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붇던 어제 집안 벌초를 했다.
아침에 시작할 때만 해도 날씨는 좋았다.
해도 떠지 않았고, 바람도 서늘해서 벌초하기 좋은 날이었다.
12시쯤에서 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조금 지나서는
폭우가 쏟아졌다.
다행히 다른 곳에 할때는 비가 안 왔고 선산쪽 벌초시에만
비가 와서 조금은 나았다.
동생들이 고생을 많이했다.
난 갈퀴질만 했지만 비가 올 때에는 갈퀴질도 힘들다.
코로나로 인해 3년간 집안 전체 모임을 안 하고
일 할만한 사람 몇 명만 모여서 하다보니 익숙해진 것인지
올해는 전부가 모여서 하자고 했는데도 참석인원이 적었다.
오지 않은 사람 욕하지 말자고 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못 오면 자기 부모 벌초라도 먼저 좀 하지'라는
서운함이 들기도 한다.
매번 하는 사람만 보이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예전 부모님 세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이제 총무겸 회장자리도 동생들 한테 넘겨주고 싶은데
받을 동생이 참석을 안 한다.
아래글은 우리 집안 벌초에 관한 글이다.
내 블로그 지난 글에 있는 것인데
혹여 벌초 때문에 다툼이 있는 사람들이 참고하면 좋겠다.
일 년 중 집안에서 가장 큰 행사인 벌초가 지난주 끝났다.
다들 비슷한지 고향마을에 다른 성씨들도 전부 같이 하더만.
나는 인자 고참에 속하다 보니 예초기는 안 메도 되고 갈쿠리만
부지런히 긁어면 되더라....
혹시 집안에 벌초때마다 싸우는 집안 있으면 참고해라.
우리 집안에는 내가 평생 회장 겸 총무인데 벌초를 축제식으로 한다.
우리 집안도 벌초 , 세사(묘사, 시제) 때마다 징하게 싸우더라....
그런데 내가 몇 년을 봐도 웃긴 게
항상 오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온 사람들끼리 싸우더라고....
참 웃기지...
그래서 내가 6년 전에 어머님 돌아가시던 해에 총대를 멨다
6촌 동생들까지 전부 올 수 있는 사람을 모으니까 8명이 되더만.
그해에 8명을 전부 가족 동반해서 시골집에 집합을 시키고
당부를 했지.
첫째 참석하지 않은 사람 가지고 싸우지도 말고 욕도 하지 말자.
둘째 여기 온 사람도 바쁜 일 있으면 안 와도 된다.
셋째 음식은 돌아가면서 준비한다.
넷째 무조건 가족동반이다.(혼자서는 오지 말아라)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 여기 와서 여자들 시켜먹지 말아라.
밥을 제외한 모든 것은 남자들이 한다.
위에 사항들을 철저히 지키면서 조카들이 오면
집에 족보 펴놓고 뿌리 교육도 시키고
하니까 제수씨들이 재미있어하더라...
재미있다는 소문도 퍼지고,
동네에 다른 성씨들도 부러워하고,
그러더니 지금은 내 위에 6촌 형들도 2명이 더 오고
동생들도 2병이 더와서 이제 총 12명이 되었다.
새끼들까지 모이면 한 30명이 넘게 모여지는데
시끌벅적하니 즐겁다.
많이 줄여서 이제 총 26 상보를 벌초하는데
토요일 저녁에 모이는데도, 일찍 온 사람은
미리 몇 상보 벌초를 하고해서
토요일 저녁에는 축제 형태로 진행한다.
지금은 다들 주변에 맛있는 안주거리를 조금씩 준비해 오니까
당번 맡은 사람이 많이 준비 안 해도 먹을거리는 넘쳐난다..
이번에도 돼지, 장어. 전어, 조개, 등등 많더라.
해마다 제수씨들 중에 한 명이 과음을 해서 즐겁게 하더니
올해는 작년부터 참석한 제일 위에 형수가
과음을 해서 모두를 즐겁게 해 주더라..
힘든 벌초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어려운 것 아니더라...
내가 쪼매만 손해 보면 되더라..
2012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