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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사과 끝

by 머구리1 2023. 11. 7.

올해는 사과가 참 잘 됐다.

긴 여름 장마에 두번의 가을 장마까지

겹쳤는데도 갈라진 것도 없고

탄저병 든 녀석도 없이 잘 컸다.

가을 햇볕이 좋아 색깔도 잘 들었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맛있게

생겼다.

올해는 사과값도 좋다.

동생도 돈좀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밭떼기로 넘겼단다.

값은 잘 받았다는데 얼마나 받았는지

물어보진 못했다.

며칠째 중간상인이 인부들을

데려와서 사과를 따고있다.

입구쪽에는 이제 웬만큼 땄다.

동생 사과밭은 대략 오천평이다.

몇년전 봄눈에 7년동안 공들여 키운

사과나무 반이 폭삭 내려 앉고

다시 심어서 작년부터 조금씩

생산량이 늘고 있다.

밭떼기로 넘긴 이유가 나 때문이

아닐까 싶어 미안타.

근래 한달 이상을 사과밭을 안 나갔다.

동생에게 미안해서 지난번에 그랬다.

"사과 딸 때까지는 허리치료를

마치려고 일부러 사과밭에 안 나간다"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따기 시작하면 허리가 아파도

도와줘야하기 때문에 그전에

최대한 치료를 마치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안 나간 것이다.

그 이야기가 있고 며칠 후 밭떼기로

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픈 허리 부여잡고 사과 박스 옮길

내가 걱정스러웠던 것일까?

동생은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신경쓰인다.

아직까지 동생의 주업은 사과가

아니라 중장비다.

요즘 오도재 근처 산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계속 바쁘긴 했다.

제수씨의 몸 상태도 시원찮다.

이런저런 이유로 밭을 넘겼겠지만

허전하기는 하다.

그나저나 사과 딸 날 기다리는

사람들 한테는 미안해서 어쩌지?

사과 딸때 꼭 연락하라며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이래저래 미안할 일만 자꾸 생긴다.

 

 

2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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