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달력에 장난스럽게 표시된
김여사 생일.
오늘이다.
미순 탄신일!
아들내미 짓인지 둘째 솜씬지 모르겠다.
60대의 첫 생일이다.
우리나라 나이 계산법 바꼈다고,
아직 50대라고 항변하지만
흐르는 세월 이길 수 있나 뭐.
내 본분은 꽃 바구니와 현금 준비.
그리고 축하 카드!
아~~
이것도 이제 힘들다.
20년 동안 만들어 왔더니 이제
글도 잘 안 나온다.
겨우겨우 구색이나 맞춰 만들었다.
코팅할 곳이 없으니 아들내미한테
부탁했다.
넘살시럽거로.
그래도 김여사가 좋아해 주니 다행이다.
다섯 식구 생일이 다 몰려있어서
지갑이 바쁘다.
10 월에 김 여사, 큰 딸,
11월에 둘째 딸,
12월엔 나와 아들.
아들내미는 공진단을 준비했다.
몸 약한 엄마를 위한 보약이니
효자 아들 답다고 생각했다.
그런줄 알았다.
김여사가 한병을 까서 나 먹어라고
줄 때 까지는.
그냥 공진단이 아니다.
쪼매 비싼 공진단이다.
나 주려고 뚜껑 열었던 김여사의 손이
잽싸게 공진단 병을 회수한다.
좋다 말았다.
김여사는 입 찢어진다.
두 딸들은 간단하게 계좌 입금
한 모양이다.
그래 니 엄마 현금도 좋아한다.
오늘 점심은 귀산에 사야카츠다.
꽁돈 생긴 김여사가 쏜단다.
나와 아들내미는 반반.
초밥과 카츠 모듬이다.
회 못 먹는 김여사는 모둠카츠.
배부르게 잘 먹었다.
오늘 아들내미도 종합검진으로 회사
쉬는 바람에 같이 했다.
아들 바래기 김여사 더 좋아한다.
김여사
한살 한살 늘어나는 나이가
마냥 좋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엄마 몸 벗어나
세상 나온 날이니 즐겁게 보내자.
매일 오늘이 마지막인 듯
재미있게 살고
억울할 일 만들지 말자.
우리가 헛되게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내일이란다.
60대 첫 생일 축하해.
2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