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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우동 한 그릇

by 머구리1 2023. 9. 17.

그제 안의에 펜션을 둘러보고 오면서

병곡면에 있는 복성각에 들렸다.

 

https://naver.me/xHnbQIYz

이날은 한 번 먹고 싶었지만 우선순의에

밀렸던 우동을 먹기로했다.

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일본식

튀김 우동은 좋아하지 않는다.

중국집에서 파는 우둥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우동을 파는 중국집을

별로 못봤다.

아니면 무관심으로 못 봤을 수도 있다.

해서 중국집 우동을 먹어 본지가

언젠지 기억이 없다.

어쩌면 성인이 된 이후로 못 먹어

봤을 수도 있다.

지난번에 마을 사람들과 이곳에 갔다가

메뉴에서 우동을 발견하게 됐다.

맛은 내가 기억하는 맛이 아니었다.

조개류가 제법 들어가서 국물이

시원했고 면도 좋았는데 다 먹지

못하고 조금 남겼다.

어렀을적 우동은 아주 특별한 날에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장날과 휴일 그리고 내 생일이

겹치는 날엔 아버지께서 읍내에

데리고 나가서 한 그릇 사주시던 음식이다.

가끔 학교에서 상을 받거나 해도

사주시긴 했지만 그래봤자

일년에 한두번이다.

그때마다 그 기막힌 맛에 홀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았다.

라면도 잘 모르던 산골 촌놈이었으니

조미료 듬뿍 들어갔을 그 우동의

맛이야 오죽했을까.

그때는 짜장면이나 짬뽕은 아예 몰랐다.

아마 중국집에서 제일 싼 음식이

우동이 아니었을까 생각 한다.

그래도 이십리 산길을 넘어서 디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먹을 수

있는 우동은 천상의 음식이었다.

요즘 카페의 음료수 한잔 값이

스무가지 반찬이 나오는 백반값과

같은 세상이다.

이집도 우동 한 그릇에 사천 원 정도

받으니 웬만한 카페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값도 안된다.

아마 정부의 물가 정책 때문일 것이다.

커피값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포함되지

않으니 맘대로 올릴 수 있지만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들어가는

짜장면은 못 올리게 단속을 하는 것이다.

어버지와의 추억을 그리는

우동 한 그릇을 먹으며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현실에

조금은 서글퍼기도 하다.

 

2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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