니 손에 잡힌 책이다.

동화는 보통 단편이 많은데 장편이어서

호기심이 생긴 것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어른이 되어서 읽는 동화가 조금 유치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재미있었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하늘말나리야' 무는 뜻일까?

하늘말 나리야 로 읽었으니 모르는게 당연했다.

읽다보니 꽃의 이름이었다.

하늘말나리.

다른 나리꽃들이 고개를 숙여 땅을

보고 피는 것에 비해 하늘을 보고

꽃을 피운다고 하늘말나리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원추리 꽃과 비슷하다.

사실 내 눈에는 원추리와 구분이 안됐다.

너도 하늘마나리야는 각자의 상처를

안은채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사춘기 세 아이의 이야기다.

부모의 이혼으로 보건소 소장인

엄마를 따라 시골로 이사 온 미르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만큼

엄마도 마음이 아파야 한다.

아빠를 사고로 잃고 엄마가 떠나버려 할머니와 함께사는 소희는

상사화 같은 가족이다.

잎이 져야 꽃이 피는 상사화.

소설에서는 바우네 가족을

상사화로 표현했다.

엄마의 죽음으로 영농회장인 아빠와 살아가는 바우는 엄마와의 이별로

말을 잃었지만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는 대화를 한다.

이 세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가 소설

내내 들려온다.

잔잔한 감동도 있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서 한 번쯤

읽어볼만 하다.

나리꽃 소설이라 도종환 시인의

'나리꽃 '이라는 시를 아래에 붙인다.

나리꽃 / 도종환

세월의 어느 물가에 나란히 앉아

나리꽃만 한나절 무심히 바라보았으면 싶습니다.

흐르는 물에 머리 감아 바람에 말리고

물소리에 귀를 씻어며 나이가 들었으면 싶습니다.

살다보면 어느 날 큰물 지는 날 서로 손을 잡고 견디다가도

목숨의 이파리 끝까지 물은 차올라 물줄기에 쓸려가는 날 있겠지요

삼천 굽이 물줄기 두 발짝도 못 가서 손을 잃고

영영 헤어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또다시 태어나는 세상의 남은 생애를

세월의 어느 물가에서 따로따로 그리워하며 살겠지요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목이 길어진 나리꽃 한 송이씩

되어 바위 틈에서고 잡풀 속에서고 살아가겠지요.

2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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