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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김여사 생일

by 머구리1 2023. 11. 7.

화장실 달력에 장난스럽게 표시된

김여사 생일.

오늘이다.

미순 탄신일!

아들내미 짓인지 둘째 솜씬지 모르겠다.

60대의 첫 생일이다.

우리나라 나이 계산법 바꼈다고,

아직 50대라고 항변하지만

흐르는 세월 이길 수 있나 뭐.

내 본분은 꽃 바구니와 현금 준비.

그리고 축하 카드!

아~~

이것도 이제 힘들다.

20년 동안 만들어 왔더니 이제

글도 잘 안 나온다.

겨우겨우 구색이나 맞춰 만들었다.

코팅할 곳이 없으니 아들내미한테

부탁했다.

넘살시럽거로.

그래도 김여사가 좋아해 주니 다행이다.

다섯 식구 생일이 다 몰려있어서

지갑이 바쁘다.

10 월에 김 여사, 큰 딸,

11월에 둘째 딸,

12월엔 나와 아들.

아들내미는 공진단을 준비했다.

몸 약한 엄마를 위한 보약이니

효자 아들 답다고 생각했다.

그런줄 알았다.

김여사가 한병을 까서 나 먹어라고

줄 때 까지는.

그냥 공진단이 아니다.

쪼매 비싼 공진단이다.

나 주려고 뚜껑 열었던 김여사의 손이

잽싸게 공진단 병을 회수한다.

좋다 말았다.

김여사는 입 찢어진다.

두 딸들은 간단하게 계좌 입금

한 모양이다.

그래 니 엄마 현금도 좋아한다.

오늘 점심은 귀산에 사야카츠다.

꽁돈 생긴 김여사가 쏜단다.

나와 아들내미는 반반.

초밥과 카츠 모듬이다.

회 못 먹는 김여사는 모둠카츠.

배부르게 잘 먹었다.

오늘 아들내미도 종합검진으로 회사

쉬는 바람에 같이 했다.

아들 바래기 김여사 더 좋아한다.

김여사

한살 한살 늘어나는 나이가

마냥 좋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엄마 몸 벗어나

세상 나온 날이니 즐겁게 보내자.

매일 오늘이 마지막인 듯

재미있게 살고

억울할 일 만들지 말자.

우리가 헛되게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내일이란다.

60대 첫 생일 축하해.

 

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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