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엔 고들빼기 지천으로 깔려있다
어떤 것은 너무 커서 배추가 되려한다.
밭둑, 길가, 담벼락, 공터, 하다 못해
산소 주변에도 많이 깔려있다.
담벼락이 고들 빼기로 덮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더러 캐다 먹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젠 캐는 사람도 없어졌다.
어머니들이 살아계실 적에 없어서
밭에서 키우기도 했다.
어른들이 한 사람 두 사람 세상 떠나고
찾는 사람은 없어졌지만 고들빼기는
열심히 번식해서 마을을 채운다.
길가에 핀 고들빼기를 보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자신의 인생 만큼이나 쓴 고들빼기를
장독에 며칠 쓴 맛을 뺀 뒤
맛있게 무쳐서 가족들이 먹었다.
지난번엔 김여사가 함지 가득 뜯어서
어머니께 배운대로
며칠을 물어 담궈서 쓴 맛을 빼더니
고들빼기 김치를 담아줘서 잘 먹었다.
내년에도 계속 고들빼기는 날 것이고
그때마다 난 어머니를 추억할 것이다.
2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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