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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시골 사람들의 욕심 2

by 머구리1 2023. 11. 7.

럭저럭 시골 생활 1년이 다 돼 간다.

그동안 멀리 있어서 못 보았던 추한 모습들이 자꾸 보여서

안타깝기도 하고 시골 생활을 걱정하기도 한다.

한 꺼풀씩 안 좋은 모습들이 보일 때 마다 그동안

내가 보아온 사람들은 뭐였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내가 직접 당한 것은 아니고, 먼저 들어온 사람들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들이다.

작년에 마을 논을 팔아 먹으려다 걸린 적이 있다.

이 논은 사연이 길다.

내 할아버지 시절, 마을 사람들이 곡식을 걷기도 하고

마을 수익 사업을 하기도 해서 돈을 모은 후 산을 하나 샀다.

지금 오도재 올라가는 길 왼쪽에 있는 산으로 대략 4만 평 조금 넘는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 대부분의 공동명의로 등기를 했던 모양이다.

산을 사 놓았지만 이곳에서 수입이 안 나다 보니

90년도쯤 이 산을 팔아서 물 좋은 곳에 논을 다시 구입했다.

지금의 재산가치로 치면 기존에 산이 훨씬 높겠지만 그당시

이 논은 우리마을에서 제일 좋았던 곳으로 그 당시의 판단은 옳았다.

지난번 논두렁 태우다가 119가 왕창 출동했던 이곳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산 공동등기인 중 이미 세상 떠난 사람도 많고

또 등기 인원도 많으니 각 집안 대표 1명씩만 등기를 한 모양이다.

우리집안 대표로는 당숙이 한 분 하게 되었고, 총 5명이 등기를 했다.

물론 그 등기인들은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다.

이 논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경작을 하면서 토지 사용료로

매년 얼마씩을 마을에 들여 놓아서 마을 기금으로 했던 모양이다.

그러다 논을 경작하던 친구와 이런 일에 늘상 앞장 잘 서는 할머니들이

짝짜꿍이 되어서 작년에 팔아먹기로 했다고 한다.

작년이 조치법 기간으로 마을 몇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남의 땅도

쉽게 내 땅으로 만들 수 있는 시기였다.

물론 당사자가 죽기전에 걸리면 안 되지만 당사자가 죽고나면

아무도 손을 못댄다.

몇몇의 욕심이 힘을 합치니 일사천리로 진행되다가 어느 한 분이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들통이 났다.

늦게사 이 사실을 안 한 사람이 법무소에 정지를 시키고 난리를 치니

스톱이 되고 그 아저씨는 욕을 많이 먹었다.

참 나쁜 사람들이다.

자기들이 나쁜 짓을 해 놓고는 그것을 바로 잡은 사람을 욕한다.

더 웃기는 건 자식들이다.

둥기인들이 다 세상 떠났으니 그 자식들이 동의를 해주어야 한다.

물론 무슨 사연인지 모르는 자식들은 그냥 돈 준다니까 동의를

해 준 사람도 있지만, 알면서도 동의를 해 준 사람들도 있다.

사실 나도 이런 땅이 있다는 것 처음 알았다.

그전에도 이 돈에서 마을 사람들끼리 집집마다 수시로 나눠

먹은 모양이다.

큰 돈도 아니다.

몇십만원씩 나눠 먹었단다.

이번에는 조금 더 나눠먹을 게 있었던 모양이다.

논 값이 3천만 원이란다.

다섯집에서 나눠도 6백만원씩 밖에 안 돌아간다.

여기에 옆에서 거든 사람들도 조금씩 줘야 탈이 안 생길 것이니

인당 4백만 원이나 돌아갈지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이 땅이 아무리 못해도 6천 만원은 넘어 간다는 것이다.

반값도 안 되는 돈에 매매가 되니

사는 사람도 할렐루야고,

남의 땅 팔아먹는 사람도 아멘이다.

다른 일 할 때는 바보인 노인들이 이럴 때는 천재가 된다.

한가지 더

마을에 소나무 매매가 있었다.

한 사람이 남의 땅인데 자기 땅인줄 알고 소나무를 팔았다.

물론 자기 땅이라도 오래 된 소나무 함부로 못 팔아먹는다.

이백 년은 넘은 소나무니 꽤 많이 받았을 것이다.

마을 뒤로 임시 길을 뚫고 중장비를 동원해서 살째기

소나무를 파 갔다.

그러다 마을 할마씨들 한테 걸렸다.

마을 할마씨들이 어떻게 했을까?

소나무를 지켰을까?

그랬으면 어른이고 좋은 소리 들었겠지만 그 사람을 협박해서

인당 백만원씩인가를 받아 드셨단다.

그돈 죽을때 주머니 없는 수의에 꼭 넣어가길 바란다.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 자꾸 보여서 시골살이에 회의를 느낀다.

그 사람들하고 외면하고 살 수도 없고

그 사람들은 아마 내가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자기들이 아무 잘 못이 없다고 생각할 도도 있다.

노인네들끼리 한 사람 왕따를 시키고,

왕따 된 사람 바보 만들고,

이 동네가 왜 이리 됐는지 모르겠다.

더 엿 같은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웃으면서 그들을

어른 대접 해 주는 척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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