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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가을 단상

by 머구리1 2023. 10. 11.

오늘 아침

산골의 기온은 8도 까지 내려갔다.

내일은 더 내려간단다.

열매를 빼앗긴 대추나무는 시름에 잠겼다.

누군가 뱉은 수박씨는 가리늦게사

꽃을 피웠다.

꽃은 지고 열매만 남은 봉숭아.

이 수국은 결국 꽃을 피우지 못했다.

지붕과 체리나무 사이에 그물을 친

거미는 한가로이 낚시 중이다.

호두 열매는 땅바닥을 구르는데

줏어 가는 이가 없다.

상갑이네 돌배도 열매가 무겁다.

들국화 한 포기가 꽃을 피우려 한다.

제철 만난 구절초는 길가를 가득 메웠다.

개쑷골 다리 아래 핸드볼 공만하던

말벌집은 농구공보다 더 커졌다.

지안재 삼거리 모과는 잎이 지고

열매만 대롱대롱.

아주까리 바람에 날려 들깨 위에 눕다.

빈집은 가을에 더 을씨년스럽다.

봄에 피어야 할 이 녀석은 시간을 잊었다.

어디 정신 없는 것이 너만일까.

사과밭을 지켜야할 산이 녀석은

엉뚱한 곳에서 볕바래기 중이다.

 

2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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