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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세월을 거꾸로 가는 것들

by 머구리1 2023. 11. 7.

천왕봉과 대관령에는 이미 첫눈이 내렸다.

한낮에 잠깐은 따뜻한 햇살이지만

아침 저녁으론 보일러를 켜야한다.

열이 많은 몸이라 웬만하면 찬물로

샤워를 하지만 온수를 사용한지도

며칠 지났다.

그런데도 거꾸로 세월을 맞는 녀석들은

이제서야 꽃을 피운다.

민들레

민들레는 봄꽃인 것 같은데 사과밭

가는 길가에 예쁘게 피었다.

애기똥풀

얘는 왜 이름이 애기똥풀일까?

색깔 때문인가?

독초라 소도 안 먹는 풀이고

꽃도 봄 여름에 주로 피는데 집 앞

담벼락에 새 꽃을 피웠다.

얘는 천염 염색제로 사용한다.

수박꽃

지난 여름 누군가 먹고 뱉은 수박씨가

모래더미에 박혀서 꽃을 피웠다.

차라리 내년에 피었으면 열매를

달겠지만 곧 얼어 죽을 것이다.

제비꽃

제비꽃도 봄 꽃인데 운동 가는 도로변

양지녘에 세월을 잊고 피었다.

꽃이 예뻐서 올 봄에 길가에서 많이

캐다 뒤안에 심었는데 대부분 죽었다.

생명력이 강해서 바위 위에서도

잘 자라는 녀석인데 이사는 싫어하는 모양이다.

이름 모르는 꽃

진달래과 꽃으로 보이는 녀석으로

봄에 꽃을 피웠던 녀석이다.

누군가의 무덤가 햇살이 따뜻했던지

환하게 피어서는 망자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 같다.

집 뒤안 화단에도 비슷한 녀석이 자주색

꽃을 피웠는데 잎은 단풍이 져서

같이 산골의 찬바람을 맞고 있다.

이상기후 때문인지 계절에 맞지 않은

현상들이 많이 생긴다.

동해안 특산물이었던 오징어는

이제 서해안에서 더 많이 나고

갈치 낚시는 일년 내내 낚시꾼들을

불러낸다.

그게 어디 그 녀석들 탓일까.

우리들 탓이지.

전에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환경 파괴에 제일 영향을 적게 미친

것들이 제일 먼저, 제일 큰

피해를 보고 있단다.

그것이 동식물이든 인간이든.

 

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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