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년 넘게 매년 이맘때쯤이면 송이를 먹었다.
송이를 잘 찾는 동생 친구 덕이다.
올 해는 송이를 못 먹는줄 알았다.
워낙 비싸기도 했지만 많이 안 났기 때문이다.
블로그 이웃님이 올리는 산지 공판장의
경매가는 올해 제일 비쌀 때 양양 공판장의 경우1kg에 150 만원이
넘었고 대부분 100 만원은 넘었다.
능이도 15만원로 비쌌다.
그러다 추석이 지나고 나니 갑자기
40 만 원대로 뚝 떨어졌다.
이것도 중간 상인들의 사재기로 인한
농간 아닐까 의심이 든다.
드디어 어제 송이를 먹었다.
그렇게 좋은 일등품은 아니지만
많이 피지도 않은 야무진 놈들이다.
매년 갖다주는 동생 친구가 새벽 같이
나가서 찾아 온 것이다.
역시 송이는 소고기와 먹어야 제맛이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 걸린 아내가
못 오는 바람에 썰렁한 추석이 될뻔 했다.
사실 추석 전 날은 많이 썰렁했다.
추석날 세 명의 여동생 가족들이 모두
찾아 오는 바람에 쓸쓸할 새도 없었다.
조카들 술시중 든다고 바빴다.
사람이 많아서 사과밭에 다 잘 수가
없어서 술이 아쉬운 조카들은
모두 우리집에 재웠다.
마당 울타리엔 이녀석들이 치고 간
사고 뒤처리가 아직이다.
뒷날 점심은 능이 백숙이다.
동생이 캔 능이가 있어서 큰 토종닭
네마리와 능이백숙을 했다.
능이버섯은 식감이 참 좋다.
이미 버섯 전골도 한 솥 해먹었다.
전골의 주인공은 능이고
가지버섯, 꽃버섯, 느타리버섯에
갓버섯까지 온갖 자연산 버섯이
잔뜩 들어갔다.
실컷 먹고 웃고
알밤 한 포대씩 챙겨서 여동생 가족들은
어제 오후 다 떠났다.
19년 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딱 1년 뒤 아버지까지 돌아가신 날
큰 여동생이 내게 그랬다.
'오빠 이제 나 고아지?
친정이 없어진 것 같애.'
내가 여동생들 셋을 불러서 이야기 했다.
'아버지 어머니 만은 못하겠지만 언제든지 오면
반겨줄테니 자주 오라'고.
그리고 나서 남동생과 같이 잘 챙긴다.
우리 두 형제만을 생각한다면 벼 농사
안 지어도 된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 매년 봄에 김여사는
남동생에게 봄에 백만원은 보낸다.
그러면 동생은 벼농사 짓는다.
그 쌀로 우리 다섯 남매 1년간 양식한다.
처음에는 여동생들 시부모님들까지
보내 드리다가 지금은 보낼 필요가
없어져서 안 보낸다.
덕분에 다섯 남매는 아직까지 재미있게
잘 지낸다.
매년 몇번씩 모여서 잘 논다.
특별히 부자로 사는이도 없고 특별히
가난한 이도 없다.
역시 추석엔 송이다.
2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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