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한 번 먹고 싶었지만 우선순의에
밀렸던 우동을 먹기로했다.
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일본식
튀김 우동은 좋아하지 않는다.
중국집에서 파는 우둥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우동을 파는 중국집을
별로 못봤다.
아니면 무관심으로 못 봤을 수도 있다.
해서 중국집 우동을 먹어 본지가
언젠지 기억이 없다.
어쩌면 성인이 된 이후로 못 먹어
봤을 수도 있다.
지난번에 마을 사람들과 이곳에 갔다가
메뉴에서 우동을 발견하게 됐다.
맛은 내가 기억하는 맛이 아니었다.
조개류가 제법 들어가서 국물이
시원했고 면도 좋았는데 다 먹지
못하고 조금 남겼다.
어렀을적 우동은 아주 특별한 날에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장날과 휴일 그리고 내 생일이
겹치는 날엔 아버지께서 읍내에
데리고 나가서 한 그릇 사주시던 음식이다.
가끔 학교에서 상을 받거나 해도
사주시긴 했지만 그래봤자
일년에 한두번이다.
그때마다 그 기막힌 맛에 홀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았다.
라면도 잘 모르던 산골 촌놈이었으니
조미료 듬뿍 들어갔을 그 우동의
맛이야 오죽했을까.
그때는 짜장면이나 짬뽕은 아예 몰랐다.
아마 중국집에서 제일 싼 음식이
우동이 아니었을까 생각 한다.
그래도 이십리 산길을 넘어서 디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먹을 수
있는 우동은 천상의 음식이었다.
요즘 카페의 음료수 한잔 값이
스무가지 반찬이 나오는 백반값과
같은 세상이다.
이집도 우동 한 그릇에 사천 원 정도
받으니 웬만한 카페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값도 안된다.
아마 정부의 물가 정책 때문일 것이다.
커피값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포함되지
않으니 맘대로 올릴 수 있지만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들어가는
짜장면은 못 올리게 단속을 하는 것이다.
어버지와의 추억을 그리는
우동 한 그릇을 먹으며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현실에
조금은 서글퍼기도 하다.
2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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